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살단나국瞿薩旦那國
瞿薩旦那國周四千餘里,沙磧太半,壤土隘狹。宜穀稼,多眾果。出氍毹細氈,工紡績絁紬,又產白玉、黳玉。氣序和暢,飄風飛埃。俗知禮義,人性溫恭。好學典藝,博達伎能。眾庶富樂,編戶安業。國尚樂音,人好歌舞。少服毛褐氈裘,多衣絁紬白氎。儀形有體,風則有紀。文字憲章,聿遵印度,微改體勢,粗有沿革。語異諸國,崇尚佛法。伽藍百有餘所,僧徒五千餘人,並多習學大乘法教。
구살단나국은 둘레가 사천여 리인데 모래벌이 태반이요 기름진 흙이 좁다. 곡식에 마땅하고 뭇 열매가 많다. 융단과 가는 담요가 나고 명주 짜기에 능하며, 또 흰 옥과 검은 옥이 난다. 기후가 화창하나 회오리바람에 티끌이 난다. 풍속이 예와 의리를 알고 사람의 성품이 따뜻하고 공손하다. 전적과 재예를 배우기 좋아하고 재주와 능함에 널리 통달하였다. 뭇 백성이 부유하고 즐거우며 호적에 든 집이 생업에 편안하다. 나라가 풍류를 숭상하고 사람이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털 갈포와 담요 갖옷을 적게 입고 명주와 흰 고운 천을 많이 입는다. 몸가짐에 결이 있고 기풍에 벼리가 있다. 글자와 법도는 인도를 좇았으되 모양과 결을 조금 고쳐 대강 고쳐 바꾼 데가 있다. 말은 여러 나라와 다르며 불법을 높이 숭상한다. 절이 백여요 승려가 오천여 명인데 다들 대승의 법과 가르침을 많이 익혀 배운다.
2두 왕이 사냥터에서 만나 다투다
王甚驍武,敬重佛法,自云毗沙門天之祚胤也。昔者,此國虛曠無人,毗沙門天子此棲止。無憂王太子在呾叉始羅國被抉目,已無憂王怒譴輔佐,遷其豪族,出雪山北,居荒谷間。遷人逐牧,至此西界,推舉酋豪,尊立為王。當是時也,東土帝子蒙譴流徙,居此東界,群下勸進,又自稱王。歲月已積,風教不通。各因田獵,遇會荒澤,便問宗緒,因而爭長。忿形辭語,便欲交兵。或有諫曰:「今可遽乎?因獵決戰,未盡兵鋒。宜歸治兵,期而後集。」
왕이 매우 날래고 굳세며 불법을 공경히 무겁게 여기는데, 스스로 이르기를 비사문천의 자손이라 한다. 옛날 이 나라가 비고 넓어 사람이 없을 때 비사문 천자가 여기 깃들어 머물렀다. 무우왕의 태자가 달차시라국에서 눈을 뽑히매, 무우왕이 노하여 보좌하는 이들을 꾸짖고 그 호족을 옮겨 설산 북쪽으로 내보내 거친 골짜기 사이에 살게 하였다. 옮겨 간 사람들이 목축을 좇아 이 서쪽 지경에 이르러 우두머리를 밀어 세워 왕으로 삼았다. 이때에 동쪽 땅의 임금 아들이 꾸지람을 입고 흘러 옮겨 와 이 동쪽 지경에 살았는데, 무리가 권하여 나아가매 또한 스스로 왕이라 일컬었다. 세월이 오래 쌓였으나 기풍과 가르침이 서로 통하지 않았다. 저마다 사냥으로 말미암아 거친 늪에서 만나매, 곧 마루와 실마리를 물어 그로 말미암아 어른 자리를 다투었다. 성냄이 말에 나타나 곧 군사를 맞대려 하니, 어떤 이가 간하여 이르기를 「이제 어찌 급히 하겠습니까. 사냥길에 싸움을 결단하면 군사의 칼끝을 다하지 못합니다. 마땅히 돌아가 군사를 다스리고 기약한 뒤에 모이십시오」 하였다.
3물길을 따라 성터를 잡다
於是回駕而返,各歸其國,校習戎馬,督勵士卒。至期兵會,旗鼓相望。旦日合戰,西主不利,因而逐北,遂斬其首。東主乘勝,撫集亡國。遷都中地,方建城郭,憂其無土,恐難成功,宣告遠近,誰識地理。時有塗炭外道,負大瓠,盛滿水而自進曰:「我知地理。」遂以其水屈曲遺流,周而復始,因即疾驅,忽而不見。依彼水跡,峙其基堵,遂得興工,即斯國治,今王所都於此城也。城非崇峻,攻擊難克,自古已來,未能有勝。
이에 수레를 돌려 돌아와 저마다 제 나라로 가서 군사와 말을 익히고 군졸을 재촉해 힘쓰게 하였다. 기약한 때에 군사가 모여 기와 북이 서로 바라보았다. 이튿날 아침 싸움을 붙으매 서쪽 임금이 이롭지 못하매, 동쪽 임금이 달아나는 군사를 쫓아 마침내 그 머리를 베었다. 이김을 타고 망한 나라를 어루만져 거두었다. 도읍을 가운데 땅으로 옮겨 바야흐로 성곽을 세우려 하는데, 그 흙이 없음을 근심하고 공을 이루기 어려울까 두려워 멀고 가까운 데 알려 누가 땅의 이치를 아는지 물었다. 그때 재를 바른 외도가 큰 박을 지고 물을 가득 담아 와서 스스로 나아가 이르기를 「내가 땅의 이치를 압니다」 하고, 마침내 그 물을 굽이굽이 흘려 두루 돌아 처음으로 돌아오게 하고, 그로 말미암아 곧 빨리 달려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그 물 자취를 따라 그 터를 세우매 마침내 일을 일으킬 수 있었으니, 곧 이 나라의 다스리는 자리요 지금 왕이 도읍한 이 성이다. 성이 높고 가파르지는 않으나 쳐서 이기기 어려워, 예부터 이제까지 이긴 이가 없었다.
