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帝篇
黃帝即位十有五年,喜天下戴己,養正命,娛耳目,供鼻口,焦然肌色皯黣,昏然五情爽惑。又十有五年,憂天下之不治,竭聰明,進智力,營百姓,焦然肌色皯黣,昏然五情爽惑。黃帝乃喟然讚曰:「朕之過淫矣。養一己其患如此,治萬物其患如此。」於是放萬機,舍宮寢,去直侍,徹鐘懸,減廚膳,退而閒居大庭之館,齋心服形,三月不親政事。晝寢而夢,遊於華胥氏之國。華胥氏之國在弇州之西,台州之北,不知斯齊國幾千萬里,蓋非舟車足力之所及,神游而已。其國無師長,自然而已。其民無嗜慾,自然而已。不知樂生,不知惡死,故無夭殤;不知親己,不知疏物,故無愛憎;不知背逆,不知向順,故無利害,都無所愛惜,都無所畏忌。入水不溺,入火不熱。斫撻無傷痛,指擿無痟癢。乘空如履實,寢虛若處牀。雲霧不硋其視,雷霆不亂其聽,美惡不滑其心,山谷不躓其步,神行而已。黃帝既寤,怡然自得,召天老、力牧、太山稽,告之曰:「朕閒居三月,齋心服形,思有以養身治物之道,弗獲其術。疲而睡,所夢若此。今知至道不可以情求矣,朕知之矣,朕得之矣,而不能以告若矣!」又二十有八年,天下大治,幾若華胥氏之國,而帝登假。百姓號之,二百餘年不輟。
황제가 자리에 오른 지 열다섯 해, 천하가 자기를 떠받드는 것을 기뻐하여 목숨을 기르고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코와 입을 받들었더니, 그을린 듯 살빛이 검게 거칠어지고 어둑하니 다섯 정이 어지러워졌다.
또 열다섯 해,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음을 근심하여 총명을 다하고 슬기와 힘을 내어 백성을 돌보았더니, 그을린 듯 살빛이 검게 거칠어지고 어둑하니 다섯 정이 어지러워졌다.
황제가 이에 한숨지으며 탄식하였다. 「내 허물이 지나쳤다. 한 몸을 기르는 데도 근심이 이러하고 만물을 다스리는 데도 근심이 이러하구나.」
이에 온갖 정사를 놓고 침전을 떠나고 곁에서 모시는 이를 물리고 종과 경쇠를 걷고 수라를 줄이고, 물러나 대정(大庭)의 집에 한가로이 거하며 마음을 재계하고 몸을 다스려 석 달을 정사에 나아가지 않았다.
낮잠을 자다 꿈에 화서씨(華胥氏)의 나라에 노닐었다. 화서씨의 나라는 엄주(弇州)의 서쪽 태주(台州)의 북쪽에 있는데 제나라에서 몇천만 리인지 알 수 없다. 배와 수레와 발힘으로 미칠 바가 아니요 신이 노닐 따름이다.
그 나라에는 우두머리가 없고 저절로 그러할 뿐이다. 그 백성은 즐기고 바라는 것이 없고 저절로 그러할 뿐이다. 삶을 즐길 줄 모르고 죽음을 미워할 줄 몰라 일찍 죽는 일이 없고, 자기를 가까이할 줄 모르고 물건을 멀리할 줄 몰라 사랑과 미움이 없고, 등지고 거스를 줄 모르고 향하고 따를 줄 몰라 이로움과 해로움이 없다. 도무지 아끼는 바가 없고 도무지 두려워 꺼리는 바가 없다.
물에 들어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도 뜨겁지 않다. 베고 때려도 상하거나 아프지 않고 손가락으로 찔러도 저리거나 가렵지 않다. 허공을 타기를 땅 밟듯 하고 빈 데 눕기를 평상에 있듯 한다. 구름과 안개가 그 봄을 막지 못하고, 우레가 그 들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곱고 미움이 그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산과 골이 그 걸음을 넘어뜨리지 못한다. 신으로 다닐 뿐이다.
황제가 깨어나 흐뭇이 스스로 얻은 바가 있어 천로(天老)와 역목(力牧)과 태산계(太山稽)를 불러 일렀다.
「내가 석 달을 한가로이 거하며 마음을 재계하고 몸을 다스려 몸을 기르고 물건을 다스리는 도를 생각하였으나 그 재주를 얻지 못하였다. 지쳐 잠들었더니 꿈이 이러하였다. 이제 지극한 도는 정으로 구할 수 없음을 알았다. 내가 알았고 내가 얻었으나 그대들에게 일러 줄 수는 없다.」
또 스물여덟 해에 천하가 크게 다스려져 거의 화서씨의 나라와 같았는데, 황제가 하늘로 오르니 백성이 부르짖어 이백 해가 넘도록 그치지 않았다.
列姑射山在海河洲中,山上有神人焉,吸風飲露,不食五穀;心如淵泉,形如處女;不偎不愛,仙聖爲之臣;不畏不怒,愿慤爲之使;不施不惠,而物自足;不聚不歛,而己無愆。陰陽常調,日月常明,四時常若,風雨常均,字育常時,年穀常豐;而土無札傷,人無夭惡,物無疵厲,鬼無靈響焉。
열고야산(列姑射山)은 바다 가운데 섬에 있다. 산 위에 신인이 있어 바람을 마시고 이슬을 마시며 오곡을 먹지 않는다. 마음은 깊은 샘 같고 꼴은 처녀 같다.
친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데 신선과 성인이 그 신하가 되고, 두려워하지도 성내지도 않는데 삼가고 도타운 이가 그 심부름꾼이 되고, 베풀지도 은혜롭지도 않은데 물건이 절로 넉넉하고, 모으지도 거두지도 않는데 자기에게 모자람이 없다.
