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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시국迦畢試國

대당서역기 大唐西域記 · 현장(玄奘) 지음 · 변기(辯機) 엮음 · 646년 (당 정관 20) · 단락 15 · 한자 2,503자 · 낭독 10.0분

「대당서역기」 제1권 「가필시국」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현장이 열일곱 해 동안 서역과 인도 백서른여덟 나라를 밟고 돌아와 당 태종에게 올린 기록. 서유기의 밑감이 된 책이되, 여기에는 요괴가 아니라 나라마다의 둘레와 기후와 말과 믿음이 적혀 있다. 법현보다 이백 년 뒤, 혜초보다 팔십 년 앞선 길이다.

迦畢試國。周四千餘里。北背雪山。三陲黑嶺。國大都城周十餘里。宜穀麥多果木。出善馬欝金香。異方奇貨多聚此國。氣序風寒人性暴獷。言辭鄙媟婚姻雜亂。文字大同覩貨邏國。習俗語言風教頗異。服用毛㲲衣兼皮褐。貨用金錢銀錢及小銅錢。規矩模樣異於諸國。王剎利種也。有智略性勇烈。威懾隣境統十餘國。愛育百姓。敬崇三寶。歲造丈八尺銀佛像。兼設無遮大會。周給貧窶惠施鰥寡。伽藍百餘所。僧徒六千餘人。並多習學大乘法教。窣堵波僧伽藍。崇高弘敝廣博嚴淨。天祠數十所。異道千餘人。或露形。或塗灰。連絡髑髏以爲冠鬘。

가필시국은 둘레가 사천여 리다. 북쪽으로 설산을 등지고 세 쪽은 흑령이다. 나라의 큰 도성은 둘레가 십여 리다. 곡식과 보리에 마땅하고 과일나무가 많다. 좋은 말과 울금향이 난다. 다른 지방의 진기한 재화가 이 나라에 많이 모인다. 기후가 바람이 차고 사람의 성품이 사납고 거칠다. 말씨가 비루하고 혼인이 어지럽다. 문자는 도화라국과 대체로 같으나 습속과 말씨, 풍속의 가르침은 자못 다르다. 털옷과 무명옷을 입고 가죽옷과 거친 베옷도 겸한다. 돈은 금전·은전과 작은 동전을 쓰는데 규격과 본이 여러 나라와 다르다. 왕은 찰제리 겨레다. 지혜와 꾀가 있고 성품이 용맹하고 매워 위엄이 이웃을 눌러 열 남짓 나라를 거느린다. 백성을 사랑해 기르고 삼보를 공경하여 받든다. 해마다 열여덟 자 은부처를 만들고 아울러 무차대회를 열어 가난한 이를 두루 돕고 홀아비와 과부에게 은혜를 베푼다. 절이 백 남짓이요 승려가 육천여 명인데 대개 대승의 법과 가르침을 배운다. 탑과 절은 높고 크며 넓고 엄정하다. 하늘신 사당가 수십이요 외도가 천여 명인데, 더러는 몸을 드러내고 더러는 재를 바르며 해골을 이어 관과 머리 꾸미개로 삼는다.

2볼모로 온 왕자가 세운 절

大城東三四里。北山下有大伽藍。僧徒三百餘人。並學小乘法教。聞諸先志曰。昔健馱邏國迦膩色迦王。威被隣國化洽遠方。治兵廣地至葱嶺東。河西蕃維畏威送質。迦膩色迦王既得質子。特加禮命寒暑改館。冬居印度諸國。夏還迦畢試國。春秋止健馱邏國。故質子三時住處。各建伽藍。今此伽藍。卽夏居之所建也。故諸屋壁圖畫質子。容貌服飾頗同中夏。其後得還本國。心存故居。雖阻山川不替供養。故今僧衆每至入安居解安居。大興法會爲諸質子祈福樹善。相繼不絕。以至于今。