4땅의 젖이 기른 아이
其王遷都作邑,建國安人,功績已成,齒耋云暮,未有胤嗣,恐絕宗緒。乃往毗沙門天神所,祈禱請嗣。神像額上,剖出嬰孩,捧以回駕,國人稱慶。既不飲乳,恐其不壽,錄詣神祠,重請育養。神前之地忽然隆起,其狀如乳,神童飲吮,遂至成立。智勇光前,風教遐被,遂營神祠,宗先祖也。自茲已降,奕世相承,傳國君臨,不失其緒。故今神廟多諸珍寶,拜祠享祭,無替於時。地乳所育,因為國號。
그 왕이 도읍을 옮겨 고을을 짓고 나라를 세워 사람을 편안히 하매 공적이 이미 이루어졌으나, 나이가 늙어 저물도록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마루의 실마리가 끊길까 두려웠다. 이에 비사문 천신 있는 데로 가서 대를 잇기를 빌어 청하였다. 신상의 이마 위가 갈라져 어린아이가 나오매, 받들어 수레를 돌리니 나라 사람이 하례하였다. 이미 젖을 마시지 않으매 오래 살지 못할까 두려워, 다시 신의 사당에 나아가 거듭 길러 주기를 청하였다. 신 앞의 땅이 홀연히 불룩해졌는데 그 모양이 젖 같았다. 신령한 아이가 마시고 빨아 마침내 자라기에 이르렀다. 지혜와 용맹이 앞선 이를 빛내고 기풍과 가르침이 멀리 입혀지매, 마침내 신의 사당을 지어 선조를 마루로 삼았다. 이때부터 뒤로 대를 이어 서로 받들어 나라를 전하고 임금이 되어 그 실마리를 잃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제 신의 사당에 여러 진귀한 보배가 많고, 절하고 제사하기를 때를 어기지 않는다. 땅의 젖이 기른 바이므로 그로 말미암아 나라 이름을 삼았다.
5비로절나 아라한
王城南十餘里有大伽藍,此國先王為毗盧折那阿羅漢建也。昔者,此國佛法未被,而阿羅漢自迦濕彌羅國至此林中,宴坐習定。時有見者,駭其容服,具以其狀上白於王。王遂躬往,觀其容止,曰:「爾何人乎,獨在幽林?」羅漢曰:「我,如來弟子,閑居習定。王宜樹福,弘贊佛教,建伽藍,召僧眾。」王曰:「如來者,有何德,有何神,而汝鳥棲,勤苦奉教?」曰:「如來慈湣四生,誘導三界,或顯或隱,示生示滅。遵其法者,出離生死,迷其教者,羈纏愛網。」王曰:「誠如所說,事高言議。既云大聖,為我現形。若得瞻仰,當為建立,罄心歸信,弘揚教法。」羅漢曰:「王建伽藍,功成感應。」王茍從其請,建僧伽藍,遠近咸集,法會稱慶,而未有犍椎扣擊召集。王謂羅漢曰:「伽藍已成,佛在何所?」羅漢曰:「王當至誠,聖鑒不遠。」王遂禮請,忽見空中佛像下降,授王揵椎,因即誠信,弘揚佛教。
왕성 남쪽 십여 리에 큰 절이 있으니 이 나라 앞선 왕이 비로절나 아라한을 위해 세운 것이다. 옛날 이 나라에 불법이 아직 입혀지지 않았는데, 아라한이 가습미라국에서 이 숲 가운데 이르러 고요히 앉아 선정을 익혔다. 그때 본 이가 있어 그 모습과 옷에 놀라 그 모양을 갖추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마침내 몸소 가서 그 몸가짐을 보고 이르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홀로 그윽한 숲에 있는가」 하니, 나한이 이르기를 「나는 여래의 제자로 한가히 살며 선정을 익힙니다. 왕은 마땅히 복을 심고 부처의 가르침을 널리 기려, 절을 세우고 승려를 부르소서」 하였다. 왕이 이르기를 「여래란 어떤 덕이 있고 어떤 신통이 있기에, 네가 새처럼 깃들어 부지런히 괴로우면서도 가르침을 받드는가」 하니, 이르기를 「여래는 네 가지 남을 자애로 가엾이 여겨 삼계를 이끄시며, 더러는 드러내고 더러는 숨으며 남을 보이고 사라짐을 보이십니다. 그 법을 좇는 이는 나고 죽음을 벗어나고, 그 가르침에 헤매는 이는 사랑의 그물에 얽매입니다」 하였다. 왕이 이르기를 「참으로 말한 바와 같다면 일이 말과 의논보다 높다. 이미 큰 성인이라 이르니 나를 위해 모습을 나타내게 하라. 만일 우러러볼 수 있으면 마땅히 세워 주고, 마음을 다해 돌아가 믿으며 가르침과 법을 넓혀 드날리겠다」 하였다. 나한이 이르기를 「왕이 절을 세우시면 공이 이루어져 감응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짐짓 그 청을 좇아 절을 세우니 멀고 가까운 데서 다 모여 법회를 열고 하례하였으나, 아직 건추가 없어 두드려 불러 모을 수 없었다. 왕이 나한에게 이르기를 「절이 이미 이루어졌는데 부처는 어디 계신가」 하니, 나한이 이르기를 「왕이 마땅히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거룩한 비춤이 멀지 않습니다」 하였다. 왕이 마침내 예로 청하매 홀연히 허공에서 부처의 상이 내려와 왕에게 건추를 주는 것이 보였다. 그로 말미암아 곧 정성으로 믿고 부처의 가르침을 넓혀 드날렸다.
협주 1
唐言遍照。
당나라 말로는 편조다.