음과 양이 늘 고르고, 해와 달이 늘 밝고, 네 철이 늘 한결같고, 바람과 비가 늘 고르고, 낳아 기름이 늘 때에 맞고, 해마다 곡식이 늘 넉넉하다. 흙에는 돌림병의 상함이 없고, 사람에게는 일찍 죽는 궂은일이 없고, 물건에는 흠과 재앙이 없고, 귀신에게는 신령한 울림이 없다.
列子師老商氏,友伯高子,進二子之道,乘風而歸。尹生聞之,從列子居,數月不省舍。因閒請蘄其術者,十反而十不告。尹生懟而請辭,列子又不命。尹生退。數月,意不已,又往從之。列子曰:「汝何去來之頻?」尹生曰:「曩章戴有請於子,子不我告,固有憾於子。今復脫然,是以又來。」列子曰:「曩吾以汝爲達,今汝之鄙至此乎?姬!將告汝所學於夫子者矣。自吾之事夫子友若人也,三年之後,心不敢念是非,口不敢言利害,始得夫子一眄而已。五年之後,心庚念是非,口庚言利害,夫子始一解顏而笑。七年之後,從心之所念,庚無是非;從口之所言,庚無利害,夫子始一引吾并席而坐。九年之後,橫心之所念,橫口之所言,亦不知我之是非利害歟,亦不知彼之是非利害歟,亦不知夫子之爲我師、若人之爲我友,內外進矣。而後眼如耳,耳如鼻,鼻如口,無不同也。心凝形釋,骨肉都融;不覺形之所倚,足之所履,隨風東西,猶木葉幹殼。竟不知風乘我邪?我乘風乎?今女居先生之門,曾未浹時,而懟憾者再三。女之片體將氣所不受,汝之一節將地所不載。履虛乘風,其可幾乎?」尹生甚怍,屏息良久,不敢復言。
열자가 노상씨(老商氏)를 스승 삼고 백고자(伯高子)를 벗 삼아 두 사람의 도를 다 얻고 바람을 타고 돌아왔다.
윤생(尹生)이 듣고 열자를 따라 살며 몇 달 동안 집을 돌아보지 않았다. 틈을 타 그 재주를 청하기를 열 번 하였으나 열 번 다 일러 주지 않았다. 윤생이 원망하며 물러가기를 청하니 열자가 또 대답하지 않았다. 윤생이 물러갔다.
몇 달 뒤 뜻을 그치지 못하고 다시 가서 따랐다. 열자가 말하였다. 「너는 어찌 오고 감이 잦으냐.」
윤생이 말하였다. 「지난날 제가 그대께 청하였으나 그대가 저에게 일러 주지 않아 참으로 그대에게 서운함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후련해졌으므로 또 왔습니다.」
열자가 말하였다.
「지난날 나는 네가 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너의 옹졸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 앉거라. 내가 스승께 배운 바를 일러 주겠다.
내가 스승을 섬기고 그 사람을 벗한 지 세 해 뒤에는 마음이 감히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못하고 입이 감히 이롭고 해로움을 말하지 못하였는데, 비로소 스승께서 한 번 곁눈질하실 뿐이었다.
다섯 해 뒤에는 마음이 다시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입이 다시 이롭고 해로움을 말하였는데, 스승께서 비로소 한 번 낯을 펴고 웃으셨다.
일곱 해 뒤에는 마음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도 다시 옳고 그름이 없고 입이 말하는 대로 따라도 다시 이롭고 해로움이 없었는데, 스승께서 비로소 나를 이끌어 자리를 나란히 하고 앉으셨다.
아홉 해 뒤에는 마음이 생각하는 대로 놓아두고 입이 말하는 대로 놓아두어, 나의 옳고 그름과 이롭고 해로움도 알지 못하고 저의 옳고 그름과 이롭고 해로움도 알지 못하고, 스승이 나의 스승인 줄도 그 사람이 나의 벗인 줄도 알지 못하였으니 안과 밖이 다한 것이다.
그런 뒤에 눈이 귀 같고 귀가 코 같고 코가 입 같아 같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마음이 엉기고 꼴이 풀려 뼈와 살이 다 녹았다. 꼴이 기댄 데와 발이 밟은 데를 깨닫지 못하고 바람 따라 동으로 서로 가니 나뭇잎이나 마른 껍질 같았다. 마침내 바람이 나를 태운 것인지 내가 바람을 탄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
이제 너는 선생의 문에 있은 지 한 철도 되지 않았는데 원망하고 서운해하기를 두세 번 하였다. 너의 한 조각 몸도 기운이 받아 주지 않을 것이요 너의 한 마디도 땅이 실어 주지 않을 것이다. 빈 데를 밟고 바람을 타는 일을 바랄 수 있겠느냐.」
윤생이 몹시 부끄러워 오래 숨을 죽이고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列子問關尹曰:「至人潛行不空,蹈火不熱,行乎萬物之上而不慄。請問何以至於此?」關尹曰:「是純氣之守也,非智巧果敢之列。姬!魚語女。凡有貌像聲色者,皆物也。物與物何以相遠也?夫奚足以至乎先?是色而已。則物之造乎不形,而止乎無所化。夫得是而窮之者,焉得而正焉?彼將處乎不深之度,而藏乎無端之紀,游乎萬物之所終始。壹其性,養其氣,含其德,以通乎物之所造。夫若是者,其天守全,其神無郤,物奚自入焉?夫醉者之墜於車也,雖疾不死。骨節與人同,而犯害與人異,其神全也。乘亦弗知也,墜亦弗知也。死生驚懼不入乎其胸,是故遌物而不慴。彼得全於酒而猶若是,而況得全於天乎?聖人藏於天,故物莫之能傷也。」
열자가 관윤(關尹)에게 물었다. 「지극한 사람은 물속으로 다녀도 막히지 않고 불을 밟아도 뜨겁지 않고 만물 위를 다녀도 떨지 않습니다. 여쭙건대 무엇으로 이에 이릅니까.」
관윤이 말하였다.
