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록가국跋禄迦國
跋禄迦國。東西六百餘里。南北三百餘里。國大都城周五六里。土宜氣序人性風俗。文字法則同屈支國。語言少異。細氈細褐隣國所重。伽藍數十所。僧徒千餘人。習學小乘教說一切有部。
발록가국은 동서로 육백여 리, 남북으로 삼백여 리다. 나라의 큰 도성은 둘레가 대여섯 리다. 땅에 마땅한 것과 기후, 사람의 성품과 풍속, 문자와 법식이 굴지국과 같고 말이 조금 다르다. 고운 모직과 고운 베는 이웃 나라에서 귀히 여긴다. 절이 수십이요 승려가 천여 명인데, 소승의 설일체유부를 배운다.
2능산과 큰 맑은 못
國西北行三百餘里度石磧至凌山。此則葱嶺北原。水多東流矣。山谷積雪春夏合凍。雖時消泮尋復結氷。經途險阻寒風慘烈。多暴龍難凌犯行人。由此路者。不得赭衣持瓠大聲叫喚。微有違犯災禍目覩。暴風奮發飛沙雨石。遇者喪没難以全生。山行四百餘里至大清池。周千餘里。東西長南北狹。四面負山衆流交湊。色帶青黑味兼鹹苦。洪濤浩汗驚波汩㴔。龍魚雜處靈怪間起。所以往來行旅禱以祈福。水族雖多莫敢漁捕。
나라 서북쪽으로 삼백여 리를 가서 돌벌을 건너면 능산에 이른다. 이곳은 파미르의 북쪽 벌로 물이 대개 동쪽으로 흐른다. 산골짜기에 눈이 쌓여 봄과 여름에도 얼어붙는다. 때로 녹기도 하나 이내 다시 얼음이 언다. 지나는 길이 험하고 막혔으며 찬 바람이 매섭다. 사나운 용이 많아 함부로 범할 수 없다. 이 길을 가는 이는 붉은 옷을 입거나 표주박을 지니거나 큰 소리로 외쳐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어기면 재앙을 눈으로 본다. 사나운 바람이 일어 모래를 날리고 돌을 비처럼 뿌리니, 만나는 이는 죽어 온전히 살아나기 어렵다. 산길을 사백여 리 가면 큰 맑은 못에 이른다. 둘레가 천여 리인데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다. 네 면이 산을 지고 여러 물줄기가 모여든다. 빛은 푸르고 검은 것을 띠며 맛은 짜고 쓴 것을 겸하였다. 큰 물결이 아득하고 놀란 파도가 세차게 흐른다. 용과 물고기가 섞여 살고 신령한 괴이가 이따금 일어난다. 그래서 오가는 나그네가 빌어 복을 구한다. 물속 것이 많으나 감히 잡는 이가 없다.
협주 1
或名熱海又謂鹹海
혹은 열해라 하고 또 함해라 한다.
3소엽수성
清池西北行五百餘里至素葉水城。城周六七里。諸國商胡雜居也。土宜糜麥蒲萄。林樹稀疎。氣序風寒人衣氈褐。
맑은 못에서 서북쪽으로 오백여 리를 가면 소엽수성에 이른다. 성은 둘레가 예닐곱 리이며 여러 나라의 장사하는 호인이 섞여 산다. 땅은 기장·보리·포도에 마땅하다. 숲과 나무가 성기다. 기후가 바람이 차서 사람들이 모직과 거친 베를 입는다.
