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닉국識匿國
「왕오천축국전」 한 권 「식닉국」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신라 승려 혜초가 스무 살 무렵 인도와 서역 마흔 나라를 발로 밟고 쓴 여행기. 천 년 넘게 사라졌다가 1908년 돈황 석굴에서 두루마리 잔본으로 되찾았다. 고향을 그리는 오언시 다섯 수가 함께 실려 있다.
1아홉 왕의 나라
又胡蜜國北山裏。有九箇識匿國。九箇王各領兵馬而住。有一箇王。屬胡蜜王。自外各並自住。不屬餘國。近有兩窟王。來投於漢國使命安西。往來絕。唯王首領。衣著疊布皮裘。自餘百姓。唯是皮裘氈衫。土地極寒。為居雪山。不同餘國。亦有羊馬牛驢。言音各別。不同諸國。彼王常遣三二百人於大播蜜川。劫彼與胡及於使命。縱劫得絹。積在庫中。聽從壞爛。亦不解作衣著也。此識匿等國無有佛法也
또 호밀국 북쪽 산속에 아홉 개의 식닉국(識匿國)이 있다. 아홉 왕이 저마다 병마를 거느리고 사는데, 한 왕은 호밀 왕에 속하고 그 밖에는 저마다 따로 살며 다른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
요사이 두 굴(窟)의 왕이 한나라에 몸을 의탁하여 안서(安西)로 사신을 보내니, 오가는 것이 끊이지 않는다.
왕과 수령만 모직 천과 가죽 갖옷을 입고, 그 밖의 백성은 가죽 갖옷과 펠트 적삼뿐이다. 땅이 몹시 추운 것은 눈산에 살기 때문이니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 양과 말과 소와 나귀도 있다. 말소리는 저마다 달라 여러 나라와 같지 않다.
그 왕은 늘 이삼백 명을 큰 파밀 내(大播蜜川)로 보내어, 오가는 호인 장사꾼들과 사신들을 털게 한다. 명주를 털어 얻어도 곳간에 쌓아 두어 썩어 문드러지도록 내버려 두며, 옷 지어 입을 줄도 모른다.
이 식닉 등 나라에는 불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