큰 성 동쪽 삼사 리 북쪽 산 아래에 큰 절이 있으니 승려가 삼백여 명인데 모두 소승의 법과 가르침을 배운다. 옛 기록에 이르기를, 옛날 건타라국 가니색가왕이 위엄을 이웃 나라에 미치고 교화를 먼 곳까지 흡족하게 하였다. 군사를 다스려 땅을 넓혀 파미르 동쪽에 이르니, 하서의 여러 울타리 나라가 그 위엄을 두려워하여 볼모를 보냈다. 가니색가왕이 볼모로 온 왕자를 얻자 특별히 예로 대하여 철마다 거처를 옮기게 하였다. 겨울에는 인도 여러 나라에 살고 여름에는 가필시국으로 돌아오며 봄과 가을에는 건타라국에 머물렀다. 그러므로 볼모가 세 철을 머무는 곳마다 각각 절을 세웠다. 지금 이 절이 곧 여름에 머물던 곳에 세운 것이다. 그래서 여러 집 벽에 볼모의 모습을 그렸는데 얼굴과 옷차림이 자못 중국과 같다. 그 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나 마음에 옛 거처를 두어, 산과 내에 막혔어도 공양을 거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금도 승려들이 안거에 들고 안거를 풀 때마다 크게 법회를 열어 여러 볼모를 위해 복을 빌고 착함을 심는다. 그것이 잇달아 끊이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3신왕상 아래 묻은 보배

伽藍佛院東門南大神王像。右足下坎地藏寶。質子之所藏也。故其銘曰。伽藍朽壞取以修治。近有邊王貪婪凶暴。聞此伽藍多藏珍寶。驅逐僧徒方事發掘。神王冠中鸚鵡鳥像。乃奮羽驚鳴。地爲震動。王及軍人辟易僵仆。久而得起。謝咎以歸。

절의 불원 동문 남쪽 큰 신왕상의 오른발 아래 땅을 파고 보배를 감추었으니 볼모가 감춘 것이다. 그래서 그 새김글에 이르기를 「절이 낡아 무너지거든 이것을 꺼내어 고치라」 하였다. 근래에 변방의 왕이 있어 탐욕스럽고 사나웠는데, 이 절에 보배가 많이 감추어져 있다는 말을 듣고 승려를 내쫓고 파내려 하였다. 신왕의 관 속 앵무새 상이 날개를 떨치며 놀라 울자 땅이 진동하였다. 왕과 군사가 물러나 자빠졌다가 한참 만에 일어나 허물을 빌고 돌아갔다.

4볼모가 선정을 익히던 석실

伽藍北嶺上有數石室。質子習定之處也。其中多藏雜寶。其側有銘。藥叉守衛。有欲開發取中寶者。此藥叉神變現異形。或作師子。或作蟒蛇猛獸毒虫。殊形震怒。以故無人敢得攻發。

절 북쪽 고개 위에 석실 몇이 있으니 볼모가 선정을 익히던 곳이다. 그 안에 여러 보배를 많이 감추었고 곁에 새김글이 있으며 약차가 지킨다. 열어서 그 안의 보배를 가지려는 이가 있으면 이 약차 신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데, 더러는 사자가 되고 더러는 이무기·사나운 짐승·독벌레가 되어 남다른 모습으로 성내므로, 이 때문에 감히 파헤치는 이가 없다.

5관자재보살 상

石室西二三里大山嶺上有觀自在菩薩像。有人至誠願見者。菩薩從其像中出妙色身安慰行者。

석실 서쪽 이삼 리 큰 산마루에 관자재보살 상이 있다. 지극한 정성으로 뵙기를 바라는 이가 있으면 보살이 그 상에서 나와 묘한 빛의 몸으로 가는 이를 위로한다.

6갈라호라 절의 검은 향기름

大城東南三十餘里至曷邏怙羅僧伽藍。傍有窣堵波。高百餘尺。或至齋日時燭光明。覆鉢勢上石隙間流出黑香油。靜夜中時聞音樂之聲。聞諸先志曰。昔此國大臣遏邏怙邏之所建也。功既成已。於夜夢中有人告曰。汝所建立窣堵波。未有舍利。明旦有獻上者。宜從王請。旦入朝進請曰。不量庸昧敢有願求。王曰。夫何所欲。對曰。今有先獻者願垂恩賜。王曰。然遏邏怙羅佇立宮門瞻望所至。俄有一人持舍利瓶。大臣問曰。欲何獻上。曰佛舍利。大臣曰。吾爲爾守。宜先白王。遏邏怙羅。恐王珍貴舍利追悔前恩。疾往伽藍登窣堵波。至誠所感其石覆鉢自開安置舍利。已而疾出尚拘衣襟。王使逐之。石已掩矣。故其隙間流黑香油。