「이는 순수한 기운을 지키는 것이지 슬기와 재주와 굳센 담력의 갈래가 아니다. 앉거라. 내가 너에게 말해 주겠다.
무릇 모양과 소리와 빛깔이 있는 것은 다 물건이다. 물건과 물건이 어찌 서로 멀겠는가. 무엇이 남보다 앞설 만하겠는가. 빛깔일 뿐이다. 그러니 물건은 꼴 없는 데서 지어져 달라짐 없는 데서 그친다. 무릇 이것을 얻어 다한 이를 물건이 어찌 붙들겠는가.
그는 지나치지 않은 자리에 머물고 끝없는 벼리에 감추어 만물이 마치고 비롯하는 데에 노닌다. 그 성품을 하나로 하고 그 기운을 기르고 그 덕을 머금어 물건이 지어지는 데에 통한다. 무릇 이러한 이는 그 하늘이 온전히 지켜져 그 신에 틈이 없으니 물건이 어디로 들어오겠는가.
무릇 취한 사람이 수레에서 떨어지면 다치기는 해도 죽지 않는다. 뼈마디는 남과 같은데 다침이 남과 다른 것은 그 신이 온전하기 때문이다. 탄 줄도 모르고 떨어진 줄도 모른다. 죽음과 삶과 놀람과 두려움이 그 가슴에 들지 않으므로 물건에 부딪혀도 겁내지 않는다. 저이는 술에서 온전함을 얻고도 이러한데 하물며 하늘에서 온전함을 얻은 이랴. 성인은 하늘에 감추므로 물건이 능히 상하게 하지 못한다.」
列禦寇爲伯昏無人射,引之盈貫,措杯水其肘上,發之,鏑矢復沓,方矢復寓。當是時也,猶象人也。伯昏無人曰:「是射之射,非不射之射也。當與汝登高山,履危石,臨百仞之淵,若能射乎?」於是無人遂登高山,履危石,臨百仞之淵,背逡巡,足二分垂在外,揖禦寇而進之。禦寇伏地,汗流至踵。伯昏無人曰:「夫至人者,上闚青天,下潛黃泉,揮斥八極,神氣不變。今汝怵然有恂目之志,爾於中也殆矣夫!」
열어구가 백혼무인(伯昏無人)을 위하여 활을 쏘았다. 시위를 가득 당기고 팔꿈치 위에 물잔을 얹고 쏘았는데, 살촉이 앞 살에 잇닿고 다음 살이 곧바로 시위에 붙었다. 그때에는 마치 나무 인형 같았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이는 쏘는 쏨이지 쏘지 않는 쏨이 아니다. 그대와 함께 높은 산에 올라 위태로운 바위를 밟고 백 길 못을 굽어본다면 그대가 쏠 수 있겠는가.」
이에 무인이 마침내 높은 산에 올라 위태로운 바위를 밟고 백 길 못을 굽어보며, 뒤로 물러서 발의 두 푼이 밖에 드리우게 하고는 어구에게 읍하여 나오게 하였다. 어구는 땅에 엎드려 땀이 발꿈치까지 흘렀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무릇 지극한 사람은 위로 푸른 하늘을 엿보고 아래로 누런 샘에 잠기며 세상 끝을 마음껏 휘저어도 신과 기운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 그대는 오싹하여 눈이 어지러운 기색이 있으니 그대가 맞히기는 어렵겠구나.」
范氏有子曰子華,善養私名,舉國服之;有寵於晉君,不仕而居三卿之右。目所偏視,晉國爵之;口所偏肥,晉國黜之。游其庭者侔於朝。子華使其俠客以智鄙相攻,彊弱相凌。雖傷破於前,不用介意。終日夜以此爲戲樂,國殆成俗。禾生、子伯,范氏之上客,出行,經坰外,宿於田更商丘開之舍。中夜,禾生、子伯二人相與言子華之名勢,能使存者亡,亡者存;富者貧,貧者富。商丘開先窘於飢寒,潛於牖北聽之。因假糧荷畚之子華之門。子華之門徒皆世族也,縞衣乘軒,緩步闊視。顧見商丘開年老力弱,面目黎黑,衣冠不檢,莫不眲之。既而狎侮欺詒,攩㧙挨抌,亡所不爲。商丘開常無慍容,而諸客之技單,憊於戲笑。遂與商丘開俱乘高臺,於衆中漫言曰:「有能自投下者賞百金。」衆皆競應。商丘開以爲信然,遂先投下,形若飛鳥,揚於地,𩨒骨無䃣。范氏之黨以爲偶然,未詎怪也,因復指河曲之淫隈曰:「彼中有寶珠,泳可得也。」商丘開復從而泳之。既出,果得珠焉。衆昉同疑。子華昉令豫肉食衣帛之次。俄而范氏之藏大火,子華曰:「若能入火取錦者,從所得多少賞若。」商丘開往無難色,入火往還,埃不漫,身不焦。范氏之黨以爲有道,乃共謝之曰:「吾不知子之有道而誕子,吾不知子之神人而辱子。子其愚我也,子其聾我也,子其盲我也。敢問其道。」商丘開曰:「吾亡道。雖吾之心,亦不知所以。雖然,有一於此,試與子言之。曩子二客之宿吾舍也,聞譽范氏之勢,能使存者亡,亡者存;富者貧,貧者富。吾誠之無二心,故不遠而來。及來,以子黨之言皆實也,唯恐誠之之不至,行之之不及,不知形體之所措,利害之所存也。心一而已。物亡迕者,如斯而已。今昉知子黨之誕我,我內藏猜慮,外矜觀聽,追幸昔日之不焦溺也,怛然內熱,惕然震悸矣。水火豈復可近哉?」自此之後,范氏門徒路遇乞兒馬醫,弗敢辱也,必下車而揖之。宰我聞之,以告仲尼。仲尼曰:「汝弗知乎?夫至信之人,可以感物也。動天地,感鬼神,橫六合,而無逆者,豈但履危險,入水火而已哉?商丘開信僞物猶不逆,況彼我皆誠哉?小子識之!」
범씨(范氏)에게 아들이 있어 자화(子華)라 하였다. 사사로운 이름을 잘 길러 온 나라가 그에게 굴복하였다. 진나라 임금의 사랑을 받아 벼슬하지 않고도 세 경(卿)의 위에 있었다. 눈으로 곁눈질하여 보아 준 이는 진나라가 벼슬을 주고, 입으로 치우쳐 헐뜯은 이는 진나라가 내쳤다. 그 뜰에 노니는 이가 조정에 있는 이와 맞먹었다.