6구실릉가산 — 소 뿔 산
王城西南二十餘里,有瞿室𩜁伽山。山峰兩起,巖隒四絕。於崖谷間建一伽藍,其中佛像時燭光明。昔如來曾至此處,為諸天人略說法要,懸記此地當建國土,敬崇遺法,遵習大乘。
왕성 서남쪽 이십여 리에 구실릉가산이 있다. 산봉우리가 둘로 일어서고 바위가 사방으로 끊겼다. 벼랑과 골짜기 사이에 절 하나를 세웠는데 그 안의 부처 상이 때때로 밝은 빛을 비춘다. 옛날 여래가 일찍이 이곳에 이르러 여러 하늘과 사람을 위해 법의 요체를 대략 말씀하시고, 이 땅에 마땅히 나라가 세워져 남기신 법을 공경히 높이고 대승을 좇아 익히리라고 미리 적어 두셨다.
협주 1
唐言牛角。
당나라 말로는 소 뿔이다.
7미륵을 기다리는 아라한
牛角山巖有大石室,中有阿羅漢,入滅心定,待慈氏佛,數百年間,供養無替。近者崖崩,掩塞門徑。國王興兵欲除崩石,即黑峰群飛,毒螫人眾,以故至今石門不開。
우각산 바위에 큰 석실이 있으니 그 안에 아라한이 있어 멸심정에 들어 자씨 부처를 기다린다. 수백 해 동안 공양이 어김이 없었다. 요즈음 벼랑이 무너져 문의 길을 덮어 막았다. 나라 왕이 군사를 일으켜 무너진 돌을 없애려 하매, 곧 검은 벌이 떼로 날아 사람들을 독하게 쏘았다. 그래서 이제까지 돌문이 열리지 않는다.
8굴지국에서 스스로 온 불상
王城西南十餘里,有地迦婆縛那伽藍。中有夾纻立佛像,本從屈支國而來至止。昔此國中有臣被譴,寓居屈支,恒禮此像。後蒙還國,傾心遙敬,夜分之後,像忽自至,其人舍宅,建此伽藍。
왕성 서남쪽 십여 리에 지가바박나 절이 있다. 그 안에 협저로 만든 선 부처의 상이 있으니, 본디 굴지국에서 와서 여기 머문 것이다. 옛날 이 나라 안에 어떤 신하가 꾸지람을 입고 굴지에 붙어 살면서 늘 이 상에 예를 올렸다. 뒤에 나라로 돌아오게 되매 마음을 기울여 멀리서 공경하였는데, 밤이 나뉜 뒤에 상이 홀연히 스스로 이르렀다. 그 사람이 집을 내놓아 이 절을 세웠다.
9발가이성의 보배 관 쓴 불상
王城西行三百餘里,至勃伽夷城。中有佛坐像,高七尺餘,相好允備,威肅嶷然,首戴寶冠,光明對照。聞諸土俗曰:本在迦濕彌羅國,請移至此。昔有羅漢,其沙彌弟子臨命終時,求酢米餅。羅漢以天眼觀,見瞿薩旦那國有此味焉,運神通力,至此求獲。沙彌啖已,願生其國。果遂宿心,得為王子。既嗣位已,威攝遐邇,遂逾雪山,伐迦濕彌羅國。迦濕彌羅國王整集戎馬,欲禦邊冠。時阿羅漢諫王:「勿鬥兵也,我能退之。」尋為瞿薩旦那王說諸法要。王初未信,尚欲興兵。羅漢遂取此王先身沙彌時衣,而以示之。王既見衣,得宿命智,與迦濕彌羅王謝咎交歡,釋兵而返,奉迎沙彌時所供養佛像,隨軍禮請。像至此地,不可轉移,環建伽藍,式招僧侶,舍寶冠置像頂。今所冠者,即先王所施也。
왕성 서쪽으로 삼백여 리를 가면 발가이성에 이른다. 그 안에 부처의 앉으신 상이 있으니 높이가 일곱 자 남짓이요 모습과 좋으심이 참으로 갖추어졌으며, 위엄이 엄숙하여 우뚝하다. 머리에 보배 관을 이었고 밝은 빛이 마주 비친다. 그 고장 풍속에서 들으니 이르기를, 본디 가습미라국에 있었는데 청하여 여기로 옮겼다 한다. 옛날 어떤 나한이 있었는데 그 사미 제자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신 쌀떡을 구하였다. 나한이 하늘눈으로 살펴 구살단나국에 이 맛이 있음을 보고, 신통의 힘을 부려 여기 이르러 구해 얻었다. 사미가 먹고 나서 그 나라에 나기를 원하였다. 과연 지난날의 마음을 이루어 왕자가 되었다. 자리를 잇고 나서 위엄이 멀고 가까운 데를 누르매, 마침내 설산을 넘어 가습미라국을 쳤다. 가습미라국 왕이 군사와 말을 가지런히 모아 변방의 도적을 막으려 하니, 그때 아라한이 왕에게 간하여 이르기를 「군사를 싸우게 하지 마소서. 내가 물리칠 수 있습니다」 하고, 이내 구살단나 왕을 위해 여러 법의 요체를 말하였다. 왕이 처음에는 믿지 않고 오히려 군사를 일으키려 하매, 나한이 마침내 이 왕이 앞선 몸에서 사미였을 때의 옷을 가져다 보였다. 왕이 옷을 보고 나서 지난 목숨을 아는 지혜를 얻어, 가습미라 왕과 허물을 사죄하고 서로 기뻐하며 군사를 풀고 돌아갔다. 사미 때에 공양하던 부처의 상을 받들어 맞아 군사를 따라 예로 청해 왔는데, 상이 이 땅에 이르매 옮길 수 없어 둘러 절을 세우고 법식대로 승려를 부르며, 보배 관을 내놓아 상의 정수리에 두었다. 이제 쓴 것이 곧 앞선 왕이 베푼 것이다.