큰 성 동남쪽 삼십여 리에 갈라호라 절이 있다. 곁에 탑이 있으니 높이가 백여 자다. 더러 재일이면 때때로 밝은 빛이 비친다. 엎은 바리 모양 위 돌 틈에서 검은 향기름이 흘러나오고, 고요한 밤중에는 때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옛 기록에 이르기를, 옛날 이 나라 대신 알라호라가 세운 것이라 한다. 공사가 끝나자 밤 꿈에 어떤 사람이 일러 말하기를 「네가 세운 탑에 아직 사리가 없다. 내일 아침 바치는 이가 있을 것이니 왕께 청하라」 하였다. 아침에 조정에 들어 나아가 청하기를 「어리석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감히 바라는 바가 있습니다」 하니, 왕이 「무엇을 바라느냐」 하였다. 대답하기를 「오늘 먼저 바치는 이가 있거든 은혜로이 내려 주소서」 하니 왕이 그리하라 하였다. 알라호라가 궁문에 서서 이르는 것을 바라보는데, 이윽고 한 사람이 사리병을 들고 왔다. 대신이 「무엇을 바치려느냐」 물으니 「부처의 사리입니다」 하였다. 대신이 「내가 너를 위해 지켜 줄 터이니 먼저 왕께 아뢰어야 한다」 하였다. 알라호라는 왕이 사리를 귀히 여겨 앞서 준 은혜를 뉘우칠까 두려워, 급히 절로 가서 탑에 올랐다. 지극한 정성에 감응하여 그 돌 엎은 바리가 저절로 열렸으므로 사리를 안치하였다. 이내 급히 나오다가 옷깃이 걸렸다. 왕의 사자가 쫓아왔으나 돌은 이미 닫혀 있었다. 그래서 그 틈에서 검은 향기름이 흐른다.

7습폐다벌랄사성

城南四十餘里。至霫蔽多伐刺祠城。凡地大震山崖崩墜。周此城界無所動搖。

성 남쪽 사십여 리를 가면 습폐다벌랄사성에 이른다. 무릇 땅이 크게 흔들려 산벼랑이 무너져 내려도 이 성 경계를 두르고는 흔들리는 데가 없다.

협주 1

蘇立反

소(蘇)와 립(立)의 반절이다.

8아로노산

霫蔽多伐刺祠城南三十餘里至阿路猱山。崖巔峭峻巖谷杳冥。其峯每歲增高數百尺。與漕矩吒國䅳那呬羅山髣髴相望。便卽崩墜。聞諸土俗曰。初䅳那天神自遠而至。欲止此山。山神震怒搖蕩谿谷。天神曰。不欲相舍故此傾動。少垂賓主當盈財寶。吾今往漕矩吒國䅳那呬羅山。每歲至我受國王大臣祀獻之時。宜相屬望。故阿路猱山增高。既已尋卽崩墜。

습폐다벌랄사성 남쪽 삼십여 리를 가면 아로노산에 이른다. 벼랑 꼭대기가 가파르고 바위 골짜기가 아득히 어둡다. 그 봉우리가 해마다 수백 자씩 높아져 조구타국 자나이라산과 어렴풋이 마주 바라볼 만해지면 곧 무너져 내린다. 그 고장 사람들에게 들으니, 처음에 자나 하늘 신이 멀리서 와 이 산에 머물려 하자 산신이 크게 노하여 골짜기를 뒤흔들었다. 하늘 신이 말하기를 「나를 머물게 하려 하지 않아 이렇게 흔드는구나. 잠시 손님을 맞아 주면 마땅히 재물과 보배를 채워 주리라. 나는 이제 조구타국 자나이라산으로 간다. 해마다 내가 국왕과 대신의 제사를 받을 때가 되면 서로 바라보자」 하였다. 그러므로 아로노산이 높아지다가 이내 곧 무너져 내린다 한다.

협주 2

奴高反

노(奴)와 고(高)의 반절이다.

士句反下同

사(士)와 구(句)의 반절이며 아래도 같다.