자화는 제 협객들에게 슬기와 어리석음으로 서로 치고 굳세고 약함으로 서로 짓밟게 하였다. 앞에서 다치고 부서져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온종일 밤낮으로 이것을 놀이와 즐거움으로 삼으니 나라가 거의 풍속이 될 지경이었다.
화생(禾生)과 자백(子伯)은 범씨의 윗손이었다. 나들이하다 들 밖을 지나 밭갈이하는 상구개(商丘開)의 집에 묵었다. 밤중에 두 사람이 서로 자화의 이름과 세력을 말하기를, 있는 이를 없게 하고 없는 이를 있게 하며 가멸은 이를 가난하게 하고 가난한 이를 가멸게 한다 하였다.
상구개는 앞서 주리고 추위에 시달리던 터라 북쪽 창에 숨어 그것을 들었다. 이에 양식을 꾸고 삼태기를 지고 자화의 문에 갔다.
자화의 문도는 다 세족이라 흰 비단옷에 수레를 타고 느릿느릿 걸으며 거만히 보았다. 상구개가 나이 늙고 힘이 약하며 얼굴이 검고 옷과 갓이 단정치 못한 것을 보고 업신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윽고 얕보고 모욕하고 속이며 밀치고 떠밀고 때리고 찌르며 하지 않는 짓이 없었다. 상구개는 늘 성난 낯이 없어 뭇 손들의 재주가 다하고 놀리기에 지쳤다.
마침내 상구개와 함께 높은 대에 올라 무리 가운데서 아무렇게나 말하였다. 「스스로 몸을 던져 내릴 수 있는 이에게는 백 금을 주겠다.」
무리가 다투어 응하였다. 상구개는 참말인 줄 알고 마침내 먼저 몸을 던져 내렸는데, 꼴이 나는 새 같아 땅에 사뿐히 내려앉아 뼈마디가 부서지지 않았다.
범씨의 무리는 우연이라 여기고 그리 괴이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에 다시 강굽이의 깊은 물굽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 가운데 보배 구슬이 있으니 헤엄쳐 얻을 수 있다.」
상구개가 또 좇아 헤엄쳐 들어갔다. 나오니 과연 구슬을 얻었다. 무리가 그제야 다 같이 의심하였다. 자화가 그제야 고기 먹고 비단 입는 줄에 끼게 하였다.
이윽고 범씨의 곳간에 큰불이 났다. 자화가 말하였다. 「그대가 불에 들어가 비단을 꺼내 올 수 있다면 얻은 만큼 상을 주겠다.」
상구개가 어려운 낯빛 없이 가서 불에 들었다 돌아왔는데, 재도 묻지 않고 몸도 그을리지 않았다. 범씨의 무리는 도가 있다 여기고 이에 함께 사죄하였다.
「우리는 그대에게 도가 있는 줄 모르고 그대를 속였고, 그대가 신인인 줄 모르고 그대를 욕보였습니다. 그대는 우리를 어리석다 하시고 귀먹었다 하시고 눈멀었다 하십시오. 감히 그 도를 여쭙습니다.」
상구개가 말하였다.
「나에게 도는 없다. 내 마음이라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한다. 그러하나 여기 한 가지가 있으니 시험 삼아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지난날 그대들 두 손이 내 집에 묵으며 범씨의 세력을 기려, 있는 이를 없게 하고 없는 이를 있게 하며 가멸은 이를 가난하게 하고 가난한 이를 가멸게 한다 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그것을 참으로 믿어 두 마음이 없었으므로 멀다 하지 않고 왔다.
와서는 그대들 무리의 말이 다 참말인 줄 알아, 오직 믿음이 지극하지 못할까 행함이 미치지 못할까만 걱정하여 몸이 놓인 자리도 이롭고 해로움이 있는 데도 알지 못하였다. 마음이 하나였을 뿐이다. 물건이 거스르지 않은 것이 이러하였을 뿐이다.
이제야 그대들 무리가 나를 속인 줄 알았다. 내 안에 의심과 걱정을 감추고 밖으로 보고 듣는 것을 살피게 되었으니, 지난날 그을리지 않고 빠지지 않은 것이 요행이었구나 하매 두려워 속이 달고 놀라 가슴이 뛴다. 물과 불에 어찌 다시 가까이 가겠는가.」
이로부터 뒤로 범씨의 문도는 길에서 빌어먹는 아이나 말 고치는 이를 만나도 감히 욕보이지 못하고 반드시 수레에서 내려 읍하였다.