10쥐 무덤 — 흉노를 물리친 쥐
王城西百五六十里,大沙磧正路中,有堆阜,並鼠壤墳也。聞之土俗曰:此沙磧中,鼠大如猬,其毛則金銀異色,為其群之酋長,每出穴遊止,則群鼠為從。昔者,匈奴率數十萬眾,冠略邊城,至鼠墳側屯軍,時瞿薩旦那王率數萬兵,恐力不敵,素知磧中鼠奇,而未神也。洎乎冠至,無所求救,君臣震恐,莫知圖計,茍復設祭,焚香請鼠,冀其有靈,少加軍力。其夜瞿薩旦那王夢見大鼠曰:「敬欲相助,願早治兵。旦日合戰,必當克勝。」瞿薩旦那王知有靈祐,遂整戎馬,申令將士,未明而行,長驅掩襲。匈奴之聞也,莫不懼焉,方欲駕乘被鎧,而諸馬鞍、人服、弓弦、甲縺,凡厥帶系,鼠皆嚙斷。兵寇既臨,面縛受戮。於是殺其將,虜其兵,匈奴震懾,以為神靈所祐也。瞿薩旦那王感鼠厚恩,建祠設祭,奕世遵敬,特深珍異。故上自君王,下至黎庶,咸修祀祭,以求福祐。行次其穴,下乘而趨,拜以致敬,祭以祈福。或衣服弓矢,或香花肴膳,亦既輸誠,多蒙福利。若無享祭,則逢災變。
왕성 서쪽 백오륙십 리 큰 모래벌 바른 길 가운데 언덕이 있으니 다 쥐가 흙을 쌓은 무덤이다. 그 고장 풍속에서 들으니 이르기를, 이 모래벌 가운데 쥐가 고슴도치만 하고 그 털이 금빛과 은빛으로 남달라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는데, 굴을 나와 노닐어 머물 때마다 뭇 쥐가 좇는다 한다. 옛날 흉노가 수십만 무리를 거느리고 변방 성을 노략하다가 쥐 무덤 곁에 이르러 군사를 머물렀다. 그때 구살단나 왕이 수만 군사를 거느렸으나 힘이 맞서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다. 본디 모래벌 가운데 쥐가 기이하다는 것은 알았으나 아직 신령하다고는 여기지 않았다. 도적이 이르기에 미쳐 구원을 구할 데가 없어 임금과 신하가 떨고 두려워하며 꾀를 낼 줄 몰랐다. 짐짓 다시 제사를 베풀고 향을 사르며 쥐에게 청하여, 그 신령함이 있어 군사의 힘을 조금 더해 주기를 바랐다. 그날 밤 구살단나 왕이 꿈에 큰 쥐를 보았는데 이르기를 「삼가 서로 돕고자 하니 원컨대 일찍 군사를 다스리소서. 이튿날 아침에 싸움을 붙으면 반드시 마땅히 이기리다」 하였다. 구살단나 왕이 신령한 도우심이 있는 줄 알고, 마침내 군사와 말을 가지런히 하고 장수와 군졸에게 명을 펴 날이 밝기 전에 나아가 멀리 몰아 덮쳐 습격하였다. 흉노가 듣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어, 바야흐로 수레에 멍에를 매고 갑옷을 입으려 하는데, 여러 말의 안장과 사람의 옷과 활시위와 갑옷 끈 등 무릇 그 매고 묶는 것을 쥐가 다 물어 끊어 놓았다. 쳐들어온 군사가 이미 닥치매 흉노는 손을 뒤로 묶인 채 죽임을 받았다. 이에 그 장수를 죽이고 그 군사를 사로잡으니, 흉노가 떨고 두려워하여 신령이 도운 바라 여겼다. 구살단나 왕이 쥐의 두터운 은혜에 감동하여 사당을 세우고 제사를 베풀매, 대를 이어 좇아 공경하고 유난히 깊이 진귀하고 남다르게 여겼다. 그러므로 위로 임금부터 아래로 뭇 백성까지 다 제사를 닦아 복과 도우심을 구한다. 그 굴 곁을 지날 때는 수레에서 내려 종종걸음으로 가며 절하여 공경을 다하고 제사하여 복을 빈다. 더러는 옷과 활과 화살로, 더러는 향과 꽃과 좋은 음식으로 하는데, 이미 정성을 바치면 흔히 복과 이로움을 입는다. 만일 제사하지 않으면 재앙과 변고를 만난다.