9설산의 용못과 가니색가왕

王城西北二百餘里至大雪山。山頂有池。請雨祈晴隨求果願。聞諸先志曰。昔健馱邏國有阿羅漢。常受此池龍王供養。每至中食以神通力。并坐繩床凌虛而往。侍者沙彌密於繩床之下攀援潛隱。而阿羅漢時至便往至龍宮。乃見沙彌。龍王因請留食。龍王以天甘露飯阿羅漢。以人間味而饌沙彌。阿羅漢飯食已訖。便爲龍王說諸法要。沙彌如常爲師滌器。器有餘粒駭其香味。卽起惡願。恨師忿龍。願諸福力於今悉現斷此龍命。我自爲王。沙彌發是願時。龍王已覺頭痛矣。羅漢說法誨喻。龍王謝咎責躬。沙彌懷忿未從誨謝。既還伽藍至誠發願。福力所致是夜命終。爲大龍王。威猛奮發。遂來入池殺龍王居龍宮。有其部屬總其統命。以宿願故興暴風雨。摧拔樹木欲壞伽藍。時迦膩色迦王怪而發問。其阿羅漢具以白王。王卽爲龍於雪山下立僧伽藍建窣堵波。高百餘尺。龍懷宿忿遂發風雨。王以弘濟爲心。龍乘瞋毒作暴。僧伽藍窣堵波。六壞七成。迦膩色迦王恥功不成。欲填龍池毀其居室。卽興兵衆至雪山下。時彼龍王深懷震懼。變作老婆羅門叩王象而諫曰。大王宿殖善本多種勝因。得爲人王無思不服。今日何故與龍交爭。夫龍者畜也。卑下惡類。然有大威不可力競。乘雲馭風蹈虛履水。非人力所制。豈王心所怒哉。王今舉國興兵。與一龍鬪。勝則王無伏遠之威。敗則王有非敵之恥。爲王計者宜可歸兵。迦膩色迦王未之從也。龍卽還池聲震雷動。暴風拔木沙石如雨。雲霧晦冥軍馬驚駭。王乃歸命三寶請求加護。曰宿殖多福得爲人王。威懾強敵統贍部州。今爲龍畜所屈。誠乃我之薄福也。願諸福力於今現前。卽於兩肩起大煙焰。龍退風靜霧卷雲開。王令軍衆人擔一石用填龍池。龍王還作婆羅門。重請王曰。我是彼池龍王懼威歸命。唯王悲愍赦其前過。王以含育覆燾生靈。如何於我獨加惡害。王若殺我。我之與王俱墮惡道。王有斷命之罪。我懷怨讎之心。業報皎然善惡明矣。王遂與龍明設要契。後更有犯必不相赦。龍曰。我以惡業受身爲龍。龍性猛惡不能自持。瞋心或起當忘所制。王今更立伽藍不敢摧毀。每遣一人候望山嶺。黑雲若起急擊揵槌。我聞其聲惡心當息。其王於是更修伽藍建窣堵波。候望雲氣於今不絕。