4솔리 땅의 풍속
素葉已西數十孤城。城皆立長。雖不相稟命。然皆役屬突厥。自素葉水城至羯霜那國。地名窣利。人亦謂焉。文字語言卽隨稱矣。字源簡略本二十餘言。轉而相生其流浸廣。粗有書記竪讀其文。遞相傳授師資無替。服氈褐衣皮㲲。裳服褊急齊髮露頂。或總剪剃。繒綵絡額形容偉大。志性恇怯。風俗澆訛。多行詭詐。大抵貪求。父子計利。財多爲貴。良賤無差。雖富巨萬服食麁弊。力田逐利者雜半矣。
소엽 서쪽으로는 외딴 성이 수십인데, 성마다 우두머리를 세운다. 서로 명을 받지는 않으나 모두 돌궐에 매여 부림을 받는다. 소엽수성에서 갈상나국까지를 땅 이름으로 솔리라 하고 사람도 그렇게 부른다. 문자와 말도 그 이름을 따른다. 글자의 뿌리는 간략하여 본디 스무 남짓이었는데, 굴려 서로 낳아 그 갈래가 점점 넓어졌다. 대강 적은 기록이 있으며 그 글을 세로로 읽는다. 차례로 서로 전하여 스승과 제자가 끊이지 않는다. 모직과 거친 베를 입고 가죽옷과 무명옷을 입는다. 옷은 좁고 몸에 붙으며 머리를 가지런히 자르고 정수리를 드러낸다. 더러는 다 밀기도 한다. 비단으로 이마를 두르며 생김새가 크다. 성품은 겁이 많다. 풍속이 각박하고 거짓이 많으며 속임수를 흔히 쓴다. 대체로 탐하여 구하니 아비와 아들이 이익을 셈하고 재물이 많은 것을 귀히 여긴다. 좋은 신분과 천한 신분에 차이가 없어 재산이 거만이라도 입고 먹는 것이 거칠고 낡았다. 힘써 밭을 가는 이와 이익을 좇는 이가 반반이다.
5천천
素葉城西行四百餘里至千泉。千泉者。地方二百餘里。南面雪山三陲平陸。水土沃潤林樹扶疎。暮春之月雜花若綺。泉池千所故以名焉。突厥可汗每來避暑。中有羣鹿多飾鈴鐶。馴狎於人不甚驚走。可汗愛賞下命羣屬。敢加殺害有誅無赦。故此羣鹿得終其壽。
소엽성에서 서쪽으로 사백여 리를 가면 천천에 이른다. 천천이란 땅이 이백여 리인데 남쪽은 설산이요 세 쪽은 평평한 뭍이다. 물과 흙이 기름지고 숲과 나무가 우거졌다. 늦봄이면 온갖 꽃이 비단 같고 샘과 못이 천이나 되므로 그렇게 이름하였다. 돌궐 가한이 늘 와서 더위를 피한다. 그 안에 사슴 떼가 있는데 방울과 고리를 많이 달았다. 사람에게 길들어 크게 놀라 달아나지 않는다. 가한이 아껴 무리에게 명을 내려, 감히 죽이거나 해치면 베고 용서하지 않는다 하였다. 그래서 이 사슴 떼가 제 수명을 다한다.
6달라사성
千泉西行百四五十里至呾邏私城。城周八九里。諸國商胡雜居也。土宜氣序大同素葉。
천천에서 서쪽으로 백사오십 리를 가면 달라사성에 이른다. 성은 둘레가 여덟아홉 리이며 여러 나라의 장사하는 호인이 섞여 산다. 땅에 마땅한 것과 기후가 대체로 소엽과 같다.
7중국 사람들의 작은 성
南行十餘里有小孤城。三百餘戶。本中國人也。昔爲突厥所掠。後遂鳩集同國。共保此城。於中宅居衣服去就遂同突厥。言辭儀範猶存本國。
남쪽으로 십여 리를 가면 작은 외딴 성이 있는데 삼백여 호다. 본디 중국 사람이다. 옛날에 돌궐에게 잡혀 왔다가 뒤에 같은 나라 사람끼리 모여 이 성을 함께 지키며 그 안에 자리 잡고 산다. 옷과 몸가짐은 마침내 돌궐과 같아졌으나 말씨와 예법은 아직 본국의 것이 남아 있다.
8백수성
從此西南行二百餘里至白水城。城周六七里。土地所產風氣所宜逾勝呾邏私。
여기서 서남쪽으로 이백여 리를 가면 백수성에 이른다. 성은 둘레가 예닐곱 리다. 땅에서 나는 것과 기후의 마땅함이 달라사보다 낫다.
9공어성
西南行二百餘里至恭御城。城周五六里。原隰膏腴樹林蓊欝。
서남쪽으로 이백여 리를 가면 공어성에 이른다. 성은 둘레가 대여섯 리다. 벌과 진펄이 기름지고 숲이 우거졌다.
從此南行四五十里至笯赤建國。
여기서 남쪽으로 사오십 리를 가면 노적건국에 이른다.
협주 1
奴故反
노(奴)와 고(故)의 반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