11사마야 절 — 탑을 손바닥에 든 아라한
王城西五六里,有娑摩若僧伽藍。中有窣堵波,高百餘尺,甚多靈瑞,時燭神光。昔有羅漢自遠方來,止此林中,以神通力,放大光明。時王夜在重閣,遙見林中光明照曜,於是歷問,僉曰:「有一沙門自遠而至,宴坐林中,示現神通。」王遂命駕,躬註觀察。既睹明賢,心乃祗敬,欽風不已,請至中宮。沙門曰:「物有所宜,志有所在。幽林藪澤,情之所賞,嵩堂邃宇,非我攸聞。」王益敬仰,深加宗重,為建伽藍,起窣堵波。沙門受請,遂止其中。頃之,王感獲舍利數百粒,甚慶悅,竊自念曰:「舍利來應,何其晚歟?早得置之窣堵波下,豈非勝跡?」尋詣伽藍,具白沙門。羅漢曰:「王無憂也,今為置之。宜以金銀銅鐵大石函等,以次周盛。」王命匠人,不日功畢,載諸寶輿,送至伽藍。是時也,王宮導從、庶僚凡百,觀送舍利者,動以萬計。羅漢乃以右手舉窣堵波,置諸掌中,謂王曰:「可以藏下也。」遂坎地安函,其功斯畢,於是下窣堵波,無所傾損。觀睹之徒,嘆未曾有,信佛之心彌篤,敬法之志斯堅。王謂群官曰:「我嘗聞佛力難思,神通難究。或分身百億,或應跡人天。舉世界於掌內,眾生無動靜之想,演法性於常音,眾生有隨類之悟。斯則神力不共,智慧絕言。其靈已隱,其教猶傳。餐和飲澤,味道欽風,尚獲斯靈,深賴其福。勉哉凡百,宜深崇敬,佛法函深,於是明矣。」
왕성 서쪽 대여섯 리에 사마야 절이 있다. 그 안에 탑이 있으니 높이가 백여 자요 신령한 상서가 매우 많아 때때로 신묘한 빛이 비친다. 옛날 어떤 나한이 먼 지방에서 와서 이 숲 가운데 머물며 신통의 힘으로 큰 밝은 빛을 놓았다. 그때 왕이 밤에 겹다락에 있다가 멀리서 숲 가운데 밝은 빛이 비쳐 빛나는 것을 보고 이에 두루 물으니, 다들 이르기를 「어떤 사문이 먼 데서 이르러 숲 가운데 고요히 앉아 신통을 나타내 보입니다」 하였다. 왕이 마침내 수레를 명하여 몸소 가서 살펴보았다. 이미 밝고 어진 이를 보매 마음이 이에 공경하여 기풍을 흠모하기를 그치지 않고, 궁 안에 이르기를 청하였다. 사문이 이르기를 「사물에는 마땅한 바가 있고 뜻에는 있는 바가 있습니다. 그윽한 숲과 늪과 못은 정이 즐기는 바요, 높은 집과 깊은 채는 내가 듣던 바가 아닙니다」 하였다. 왕이 더욱 공경하고 우러르며 깊이 마루로 무겁게 여겨, 그를 위해 절을 세우고 탑을 일으켰다. 사문이 청을 받아 마침내 그 안에 머물렀다. 얼마 뒤에 왕이 감응하여 사리 수백 낟을 얻고 몹시 기뻐 남몰래 스스로 생각하기를 「사리가 응하여 왔는데 어찌 이리 늦었는가. 일찍 얻어 탑 아래 두었더라면 어찌 뛰어난 자취가 아니겠는가」 하였다. 이내 절에 나아가 사문에게 갖추어 아뢰니, 나한이 이르기를 「왕은 근심하지 마소서. 이제 그것을 두어 드리겠습니다. 마땅히 금과 은과 구리와 쇠와 큰 돌 함 들로 차례로 두루 담으소서」 하였다. 왕이 장인에게 명하니 며칠 안 되어 공을 마쳤고, 여러 보배 수레에 실어 절에 보냈다. 이때 왕궁에서 이끌고 따르는 이와 여러 관원 등 온갖 사람이며, 사리 보내는 것을 보는 이가 걸핏하면 만으로 헤아렸다. 나한이 이에 오른손으로 탑을 들어 손바닥 안에 놓고 왕에게 이르기를 「아래에 갈무리하셔도 됩니다」 하였다. 마침내 땅을 파고 함을 안치하여 그 공을 이에 마치고, 이에 탑을 내려놓으니 기울거나 상한 데가 없었다. 보던 무리가 일찍이 없던 일이라 탄식하매, 부처를 믿는 마음이 더욱 도타워지고 법을 공경하는 뜻이 이에 굳어졌다. 왕이 여러 관원에게 이르기를 「내가 일찍이 들으니 부처의 힘은 헤아리기 어렵고 신통은 궁구하기 어렵다 하였다. 더러는 몸을 백억으로 나누고 더러는 사람과 하늘에 자취로 응하신다. 세계를 손바닥 안에 들어도 뭇 목숨은 움직이고 고요한 생각이 없고, 법의 성품을 늘 같은 소리로 펴도 뭇 목숨은 저마다 무리에 따라 깨달음이 있다. 이는 곧 신통의 힘이 견줄 데 없고 지혜가 말을 끊은 것이다. 그 신령함은 이미 숨었으나 그 가르침은 아직 전한다. 화함을 먹고 은택을 마시며 도를 맛보고 기풍을 흠모하여도 오히려 이 신령함을 얻으니, 그 복에 깊이 힘입은 것이다. 힘쓰라 무릇 여럿이여, 마땅히 깊이 높여 공경하라. 불법이 넓고 깊음이 여기서 밝다」 하였다.