왕성 서북쪽 이백여 리를 가면 큰 설산에 이른다. 산꼭대기에 못이 있어 비를 빌고 갬을 빌면 구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옛 기록에 이르기를, 옛날 건타라국에 아라한이 있어 늘 이 못 용왕의 공양을 받았다. 낮 공양 때마다 신통의 힘으로 노끈 평상에 앉은 채 허공을 넘어 갔다. 시중드는 사미가 몰래 평상 아래에 매달려 숨었는데, 아라한이 때가 되어 용궁에 이르러서야 사미를 보았다. 용왕이 그대로 머물러 먹기를 청하였다. 용왕은 하늘의 감로로 아라한을 대접하고 사람의 음식으로 사미를 대접하였다. 아라한이 공양을 마치자 용왕을 위해 여러 법의 요체를 말하였다. 사미가 여느 때처럼 스승을 위해 그릇을 씻는데, 그릇에 남은 밥알의 향기와 맛에 놀라 곧 나쁜 원을 일으켰다. 스승을 원망하고 용을 성내어 「원컨대 여러 복의 힘이 이제 다 나타나 이 용의 목숨을 끊게 하고 내가 스스로 왕이 되게 하소서」 하였다. 사미가 이 원을 낼 때 용왕은 이미 머리가 아팠다. 아라한이 법을 말해 타이르니 용왕은 허물을 빌고 제 몸을 꾸짖었으나, 사미는 노여움을 품고 타이름과 사죄를 따르지 않았다. 절로 돌아와 지극한 정성으로 원을 내니, 복의 힘이 이른 바로 그날 밤에 목숨을 마치고 큰 용왕이 되었다. 위엄과 사나움을 떨쳐 마침내 못에 들어와 용왕을 죽이고 용궁에 살며 그 무리를 거느리고 명을 총괄하였다. 지난 원 때문에 사나운 바람과 비를 일으켜 나무를 꺾고 뽑으며 절을 무너뜨리려 하였다. 그때 가니색가왕이 괴이히 여겨 물으니 그 아라한이 왕에게 낱낱이 아뢰었다. 왕이 곧 용을 위해 설산 아래에 절을 세우고 탑을 지으니 높이가 백여 자였다. 용이 지난 노여움을 품고 마침내 바람과 비를 일으켰다. 왕은 널리 건지려는 마음으로 하고 용은 성내는 독을 타고 사납게 구니, 절과 탑이 여섯 번 무너지고 일곱 번 이루어졌다. 가니색가왕이 공을 이루지 못함을 부끄러이 여겨 용의 못을 메우고 그 사는 곳을 헐려 하였다. 곧 군사를 일으켜 설산 아래에 이르니, 그때 저 용왕이 깊이 두려워하여 늙은 바라문으로 변해 왕의 코끼리를 두드리며 간하기를 「대왕께서는 지난날 착한 뿌리를 심고 뛰어난 인연을 많이 지어 사람의 왕이 되셨으니 굽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 무슨 까닭에 용과 다투십니까. 무릇 용이란 짐승이요 낮고 악한 무리입니다. 그러나 큰 위력이 있어 힘으로 다툴 수 없습니다. 구름을 타고 바람을 부리며 허공을 밟고 물 위를 걸으니 사람의 힘으로 누를 바가 아닙니다. 어찌 왕의 마음에 노여워하실 일이겠습니까. 왕께서 이제 온 나라 군사를 일으켜 용 하나와 싸우신다면, 이겨도 왕께 먼 데를 굴복시킨 위엄이 되지 못하고 지면 왕께 적수가 못 된다는 부끄러움이 남습니다. 왕을 위한 계책으로는 군사를 돌리심이 마땅합니다」 하였다. 가니색가왕이 따르지 않으니, 용이 곧 못으로 돌아가 소리가 우레처럼 진동하고 사나운 바람이 나무를 뽑으며 모래와 돌이 비처럼 쏟아졌다. 구름과 안개가 어두워 군사와 말이 놀랐다. 왕이 이에 삼보에 목숨을 맡기고 도움을 빌어 말하기를 「지난날 복을 많이 심어 사람의 왕이 되어 위엄으로 강한 적을 눌러 섬부주를 거느렸는데, 이제 용이라는 짐승에게 굽히니 참으로 나의 복이 엷은 탓입니다. 원컨대 여러 복의 힘이 이제 앞에 나타나소서」 하니, 곧 두 어깨에서 큰 연기와 불꽃이 일었다. 용이 물러가고 바람이 멎으며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열렸다. 왕이 군사에게 명하여 사람마다 돌 하나씩을 지고 와 용의 못을 메우게 하였다. 용왕이 다시 바라문이 되어 거듭 왕에게 청하기를 「저는 저 못의 용왕입니다. 위엄이 두려워 목숨을 맡기오니 왕께서는 가엾이 여겨 앞의 허물을 용서하소서. 왕께서는 온갖 목숨을 품어 기르고 덮어 주시면서 어찌 저에게만 모진 해를 더하십니까. 왕께서 저를 죽이시면 저와 왕이 함께 악도에 떨어집니다. 왕께는 목숨을 끊은 죄가 있고 저에게는 원수를 품은 마음이 있으니, 업의 갚음이 뚜렷하고 착함과 악함이 분명합니다」 하였다. 왕이 마침내 용과 밝게 약조를 세우되 「뒤에 다시 범하면 반드시 용서하지 않겠다」 하였다. 용이 말하기를 「저는 악업으로 몸을 받아 용이 되었습니다. 용의 성품은 사납고 악하여 스스로 지니지 못하니,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면 마땅히 억누를 바를 잊을 것입니다. 왕께서 이제 다시 절을 세우시면 감히 헐지 않겠습니다. 사람 하나를 보내어 산마루를 살피게 하시어, 검은 구름이 일거든 급히 종을 치게 하소서. 제가 그 소리를 들으면 악한 마음이 마땅히 그칠 것입니다」 하였다. 그 왕이 이에 다시 절을 짓고 탑을 세웠으며, 구름 기운을 살피는 일이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다.

10탑에서 나온 사리의 빛

聞諸先志曰。窣堵波中有如來骨肉舍利。可一升餘。神變之事難以詳述。一時中窣堵波內忽有煙起。少間便出猛焰。時人謂窣堵波已從火燼。瞻仰良久火滅煙消。乃見舍利如白珠幡。循環表柱宛轉而上。升高雲際縈旋而下。

옛 기록에 이르기를, 탑 안에 여래의 뼈와 살 사리가 한 되 남짓 있다 한다. 신통 변화의 일은 자세히 적기 어렵다. 한번은 탑 안에서 홀연히 연기가 일더니 잠깐 사이에 사나운 불꽃이 나왔다. 그때 사람들은 탑이 이미 불에 타 재가 되었다 여겼다. 한참을 우러러보니 불이 꺼지고 연기가 사라졌는데, 사리가 흰 구슬 깃발처럼 기둥을 돌아 굽이굽이 올라가 높은 구름 끝까지 오르더니 감돌며 내려왔다.

