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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경파의 서

대당서역기 大唐西域記 · 현장(玄奘) 지음 · 변기(辯機) 엮음 · 646년 (당 정관 20) · 단락 4 · 한자 754자 · 낭독 3.0분

「대당서역기」 서문 「서문 — 경파의 서」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현장이 열일곱 해 동안 서역과 인도 백서른여덟 나라를 밟고 돌아와 당 태종에게 올린 기록. 서유기의 밑감이 된 책이되, 여기에는 요괴가 아니라 나라마다의 둘레와 기후와 말과 믿음이 적혀 있다. 법현보다 이백 년 뒤, 혜초보다 팔십 년 앞선 길이다.

竊以穹儀方載之廣,蘊識懷靈之異,談天無以究其極,括地詎足辯其原?是知方志所未傳,聲教所不暨者,豈可勝道哉!

가만히 생각하건대, 하늘이 덮고 땅이 싣는 것이 저리 넓고 앎을 품고 넋을 지닌 것들이 저리 다르니, 하늘을 말한다는 글로도 그 끝을 다하지 못하고 땅을 갈랐다는 글로도 그 근원을 가려내지 못한다. 하물며 지리지가 아직 전하지 못한 곳, 임금의 가르침이 아직 미치지 못한 곳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詳夫天竺之為國也,其來尚矣。聖賢以之疊軫,仁義於焉成俗。然事絶於曩代,壤隔於中土,《山經》莫之紀,《王會》所不書。博望鑿空,徒寘懷於邛竹;昆明道閉,謬肆力於神池。遂使瑞表恒星,鬱玄妙於千載;夢彰佩日,秘神光於萬里。暨於蔡愔訪道,摩騰入洛,經藏石室,未盡龍宮之奧,像畫涼臺,寧極鷲峯之美?自茲厥後,時政多虞。閹豎乘權,潰東京而鼎峙;母后成釁,剪中朝而幅裂。憲章泯於函雒,烽燧警於關塞,四郊因而多壘,況茲邦之絶遠哉!然而釣奇之客,希世間至。頗存記注,寧盡物土之宜?徒採神經,未極真如之旨。有隋一統,寔務恢疆,尚且睠西海而咨嗟,望東離而杼軸。揚旌玉門之表,信亦多人;利涉葱嶺之源,蓋無足紀。曷能指雪山而長騖,望龍池而一息者哉!良由德不被物,威不及遠。我大唐之有天下也,闢寰宇而創帝圖,掃攙搶而清天步,功侔造化,明等照臨。人荷再生,肉骨豺狼之吻;家蒙錫壽,還魂鬼蜮之墟。總異類於藁街,掩遐荒於輿地,菀十洲而池環海,小五帝而鄙上皇。

천축이라는 나라를 자세히 살피면 그 내력이 오래다. 성현이 잇달아 수레를 몰았고 어짊과 의로움이 거기서 풍속을 이루었다. 그러나 일은 옛 시대에 끊어졌고 땅은 중국과 막혔으니, 『산해경』도 적지 못하였고 『왕회』에도 실리지 않았다. 장건이 길을 뚫었다 하나 공죽 지팡이에 마음을 두었을 뿐이고, 곤명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부질없이 못을 파는 데 힘을 쏟았다. 그리하여 상서로움이 붙박이별에 나타났건만 그윽한 이치는 천 년을 묻혀 있었고, 꿈에 해를 두른 이가 보였건만 신령한 빛은 만 리 밖에 감추여 있었다. 채음이 도를 물으러 가고 섭마등이 낙양에 들어오기에 이르러 경전이 석실에 간직되었으나 용궁의 깊은 뜻을 다하지 못하였고, 부처의 모습을 양대에 그렸으나 어찌 영취산의 아름다움을 다하였겠는가. 그 뒤로 시절과 정사에 근심이 많았다. 환관이 권세를 타 동경이 무너지고 셋으로 갈라섰으며, 외척이 틈을 내어 조정이 잘리고 갈기갈기 찢겼다. 법도는 함곡관과 낙양에서 스러지고 봉화는 관문과 변방에서 올랐다. 사방 들에 보루가 늘어섰으니, 하물며 이토록 먼 나라의 일이야 어떠하였겠는가. 그러는 사이에도 진기한 것을 낚으려는 나그네가 드물게 이르러 적어 둔 것이 제법 있으나 어찌 그 땅의 산물을 다 알았겠으며, 다만 신령한 경전을 캐 왔을 뿐 참된 이치의 뜻까지 다하지는 못하였다. 수나라가 하나로 아우르고 실로 강토를 넓히는 데 힘썼으나, 그럼에도 서쪽 바다를 돌아보며 탄식하고 동쪽 울타리를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옥문관 밖으로 깃발을 든 이가 참으로 많았으되, 파미르의 근원을 이롭게 건넌 일은 적을 만한 것이 없다. 어찌 설산을 가리키며 멀리 달리고 용지를 바라보며 한숨 돌린 이가 있었겠는가. 이는 다름 아니라 덕이 만물에 미치지 못하고 위엄이 먼 곳에 닿지 못한 까닭이다. 우리 대당이 천하를 차지하매 온 누리를 열어 제왕의 터를 세우고 요사스러운 별을 쓸어 하늘길을 맑게 하였으니, 공은 조화와 나란하고 밝음은 해와 달에 견준다. 사람들은 다시 살아남을 입어 승냥이 아가리에서 뼈에 살이 붙었고, 집집이 목숨을 받아 도깨비의 터에서 넋이 돌아왔다. 다른 겨레를 고가에 모으고 먼 변방을 판도에 담으니, 열 섬을 동산으로 삼고 사해를 못으로 두르며 오제를 작다 하고 상황을 낮다 한다.