12마사 절 — 모자 솜에 감춰 온 누에씨
王城東南五六里,有麻射僧伽藍,此國先王妃所立也。昔者,在國未知桑蠶,聞東國有之,命使以求。時東國君秘而不賜,嚴敕關防,無令桑蠶種出也。瞿薩旦那王乃卑辭下禮,求婚東國。國君有懷遠之志,遂允其請。瞿薩旦那王命使迎婦,而誡曰:「爾致辭東國君女,我國素無絲綿桑蠶之種,可以持來,自為裳服。」女聞其言,密求其種,以桑蠶之子置帽絮中,既至關防,主者遍索。唯王女帽不敢以檢。遂入瞿薩旦那國,止麻射伽藍故地,方備儀禮,奉迎入宮,以桑蠶種留於此地。陽春告始,乃植其桑,蠶月既臨,復事采養。初至也,尚以雜葉飼之,自時厥後,桑樹連蔭。王妃乃刻石為制,不令傷殺,蠶蛾飛盡,乃得治繭,敢有犯違,明神不祐。遂為先蠶建此伽藍。數株枯桑,云是本種之樹也。故今此國有蠶不殺,竊有取絲者,來年輒不宜蠶。
왕성 동남쪽 대여섯 리에 마사 절이 있으니 이 나라 앞선 왕의 왕비가 세운 것이다. 옛날 이 나라에 아직 뽕과 누에를 알지 못하였는데, 동쪽 나라에 있다는 말을 듣고 사자에게 명하여 구하였다. 그때 동쪽 나라 임금이 숨기고 주지 않았으며, 관문을 엄히 단속하여 뽕과 누에씨를 내보내지 못하게 하였다. 구살단나 왕이 이에 말을 낮추고 예를 낮추어 동쪽 나라에 혼인을 구하니, 나라 임금이 먼 데를 품는 뜻이 있어 마침내 그 청을 들어주었다. 구살단나 왕이 사자에게 명하여 신부를 맞으러 보내며 경계하여 이르기를 「너는 동쪽 나라 임금의 딸에게 말을 전하라. 우리나라에는 본디 실솜과 뽕과 누에씨가 없으니, 가지고 와서 스스로 옷을 지으시라 하라」 하였다. 딸이 그 말을 듣고 남몰래 그 씨를 구하여, 뽕과 누에의 씨를 모자 솜 속에 넣었다. 관문에 이르매 지키는 이가 두루 뒤졌으나 오직 왕의 딸의 모자만은 감히 살피지 못하였다. 마침내 구살단나국에 들어와 마사 절의 옛터에 머물러 바야흐로 의례를 갖추고, 받들어 맞아 궁에 들이며 뽕과 누에씨를 이 땅에 남겼다. 봄이 비로소 열리매 이에 그 뽕을 심고, 누에 치는 달이 이르매 다시 따고 기르기를 일삼았다. 처음 이르렀을 때는 아직 여러 잎을 먹였는데, 이때부터 뒤로 뽕나무가 그늘을 이었다. 왕비가 이에 돌에 새겨 법을 정하여 다치게 하거나 죽이지 못하게 하고, 누에나방이 다 날아간 뒤에야 고치를 다스리게 하며, 감히 어기는 이가 있으면 밝은 신이 돕지 않으리라 하였다. 마침내 먼저 누에친 이를 위해 이 절을 세웠다. 몇 그루 마른 뽕나무가 있으니 곧 본디 심은 나무라 한다. 그러므로 이제 이 나라에는 누에를 죽이지 않으며, 남몰래 실을 취하는 이가 있으면 이듬해에 문득 누에가 잘되지 않는다.
13강물이 끊기고 대신이 용에게 가다
城東南百餘里有大河,西北流,國人利之,以用溉田。其後斷流,王深怪異。於是命駕問羅漢僧曰:「大河之水,國人取給,今忽斷流,其咎安在?為政有不平,德有不洽乎?不然,垂譴何重也?」羅漢曰:「大王治國,政化清和。河水斷流,龍所為耳。宜速祠求,當復昔利。」王因回駕,祠祭河龍。忽有一女淩波而至,曰:「我夫早喪,主命無從。所以河水絕流,農人失利。王於國內選一貴臣,配我為夫,水流如昔。」王曰:「敬聞,任所欲耳。」龍遂目悅國之大臣。王既回駕,謂群下曰:「大臣者,國之重鎮;農務者,人之命食。國失鎮則危,人絕食則死。危、死之事,何所宜行?」大臣越席,跪而對曰:「久已虛薄,謬當重任。常思報國,未遇其時。今而預選,敢塞深責。茍利萬姓,何吝一臣?臣者國之佐,人者國之本,願大王不再思也。幸為修福,建僧伽藍。」王允所求,功成不日。其臣又請早入龍宮,於是舉國僚庶,鼓樂飲餞。其臣乃衣素服,乘白馬,與王辭訣,敬謝國人。驅馬入河,履水不溺,濟乎中流,麾鞭畫水,水為中開,自茲沒矣。頃之,白馬浮出,負一旃檀大鼓,封一函書。其書大略曰:「大王不遺細微,謬參神選,願多營福,益國滋臣。以此大鼓,懸城東南,若有寇至,鼓先聲震。」河水遂流,至今利月。歲月浸遠,龍鼓久無。舊懸之處,今仍有鼓。池側伽藍,荒圮無僧。
성 동남쪽 백여 리에 큰 강이 있어 서북쪽으로 흐르매, 나라 사람이 이를 이롭게 여겨 밭에 물을 대는 데 쓴다. 그 뒤에 흐름이 끊기매 왕이 몹시 괴이히 여겼다. 이에 수레를 명하여 나한 승려에게 물어 이르기를 「큰 강의 물을 나라 사람이 취해 대었는데 이제 홀연히 흐름이 끊겼으니 그 허물이 어디 있는가. 정사에 고르지 못함이 있고 덕에 흡족하지 못함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꾸지람을 내리심이 어찌 이리 무거운가」 하니, 나한이 이르기를 「대왕이 나라를 다스림에 정사와 교화가 맑고 화합니다. 강물이 흐름을 끊은 것은 용이 한 일일 뿐입니다. 마땅히 빨리 제사하여 빌면 옛 이로움을 되찾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그로 말미암아 수레를 돌려 강의 용에게 제사하였다. 홀연히 한 여자가 물결을 타고 이르러 이르기를 「내 지아비가 일찍 죽어 주인의 명을 좇을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강물이 흐름을 끊어 농사짓는 이가 이로움을 잃었습니다. 왕께서 나라 안에서 귀한 신하 하나를 골라 나에게 짝지어 지아비로 삼아 주시면 물이 옛날처럼 흐르겠습니다」 하였다. 왕이 이르기를 「삼가 들었으니 바라는 대로 하겠다」 하니, 용이 마침내 나라의 대신을 눈으로 기뻐하였다. 왕이 이미 수레를 돌려 여러 아랫사람에게 이르기를 「대신은 나라의 무거운 누름돌이요 농사는 사람의 목숨 되는 밥이다. 나라가 누름돌을 잃으면 위태롭고 사람이 밥을 끊으면 죽는다. 위태로움과 죽음의 일에 무엇을 행함이 마땅한가」 하였다. 대신이 자리를 넘어 무릎 꿇고 대답하여 이르기를 「오래 헛되고 엷은 몸으로 그릇되이 무거운 소임을 맡았습니다. 늘 나라에 갚기를 생각하였으나 그때를 만나지 못하였는데, 이제 뽑히는 데 참여하니 감히 깊은 책임을 메우겠습니다. 진실로 만백성에게 이로우면 어찌 한 신하를 아끼겠습니까. 신하는 나라의 도움이요 사람은 나라의 근본이니, 원컨대 대왕은 다시 생각하지 마소서. 부디 저를 위해 복을 닦아 절을 세워 주소서」 하였다. 왕이 구하는 바를 들어주어 며칠 안 되어 공을 이루었다. 그 신하가 또 일찍 용궁에 들기를 청하매, 이에 온 나라의 관원과 백성이 북과 풍류로 마시며 전송하였다. 그 신하가 이에 흰옷을 입고 흰 말을 타고 왕과 하직하며 나라 사람에게 공경히 사례하였다. 말을 몰아 강에 드니 물을 밟고도 빠지지 않았다. 흐름 가운데를 건너 채찍을 휘둘러 물을 가르매 물이 가운데로 갈라졌고, 이로부터 사라졌다. 얼마 뒤 흰 말이 떠올라 전단 큰 북 하나를 지고 나왔는데 봉한 글 한 통이 있었다. 그 글의 대략에 이르기를 「대왕이 잘고 하찮은 것을 버리지 않으시어 그릇되이 신의 뽑힘에 참여하였습니다. 원컨대 복을 많이 지어 나라를 더하고 신하를 불리소서. 이 큰 북으로 성 동남쪽에 달아 두어, 만일 도적이 이르거든 북이 먼저 소리를 떨치게 하소서」 하였다. 강물이 마침내 흘러 이제까지 이롭게 쓴다. 세월이 점점 멀어져 용의 북은 오래전에 없어졌으나, 옛날 달았던 자리에 이제도 여전히 북이 있다. 못 곁 절은 거칠어 무너지고 승려가 없다.