11부처의 정골과 머리카락

王城西北大河南岸舊王伽藍。內有釋迦菩薩弱齡齠齓。長餘一寸。其伽藍東南有一伽藍。亦名舊王。有如來頂骨一片。面廣寸餘。其色黃白髮孔分明又有如來髮。髮色青紺螺旋右縈。引長尺餘。卷可半寸。凡此三事。每至六齋王及大臣散花供養。

왕성 서북쪽 큰 강 남쪽 기슭 옛 왕의 절 안에 석가보살이 어릴 적 갈던 이가 있으니 길이가 한 치 남짓이다. 그 절 동남쪽에 절이 하나 있는데 또한 이름이 옛 왕이다. 여래의 정수리뼈 한 조각이 있으니 넓이가 한 치 남짓이요 빛이 누렇고 희며 털구멍이 또렷하다. 또 여래의 머리카락이 있는데 빛이 검푸르고 소라처럼 오른쪽으로 감겼으며, 늘이면 한 자 남짓이고 감으면 반 치쯤이다. 무릇 이 세 가지는 여섯 재일마다 왕과 대신이 꽃을 뿌려 공양한다.

12옛 왕비의 절

頂骨伽藍西南有舊王妃伽藍。中有金銅窣堵波。高百餘尺。聞諸土俗曰。其窣堵波中有佛舍利升餘。每月十五日。其夜便放圓光。燭燿露盤聯暉達曙。其光漸斂入窣堵波。

정골이 있는 절 서남쪽에 옛 왕비의 절이 있다. 그 안에 금동탑이 있으니 높이가 백여 자다. 그 고장 사람들에게 들으니, 그 탑 안에 부처의 사리가 한 되 남짓 있다 한다. 달마다 보름 그날 밤이면 둥근 빛을 놓아 노반을 비추고 그 빛이 이어져 새벽에 이른다. 그 빛이 차차 오므라들어 탑으로 든다.

13상견탑

城西南有比羅娑洛山。山神作象形。故曰象堅也。昔如來在世。象堅神奉請世尊及千二百大阿羅漢。山巔有大盤石。如來卽之。受神供養。其後無憂王卽盤石上起窣堵波。高百餘尺。今人謂之象堅窣堵波也。亦云中有如來舍利可一升餘。

성 서남쪽에 비라사락산이 있다. 산신이 코끼리 모습을 하므로 상견이라 한다. 옛날 여래가 세상에 계실 때 상견신이 세존과 천이백 큰 아라한을 청하였다. 산꼭대기에 큰 너럭바위가 있는데 여래가 그리로 나아가 신의 공양을 받았다. 그 뒤 무우왕이 너럭바위 위에 탑을 세우니 높이가 백여 자다. 지금 사람들이 상견탑이라 부른다. 또 이르기를 그 안에 여래의 사리가 한 되 남짓 있다 한다.

협주 1

唐言象堅

당나라 말로는 상견이다.

14양치 나무의 숲

象堅窣堵波北山巖下有一龍泉。是如來受神飯已。及阿羅漢於中漱口嚼楊枝。因卽種根。今爲茂林。後人於此建立伽藍名鞞鐸佉。

상견탑 북쪽 산바위 아래에 용의 샘 하나가 있다. 여래가 신의 밥을 받으신 뒤 아라한들과 함께 그 안에서 입을 헹구고 버들가지를 씹은 곳이다. 그 뿌리가 심겨 지금은 무성한 숲이 되었다. 뒷사람이 여기에 절을 세우고 이름을 비탁카라 하였다.

협주 1

唐言嚼楊枝

당나라 말로는 버들가지를 씹음이다.

自此東行六百餘里。山谷接連峯巖峭峻。越黑嶺入北印度境至濫波國。

여기서 동쪽으로 육백여 리를 간다. 산골짜기가 잇달고 봉우리와 바위가 가파르다. 흑령을 넘어 북인도 경계에 들어 남파국에 이른다.

협주 1

北印度境

북인도 경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