재아(宰我)가 듣고 중니에게 아뢰었다. 중니가 말하였다. 「너는 모르느냐. 무릇 지극히 믿는 사람은 물건을 움직일 수 있다. 하늘과 땅을 움직이고 귀신을 움직이고 온 누리를 가로질러도 거스르는 것이 없거늘 어찌 위태로움을 밟고 물과 불에 드는 데 그치겠느냐. 상구개는 거짓을 믿고도 거스름이 없었거늘 하물며 저와 나가 다 참되다면 어떻겠느냐. 너희는 이를 새겨 두어라.」
周宣王之牧正有役人梁鴦者,能養野禽獸,委食於園庭之內,雖虎狼鵰鶚之類,無不柔馴者。雄雌在前,孳尾成羣,異類雜居,不相搏噬也。王慮其術終於其身,令毛丘園傳之。梁鴦曰:「鴦,賤役也,何術以告爾?懼王之謂隱於爾也,且一言我養虎之法。凡順之則喜,逆之則怒,此有血氣者之性也。然喜怒豈妄發哉?皆逆之所犯也。夫食虎者,不敢以生物與之,爲其殺之之怒也;不敢以全物與之,爲其碎之之怒也。時其飢飽,達其怒心。虎之與人異類,而媚養己者,順也;故其殺之,逆也。然則吾豈敢逆之使怒哉?亦不順之使喜也。夫喜之復也必怒,怒之復也常喜,皆不中也。今吾心無逆順者也,則鳥獸之視吾,猶其儕也。故游吾園者,不思高林曠澤;寢吾庭者,不願深山幽谷,理使然也。」
주 선왕의 목정(牧正) 아래 양앙(梁鴦)이라는 부리는 사람이 있어 들짐승과 새를 잘 길렀다. 동산 안에서 먹이를 주는데 범이나 이리나 수리나 물수리 무리라도 부드러이 길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암수가 앞에 있어 새끼를 쳐 떼를 이루고 다른 무리가 섞여 살아도 서로 치고 물지 않았다.
왕이 그 재주가 그의 몸에서 그칠까 걱정하여 모구원(毛丘園)에게 전하게 하였다. 양앙이 말하였다.
「저는 천한 부림꾼인데 무슨 재주로 그대에게 일러 드리겠습니까. 다만 왕께서 제가 그대에게 숨긴다 하실까 두려우니 범 기르는 법을 한마디 하겠습니다.
무릇 따르면 기뻐하고 거스르면 성내는 것이 피와 기운 있는 것의 성품입니다. 그러나 기쁨과 성냄이 어찌 함부로 일어나겠습니까. 다 거스름이 저지른 바입니다.
무릇 범을 먹이는 이는 감히 산 것을 주지 않으니 그것을 죽이면서 성내기 때문이요, 감히 온전한 것을 주지 않으니 그것을 부수면서 성내기 때문입니다. 주리고 배부름을 때에 맞추고 그 성내는 마음을 트이게 합니다.
범이 사람과 무리가 다른데도 저를 기르는 이에게 아양 떠는 것은 따랐기 때문이요, 그런 범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감히 거슬러 성내게 하겠습니까. 또한 따라서 기쁘게 하지도 않습니다. 무릇 기쁨이 돌아오면 반드시 성냄이 되고 성냄이 돌아오면 늘 기쁨이 되니 다 알맞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제 마음에 거스름도 따름도 없으니 새와 짐승이 저를 보기를 제 무리같이 합니다. 그러므로 제 동산에 노니는 것이 높은 숲과 넓은 못을 생각하지 않고, 제 뜰에 자는 것이 깊은 산과 그윽한 골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치가 그러하게 한 것입니다.」
顏回問乎仲尼曰:「吾嘗濟乎觴深之淵矣,津人操舟若神。吾問焉,曰:『操舟可學邪?』曰:『可。能游者可教也,善游者數能。乃若夫沒人,則未嘗見舟而謖操之者也。』吾問焉,而不告。敢問何謂也?」仲尼曰:「𧮒!吾與若玩其文也久矣,而未達其實,而固且道與。能游者可教也,輕水也;善游者之數能也,忘水也。乃若夫沒人之未嘗見舟也而謖操之也,彼視淵若陵,視舟之覆猶其車卻也。覆卻萬物方陳乎前而不得入其舍。惡往而不暇?以瓦摳者巧,以鉤摳者憚,以黃金摳者惛。巧一也,而有所矜,則重外也。凡重外者拙內。」
안회가 중니에게 물었다.
「제가 일찍이 상심(觴深)의 못을 건넜는데 나루 사람이 배 부리기를 신처럼 하였습니다. 제가 물어 『배 부리기를 배울 수 있습니까』 하니 『그렇소. 헤엄칠 줄 아는 이는 가르칠 만하고 헤엄 잘 치는 이는 몇 번이면 된다오. 물에 잠기는 이라면 배를 본 적 없이도 곧바로 부린다오』 하였습니다. 제가 다시 물었으나 일러 주지 않았습니다. 감히 여쭙니다, 무슨 말입니까.」
중니가 말하였다.
「아. 내가 너와 그 글을 만지작거린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그 알맹이에 이르지 못하였구나. 그래도 말해 주겠다.
헤엄칠 줄 아는 이를 가르칠 만하다 함은 물을 가벼이 여기기 때문이요, 헤엄 잘 치는 이가 몇 번이면 된다 함은 물을 잊었기 때문이다. 물에 잠기는 이가 배를 본 적 없이도 곧바로 부린다 함은, 그가 못 보기를 언덕같이 하고 배가 뒤집히는 것 보기를 수레가 물러나는 것같이 하기 때문이다. 뒤집히고 물러나는 온갖 것이 앞에 벌여져도 그 마음자리에 들지 못한다. 어디를 간들 넉넉하지 않겠는가.