14군사가 무너진 붉은 땅
王城東三百餘里大荒澤中,數十頃地,絕無蘗草,其土赤黑。聞諸耆舊曰:「敗軍之地也。昔者,東國軍師百萬西伐,此時瞿薩旦那王亦整齊戎馬數十萬眾,東禦強敵,至於此地,兩軍相遇,因即合戰。西兵失利,乘勝殘殺,虜其王殺其將,誅戮士卒,無復孑遺。流血染地,其跡斯在。
왕성 동쪽 삼백여 리 큰 거친 늪 가운데 수십 이랑 땅에 풀 한 포기 없고 그 흙이 붉고 검다. 늙은이들에게 들으니 이르기를 「군사가 무너진 땅이다」 하였다. 옛날 동쪽 나라 군사 백만이 서쪽을 치매, 이때 구살단나 왕도 군사와 말 수십만 무리를 가지런히 하여 동쪽으로 강한 적을 막으려고 이 땅에 이르렀다. 두 군사가 서로 만나 그로 말미암아 곧 싸움을 붙으니, 서쪽 군사가 이롭지 못하매, 동쪽 군사가 이김을 타고 모질게 죽여 그 왕을 사로잡고 그 장수를 죽이며 군졸을 베어 다시 남은 이가 없었다. 흐른 피가 땅을 물들여 그 자취가 여기 있다.
15비마성의 전단 불상과 모래에 묻힌 성
戰地東行三十餘里,至媲摩城。有雕檀立佛像,高二丈餘,甚多靈應,時燭光明。凡在疾病,隨其痛處,金薄貼像,即時痊復。虛心請願,多亦遂求。聞之土俗曰:此像,昔佛在世憍賞彌國鄔陁衍那王所作也。佛去世後,自彼淩空至此國北曷勞落迦城中。初,此城人安樂富饒,深著邪見,而不珍敬,傳其自來,神而不貴。後有羅漢禮拜此像,國人驚駭,異其容服,馳以白王。王乃下令,宜以沙土坌此異人。時阿羅漢身蒙沙土,糊口絕糧。時有一人,心甚不忍,昔常恭敬尊禮此像,及見羅漢,密以饌之。羅漢將去,謂其人曰:「卻後七天,當雨沙土,填滿此城,略無遺類。爾宜知之,早圖出計。由其坌我,獲斯殃耳。」語已便去,忽然不見。其人入城,具告親故,或有聞者,莫不嗤笑。至第二日,大風忽發,吹去穢壤,雨雜寶滿衢路。人更罵所告者。此人心知必然,竊開孔道,出城外而穴之。第七日夜,宵分之後,雨沙土滿城中。其人從孔道出,東趣此國,止媲摩城。其人才至,其像亦來,即此供養,不敢遷移。聞諸先記曰:釋迦法盡,像入龍宮。今曷勞落迦城為大堆阜,諸國君王、異方豪右,多欲發掘,取其寶物。適至其側,猛風暴發,煙雲四合,道路迷失。
싸운 땅에서 동쪽으로 삼십여 리를 가면 비마성에 이른다. 전단을 새긴 선 부처의 상이 있으니 높이가 두 길 남짓이요 신령한 응함이 매우 많아 때때로 밝은 빛을 비춘다. 무릇 병이 있으면 그 아픈 자리를 따라 금박을 상에 붙이면 곧 낫는다. 마음을 비우고 원을 청하면 흔히 또한 구함을 이룬다. 그 고장 풍속에서 들으니 이르기를, 이 상은 옛날 부처가 세상에 계실 때 교상미국 오타연나왕이 만든 것이다. 부처가 세상을 떠나신 뒤 저기서 허공을 타고 이 나라 북쪽 갈로락가성 안에 이르렀다. 처음에 이 성 사람은 편안하고 즐거우며 부유하였으나 삿된 견해에 깊이 붙어 진귀히 공경하지 않았고, 그것이 스스로 왔다는 말을 전하면서도 신묘하다 여길 뿐 귀히 여기지 않았다. 뒤에 어떤 나한이 이 상에 예배하매 나라 사람이 놀라 그 모습과 옷을 이상히 여겨 달려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 이에 명을 내려 마땅히 모래와 흙으로 이 낯선 사람을 덮으라 하였다. 그때 아라한이 몸에 모래와 흙을 뒤집어쓰고 입에 풀칠할 양식이 끊겼다. 그때 한 사람이 있어 마음에 몹시 차마 못하였는데, 옛날 늘 이 상을 공경히 높여 예를 올리던 이라 나한을 보매 남몰래 먹였다. 나한이 장차 떠나며 그 사람에게 이르기를 「이레 뒤에 마땅히 모래와 흙이 비 내려 이 성을 가득 메우고 남는 무리가 거의 없을 것이다. 너는 마땅히 이를 알아 일찍 나갈 꾀를 도모하라. 나를 덮은 까닭으로 이 재앙을 얻은 것이다」 하고, 말을 마치자 곧 가서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성에 들어가 친척과 옛벗에게 갖추어 알렸으나, 더러 들은 이가 있어도 비웃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튿날에 이르러 큰바람이 홀연히 일어 더러운 흙을 불어 없애고 온갖 보배가 비 내려 거리에 가득하매, 사람들이 다시 알려 준 이를 꾸짖었다. 이 사람이 마음으로 반드시 그러할 줄 알아 남몰래 구멍 길을 열어 성 밖으로 나가 굴을 팠다. 