토번국吐蕃國
「왕오천축국전」 한 권 「토번국」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신라 승려 혜초가 스무 살 무렵 인도와 서역 마흔 나라를 발로 밟고 쓴 여행기. 천 년 넘게 사라졌다가 1908년 돈황 석굴에서 두루마리 잔본으로 되찾았다. 고향을 그리는 오언시 다섯 수가 함께 실려 있다.
1장막에 사는 토번
已東吐蕃國。純住氷山雪山川谷之間。以氈帳而居。無有城郭屋舍。處所與突厥相似。隨逐水草。其王雖在一處。亦無城但依氈帳以為居業。土地出羊馬猫牛毯褐之類。衣著毛褐皮裘。女人亦爾。土地極寒。不同餘國。家常食麨。少有餅飯。國王百姓等。總不識佛法。無有寺舍。國人悉皆穿地作坑而臥。無有床席。人民極黑。白者全布。言音與諸國不同。多愛喫虱。為著毛褐。甚饒蟣虱。捉得便拋口裏。終不棄也
여기서 동쪽 토번국(吐蕃國)은 순전히 얼음산·눈산과 냇골 사이에 살며 펠트 장막(氈帳)을 치고 지낸다. 성곽도 집도 없고 사는 모습이 돌궐과 비슷하며, 물과 풀을 따라 옮겨 다닌다. 왕이 한곳에 있기는 하나 성이 없고, 펠트 장막에 의지해 사는 것을 살림으로 삼는다.
땅에서는 양과 말과 모우(猫牛·야크)와 담요·모직 따위가 난다. 옷은 모직과 가죽 갖옷을 입으며 여인도 그러하다. 땅은 몹시 추워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 집에서는 늘 보릿가루를 먹고 떡과 밥은 적다.
국왕과 백성들은 도무지 불법을 알지 못하며 절이 없다. 나라 사람들은 모두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어 눕고 평상과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몹시 검어 흰 이가 아주 드물다. 말소리도 여러 나라와 같지 않다.
이(虱) 잡아먹기를 즐기는데, 모직 옷을 입어 서캐와 이가 많은지라 잡히는 대로 곧 입에 던져 넣고 끝내 버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