기와를 걸고 던지는 이는 재주가 나고, 쇠갈고리를 걸고 던지는 이는 두려워하고, 황금을 걸고 던지는 이는 어지러워진다. 재주는 하나인데 아끼는 바가 있으면 밖을 무겁게 여긴 것이다. 무릇 밖을 무겁게 여기는 이는 안이 서툴다.」
孔子觀於呂梁,懸水三十仞,流沫三十里,黿鼉魚鼈之所不能游也,見一丈夫游之,以爲有苦而欲死者也,使弟子並流而承之。數百步而出,被髮行歌,而游於棠行。孔子從而問之,曰:「呂梁懸水三十仞,流沫三十里,黿鼉魚鼈所不能游。向吾見子道之,以爲有苦而欲死者,使弟子並流將承子。子出而被髮行歌,吾以子爲鬼也。察子,則人也。請問蹈水有道乎?」曰:「亡,吾無道。吾始乎故,長乎性,成乎命,與齎俱入,與汩偕出。從水之道而不爲私焉,此吾所以道之也。」孔子曰:「何謂始乎故,長乎性,成乎命也?」曰:「吾生於陵而安於陵,故也;長於水而安於水,性也;不知吾所以然而然,命也。」
공자가 여량(呂梁)을 보았다. 매달린 물이 서른 길이요 흐르는 거품이 서른 리라 자라와 악어와 물고기도 헤엄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한 사내가 거기서 헤엄치는 것을 보고 괴로움이 있어 죽으려는 이라 여겨 제자를 시켜 물길을 따라가 건지게 하였다.
몇백 걸음 만에 나와 머리를 풀고 노래하며 둑을 거닐었다. 공자가 좇아가 물었다.
「여량은 매달린 물이 서른 길이요 흐르는 거품이 서른 리라 자라와 악어와 물고기도 헤엄치지 못하오. 아까 그대가 거기 드는 것을 보고 괴로움이 있어 죽으려는 이라 여겨 제자를 시켜 물길을 따라가 그대를 건지게 하였소. 그대가 나와 머리를 풀고 노래하기에 나는 그대를 귀신인 줄 알았소. 살펴보니 사람이오. 여쭙건대 물을 밟는 데 도가 있소.」
말하였다. 「없소. 나에게 도는 없소. 나는 옛 버릇에서 비롯하여 성품에서 자라고 타고난 바에서 이루었소. 소용돌이와 함께 들고 솟는 물과 함께 나오. 물의 길을 따르고 사사로이 하지 않으니 이것이 내가 물을 밟는 까닭이오.」
공자가 말하였다. 「옛 버릇에서 비롯하고 성품에서 자라고 타고난 바에서 이룬다 함은 무슨 말이오.」
말하였다. 「내가 언덕에서 나서 언덕을 편히 여기니 옛 버릇이요, 물에서 자라 물을 편히 여기니 성품이요, 내가 그러한 까닭을 모르면서 그러하니 운명이오.」
仲尼適楚,出於林中,見痀僂者承蜩,猶掇之也。仲尼曰:「子巧乎!有道邪?」曰:「我有道也。五六月,纍垸二而不墜,則失者錙銖;纍三而不墜,則失者十一;纍五而不墜,猶掇之也。吾處也若橜株駒,吾執臂若槁木之枝,雖天地之大、萬物之多,而唯蜩翼之知。吾不反不側,不以萬物易蜩之翼,何爲而不得?」孔子顧謂弟子曰:「用志不分,乃疑於神,其痀僂丈人之謂乎!」丈人曰:「汝逢衣徒也,亦何知問是乎?修汝所以,而後載言其上。」
중니가 초나라에 가다가 숲 가운데를 나오는데, 곱사등이가 매미를 잡는 것이 마치 줍는 것 같았다.
중니가 말하였다. 「그대는 재주가 좋구려. 도가 있소.」
말하였다. 「나에게 도가 있소. 오뉴월에 구슬 둘을 겹쳐 얹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놓치는 것이 얼마 되지 않고, 셋을 겹쳐 얹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놓치는 것이 열에 하나요, 다섯을 겹쳐 얹고도 떨어뜨리지 않게 되면 줍는 것과 같소.
내가 서 있는 것은 그루터기 같고 내가 팔을 잡은 것은 마른 나뭇가지 같소. 하늘과 땅이 크고 만물이 많아도 오직 매미 날개만 알 뿐이오.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곁눈질하지도 않으며 만물로 매미 날개를 바꾸지 않으니 어찌 얻지 못하겠소.」
공자가 제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뜻을 씀이 갈리지 않으면 신에 가깝다 하니 저 곱사등이 어른을 이름이로다.」
어른이 말하였다. 「너희는 헐렁한 옷 입은 무리다. 또 무엇을 안다고 이를 묻느냐. 너희 할 바를 닦은 뒤에 그 위를 말하여라.」
海上之人有好漚鳥者,每旦之海上,從漚鳥游,漚鳥之至者百住而不止。其父曰:「吾聞漚鳥皆從汝游,汝取來,吾玩之。」明日之海上,漚鳥舞而不下也。故曰:至言去言,至爲無爲。齊智之所知,則淺矣。
바닷가에 갈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가 갈매기와 함께 노니는데, 오는 갈매기가 백을 넘어 그치지 않았다.
그 아비가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갈매기가 다 너와 함께 논다더구나. 네가 잡아 오너라. 내가 가지고 놀겠다.」
이튿날 바닷가에 가니 갈매기가 춤추며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지극한 말은 말을 버리고 지극한 함은 함이 없다 한다. 뭇 슬기가 아는 바는 얕은 것이다.
趙襄子率徒十萬狩於中山,藉芿燔林,扇赫百里。有一人從石壁中出,隨煙燼上下。衆謂鬼物。火過,徐行而出,若無所經涉者。襄子怪而留之。徐而察之,形色七竅,人也;氣息音聲,人也。問:「奚道而處石?奚道而入火?」其人曰:「奚物而謂石?奚物而謂火?」襄子曰:「而嚮之所出者,石也;而嚮之所涉者,火也。」其人曰:「不知也。」魏文侯聞之,問子夏曰:「彼何人哉?」子夏曰:「以商所聞夫子之言,和者大同於物,物無得傷閡者,游金石,蹈水火,皆可也。」文侯曰:「吾子奚不爲之?」子夏曰:「刳心去智,商未之能。雖然,試語之有暇矣。」文侯曰:「夫子奚不爲之?」子夏曰:「夫子能之而能不爲者也。」文侯大說。
조양자(趙襄子)가 무리 십만을 이끌고 중산에서 사냥하였다. 풀을 깔고 숲을 불사르니 불길이 백 리에 뻗쳤다.