法師幼漸法門,慨祇園之莫履;長懷真迹,仰鹿野而翹心。褰裳淨境,實惟素蓄。會淳風之西偃,屬候律之東歸,以貞觀三年杖錫遵路。資皇靈而抵殊俗,冒重險其若夷;假冥助而踐畏塗,幾必危而已濟。暄寒驟徙,展轉方達。言尋真相,見不見於空有之間;博考精微,聞不聞於生滅之際。廓羣疑於性海,啟妙覺於迷津。於是隱括衆經。無片言而不盡;傍稽聖迹,無一物而不窺。周流多載,方始旋返。十九年正月,屆于長安。所獲經論六百五十七部,有詔譯焉。

법사는 어려서 불문에 젖어 기원정사를 밟아 보지 못함을 슬퍼하였고, 자라서는 참된 자취를 그리워하여 녹야원을 우러르며 마음을 세웠다. 옷자락을 걷고 맑은 땅으로 가려는 것이 실로 오래 품은 뜻이었다. 마침 순박한 바람이 서쪽으로 눕고 철 따라 돌아오는 기러기가 동쪽으로 돌아갈 무렵, 정관 삼년에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섰다. 임금의 신령함에 기대어 낯선 풍속에 이르렀으니 거듭된 험한 곳을 무릅쓰기를 평지 같이 하였고, 보이지 않는 도움을 빌려 두려운 길을 밟았으니 몇 번이나 위태로웠으되 그때마다 건넜다. 더위와 추위가 자주 바뀌고 이리저리 돌아 비로소 다다랐다. 참된 모습을 물으매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고, 정밀하고 미묘한 것을 널리 상고하매 나고 스러짐의 어름에서 들리지 않는 것을 들었다. 성품의 바다에서 뭇 의심을 걷어 내고 헤매는 나루에서 묘한 깨달음을 열었다. 이에 여러 경을 간추리매 한마디도 다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곁으로 성인의 자취를 상고하매 한 가지도 살피지 않은 것이 없었다. 여러 해를 두루 돌고서야 비로소 발길을 돌렸다. 정관 십구년 정월에 장안에 이르렀다. 얻어 온 경론이 육백오십칠 부이니, 조서를 내려 옮기게 하였다.

親踐者一百一十國,傳聞者二十八國,或事見於前典,或名始於今代。莫不餐和飲澤,頓顙而知歸;請吏革音,梯山而奉賮。歡闕庭而相抃,襲冠帶而成羣。爾其物產風土之差,習俗山川之異,遠則稽之於國典,近則詳之於故老。邈矣殊方,依然在目。無勞握槧,已詳油素,名為《大唐西域記》,一帙十二卷。竊惟書事記言,固已緝於微婉;瑣詞小道,冀有補於遺闕。秘書著作佐郎敬播序之云爾。

몸소 밟은 나라가 백열이요 전해 들은 나라가 스물여덟이니, 어떤 것은 일이 옛 책에 보이고 어떤 것은 이름이 오늘에야 처음 나온다. 화평함을 먹고 은택을 마시며 이마를 조아려 돌아올 줄 알지 않은 이가 없고, 벼슬아치를 청하고 말을 고치며 산을 사다리 삼아 넘어와 예물을 바치지 않은 이가 없다. 대궐 뜰에서 기뻐하며 서로 손뼉을 치고 갓과 띠를 익혀 무리를 이루었다. 그 산물과 풍토의 다름, 습속과 산천의 차이는 먼 것은 그 나라의 옛 기록에서 상고하고 가까운 것은 노인들에게 자세히 물었다. 아득한 딴 곳이 눈앞에 있는 듯하다. 붓을 쥐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이미 비단에 자세하니, 이름을 『대당서역기』라 하고 한 질 열두 권으로 삼는다. 가만히 생각하면 일을 적고 말을 기록함은 본디 은미하고 완곡한 데서 다듬어지는 것이나, 자질구레한 말과 작은 이야기라도 빠진 데를 메우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비서저작좌랑 경파가 서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