이레째 밤 밤이 나뉜 뒤에 모래와 흙이 비 내려 성 안에 가득하였다. 그 사람이 구멍 길로 나와 동쪽으로 이 나라로 가서 비마성에 머물렀다. 그 사람이 겨우 이르매 그 상도 또한 왔으므로, 곧 여기서 공양하고 감히 옮기지 못한다. 앞선 기록에서 들으니 이르기를, 석가의 법이 다하면 상이 용궁에 든다 한다. 이제 갈로락가성은 큰 언덕이 되었는데, 여러 나라 임금과 다른 지방 호족이 파헤쳐 그 보배를 얻으려 하는 이가 많다. 마침 그 곁에 이르면 사나운 바람이 갑자기 일고 연기와 구름이 사방에서 합쳐 길을 잃는다.
16니양성
媲摩川東入沙磧,行二百餘里,至尼壤城,周三四里,在大澤中。澤地熱濕,難以履涉。蘆草荒茂,無復途徑,唯趣城路,僅得通行,故往來者莫不由此城焉。而瞿薩旦那以為東境之關防也。
비마 내에서 동쪽으로 모래벌에 들어 이백여 리를 가면 니양성에 이르니 둘레가 서너 리요 큰 늪 가운데 있다. 늪의 땅이 덥고 축축하여 밟고 건너기 어렵다. 갈대와 풀이 거칠게 무성하여 다시 길이 없고, 오직 성으로 가는 길만 겨우 통해 다닐 수 있다. 그러므로 오가는 이가 이 성을 말미암지 않는 이가 없다. 구살단나는 이곳을 동쪽 지경의 관문으로 삼는다.
17큰 모래벌
從此東行,入大流沙。沙則流漫,聚散隨風,人行無跡,遂多迷路。四遠茫茫,莫知所指,是以往來者聚遺骸以記之。乏水草,多熱風。風起則人畜昏迷,因以成病。時聞歌嘯,或聞號哭,視聽之間,恍然不知所至,由此屢有喪亡,蓋鬼魅之所致也。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큰 흐르는 모래에 든다. 모래는 흘러 퍼져 바람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매, 사람이 다녀도 자취가 없어 마침내 길을 잃는 일이 많다. 사방이 아득하여 가리킬 데를 알지 못하므로, 오가는 이가 남은 뼈를 모아 표를 삼는다. 물과 풀이 모자라고 더운 바람이 많다. 바람이 일면 사람과 짐승이 어지러워지고 그로 말미암아 병이 된다. 때때로 노랫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리고 더러는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보고 듣는 사이에 어렴풋하여 이른 데를 알지 못한다. 이로 말미암아 여러 번 죽는 일이 있으니 아마 도깨비가 이르게 하는 바다.
18도화라 옛 나라
行四百餘里,至睹貨邏故國。國久空曠,城皆荒蕪。
사백여 리를 가면 도화라의 옛 나라에 이른다. 나라가 오래 비고 넓어 성이 다 거칠어졌다.
19절마태나 옛 나라
從此東行六百餘里,至折摩馱那故國,即沮末地也。城郭巋然,人煙斷絕。
여기서 동쪽으로 육백여 리를 가면 절마태나의 옛 나라에 이르니 곧 저말 땅이다. 성곽이 우뚝하나 인가의 연기가 끊겼다.
20납박파 옛 나라 — 누란 땅
復此東行千餘里,至納縛波故國,即樓蘭地也。
다시 이 동쪽으로 천여 리를 가면 납박파의 옛 나라에 이르니 곧 누란 땅이다.
21맺음
推表山川,考采境壤,詳國俗之剛柔,系水土之風氣。動靜無常,取舍不同,事難窮驗,非可仰說。隨所遊至,略書梗概,舉其聞見,記諸慕化。斯固日入以來,咸沐惠澤,風行所及,皆仰至德。混同天下,一之宇內,豈徒單車出使,通驛萬里者哉!
산과 내를 헤아려 드러내고 지경의 땅을 상고해 캐며, 나라 풍속의 굳세고 부드러움을 자세히 하고 물과 흙의 기풍과 기운을 이었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늘 같지 않고 취하고 버림이 같지 않으며, 일을 다 겪어 증험하기 어려워 우러러 말할 바가 아니다. 노닐어 이른 데를 따라 대략 큰 줄기를 적고, 그 듣고 본 것을 들어 교화를 사모하는 이들에게 적어 둔다. 이는 참으로 해 지는 데로부터 다 은택에 젖고 기풍이 미치는 데마다 다 지극한 덕을 우러른 것이다. 천하를 한데 아울러 온 세상을 하나로 함이니, 어찌 다만 수레 한 채로 사신을 내어 만 리에 역을 통한 것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