한 사람이 돌벼랑 가운데서 나와 연기와 잿더미를 따라 오르내렸다. 무리가 귀신이라 하였다. 불이 지나가자 천천히 걸어 나오는데 아무 데도 지나온 데가 없는 듯하였다.
양자가 괴이하게 여겨 그를 붙들고 천천히 살폈다. 꼴과 낯빛과 일곱 구멍이 사람이요 숨과 목소리가 사람이었다.
물었다. 「어떤 도로 돌에 머물고 어떤 도로 불에 들었는가.」
그 사람이 말하였다. 「어떤 것을 돌이라 하고 어떤 것을 불이라 하는가.」
양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아까 나온 것이 돌이요 그대가 아까 지나온 것이 불이다.」
그 사람이 말하였다. 「알지 못한다.」
위 문후가 듣고 자하에게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자하가 말하였다. 「제가 들은 스승의 말씀으로는, 어우러진 이는 물건과 크게 하나가 되어 물건이 상하게 하거나 막을 수 없으니 쇠와 돌을 노닐고 물과 불을 밟는 것이 다 될 수 있습니다.」
문후가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그리하지 않는가.」
자하가 말하였다. 「마음을 도려내고 슬기를 버리는 일은 제가 하지 못합니다. 그러하나 말로 하기는 겨를이 있습니다.」
문후가 말하였다. 「그대의 스승은 어찌 그리하지 않았는가.」
자하가 말하였다. 「스승은 하실 수 있으면서 하지 않으실 수 있는 분입니다.」
문후가 크게 기뻐하였다.
有神巫自齊來處於鄭,命曰季咸,知人死生、存亡、禍福、壽夭,期以歲、月、旬、日,如神。鄭人見之,皆避而走。列子見之而心醉,而歸以告壺丘子,曰:「始吾以夫子之道爲至矣,則又有至焉者矣。」壺子曰:「吾與汝無其文,未既其實,而固得道與?衆雌而無雄,而又奚卵焉?而以道與世抗,必信矣。夫故使人得而相汝。嘗試與來,以予示之。」明日,列子與之見壺子。出而謂列子曰:「譆!子之先生死矣,弗活矣,不可以旬數矣。吾見怪焉,見濕灰焉。」列子入,涕泣沾衿,以告壺子。壺子曰:「向吾示之以地文,罪乎不誫不止,是殆見吾杜德幾也。嘗又與來!」明日,又與之見壺子。出而謂列子曰:「幸矣,子之先生遇我也,有瘳矣。灰然有生矣,吾見杜權矣。」列子入告壺子。壺子曰:「向吾示之以天壤,名實不入,而機發於踵,此爲杜權。是殆見吾善者幾也。嘗又與來!」明日,又與之見壺子。出而謂列子曰:「子之先生坐不齋,吾無得而相焉。試齋,將且復相之。」列子入告壺子。壺子曰:「向吾示之以太沖莫眹,是殆見吾衡氣幾也。鯢旋之潘爲淵,止水之潘爲淵,流水之潘爲淵,濫水之潘爲淵,沃水之潘爲淵,氿水之潘爲淵,雍水之潘爲淵,汧水之潘爲淵,肥水之潘爲淵,是爲九淵焉。嘗又與來!」明日,又與之見壺子。立未定,自失而走。壺子曰:「追之!」列子追之而不及,反以報壺子,曰:「已滅矣,已失矣,吾不及也。」壺子曰:「向吾示之以未始出吾宗。吾與之虛而猗移,不知其誰何,因以爲茅靡,因以爲波流,故逃也。」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三年不出,爲其妻爨,食狶如食人,於事無親,雕瑑復朴,塊然獨以其形立,㤋然而封戎,壹以是終。
신통한 무당이 제나라에서 정나라에 와서 살았다. 이름을 계함(季咸)이라 하였다. 사람의 죽고 사는 것과 있고 없어지는 것과 재앙과 복과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을 알아 해와 달과 열흘과 날까지 기약하기를 신처럼 하였다. 정나라 사람이 그를 보면 다 피하여 달아났다.
열자가 보고 마음이 취하여 돌아와 호구자에게 아뢰었다. 「처음에 저는 선생의 도가 지극한 줄 알았는데 또 더 지극한 이가 있습니다.」
호자가 말하였다. 「내가 너와 더불어 그 겉만 하고 그 알맹이를 다하지 못하였는데 참으로 도를 얻었다 하겠느냐. 암컷만 많고 수컷이 없으면 또 어찌 알을 낳겠느냐. 네가 도로써 세상과 겨루어 반드시 미덥게 하려 하였구나. 그래서 남이 너를 관상 보게 한 것이다. 시험 삼아 함께 오너라. 나를 그에게 보여라.」
이튿날 열자가 그와 함께 호자를 뵈었다. 나와서 열자에게 말하였다. 「아, 그대의 선생은 죽었소. 살지 못하오. 열흘을 헤아리지 못하오. 나는 괴이한 것을 보았소. 젖은 재를 보았소.」
열자가 들어가 눈물이 옷깃을 적시도록 울며 호자에게 아뢰었다. 호자가 말하였다. 「아까 나는 그에게 땅의 무늬를 보였다. 움직이지도 그치지도 않았으니 아마 내 덕의 기미가 막힌 것을 보았을 것이다. 시험 삼아 또 함께 오너라.」
이튿날 또 그와 함께 호자를 뵈었다. 나와서 열자에게 말하였다. 「다행이오. 그대의 선생이 나를 만났구려. 나은 데가 있소. 재에 살아나는 기운이 있소. 나는 막힌 것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소.」
열자가 들어가 호자에게 아뢰었다. 호자가 말하였다. 「아까 나는 그에게 하늘과 땅을 보였다. 이름도 알맹이도 들지 않고 기미가 발꿈치에서 일어났으니 이것이 막힌 것의 움직임이다. 아마 내 좋은 기미를 보았을 것이다. 시험 삼아 또 함께 오너라.」
이튿날 또 그와 함께 호자를 뵈었다. 나와서 열자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선생은 앉음이 한결같지 않아 내가 관상을 볼 수 없소. 재계하시면 다시 관상을 보겠소.」
열자가 들어가 호자에게 아뢰었다. 호자가 말하였다. 「아까 나는 그에게 크게 비어 조짐 없음을 보였다. 아마 내 기운이 고른 기미를 보았을 것이다.
고래가 도는 물굽이도 못이 되고, 멎은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흐르는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넘치는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쏟아지는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옆에서 솟는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막힌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갈라진 물의 굽이도 못이 되고, 불어난 물의 굽이도 못이 되니 이것이 아홉 못이다. 시험 삼아 또 함께 오너라.」
이튿날 또 그와 함께 호자를 뵈었다. 서기도 전에 넋을 잃고 달아났다. 호자가 말하였다. 「좇아라.」
열자가 좇았으나 미치지 못하고 돌아와 호자에게 아뢰었다. 「이미 사라졌습니다. 이미 놓쳤습니다. 저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호자가 말하였다. 「아까 나는 그에게 내 근본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을 보였다. 내가 그와 더불어 비어서 흔들리는 대로 맡겨 그것이 누구인지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에 띠풀이 쓰러지는 대로 되고 물결이 흐르는 대로 되었으므로 달아난 것이다.」
그런 뒤에 열자는 스스로 아직 배우지 못하였다 여겨 돌아가 세 해를 나오지 않았다. 그 아내를 위하여 불을 때고 돼지 먹이기를 사람 먹이듯 하였다. 일에 가까이하는 바가 없고 다듬은 것을 도로 통나무로 돌렸다. 흙덩이처럼 홀로 그 꼴로 서서 어지러운 가운데 굳게 닫힌 채 한결같이 이로써 마쳤다.
子列子之齊,中道而反,遇伯昏瞀人。伯昏瞀人曰:「奚方而反?」曰:「吾驚焉。」「惡乎驚?」「吾食於十漿,而五漿先饋。」伯昏瞀人曰:「若是,則汝何爲驚己?」曰:「夫內誠不解,形諜成光,以外鎮人心,使人輕乎貴老,而𩐎其所患。夫漿人特爲食羹之貨,多餘之贏;其爲利也薄,其爲權也輕,而猶若是。而況萬乘之主,身勞於國,而智盡於事;彼將任我以事,而效我以功,吾是以驚。」伯昏瞀人曰:「善哉觀乎!汝處己,人將保汝矣。」無幾何而往,則戶外之屨滿矣。伯昏瞀人北面而立,敦杖蹙之乎頤。立有閒,不言而出。賓者以告列子。列子提履徒跣而走,暨乎門,問曰:「先生既來,曾不廢藥乎?」曰:「已矣。吾固告汝曰,人將保汝,果保汝矣。非汝能使人保汝,而汝不能使人無汝保也。而焉用之感也?感豫出異。且必有感也,搖而本身,又無謂也。與汝遊者,莫汝告也。彼所小言,盡人毒也。莫覺莫悟,何相孰也。」
자열자가 제나라에 가다가 길 가운데서 돌아오다 백혼무인을 만났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무슨 일로 돌아오는가.」
말하였다. 「제가 놀랐습니다.」
「무엇에 놀랐는가.」
「제가 열 군데 미음집에서 먹었는데 다섯 군데가 값도 받지 않고 먼저 내주었습니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그러하다면 그대가 어찌 스스로 놀라는가.」
말하였다. 「무릇 안의 정성이 풀리지 않으면 몸이 겉으로 새어 빛을 이룹니다. 그 빛이 밖에서 남의 마음을 눌러 사람으로 하여금 귀한 이와 늙은 이를 가벼이 여기게 하고 그 근심할 바를 자아냅니다.
무릇 미음 파는 이는 다만 먹을 것과 국을 파는 것이라 남는 이가 많지 않아 이로움이 얇고 세력이 가벼운데도 오히려 이러합니다. 하물며 만승의 임금은 몸이 나라에 지치고 슬기가 일에 다합니다. 그가 장차 저에게 일을 맡기고 저에게 공을 내라 할 것이니 제가 이 때문에 놀랐습니다.」
백혼무인이 말하였다. 「좋구나, 보는 눈이. 그대가 제 몸을 두면 사람들이 장차 그대에게 붙을 것이다.」
얼마 뒤 가 보니 문밖에 신이 가득하였다. 백혼무인이 북쪽을 보고 서서 지팡이를 짚어 턱에 대었다. 한참 서 있다가 말없이 나갔다. 손을 맞는 이가 열자에게 아뢰었다. 열자가 신을 들고 맨발로 달려 문에 이르러 물었다. 「선생께서 오셨는데 어찌 약을 내리지 않으십니까.」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내가 진작 너에게 사람들이 장차 너에게 붙으리라 하였는데 과연 붙었구나. 네가 사람들로 하여금 너에게 붙게 한 것이 아니라 네가 사람들로 하여금 너에게 붙지 않게 하지 못한 것이다. 어찌 그런 흔듦을 쓰겠느냐. 흔들면 미리 남다름이 나온다. 또 반드시 흔들림이 있으면 네 밑동이 흔들리니 또한 말할 것이 없다. 너와 노니는 이들이 너에게 일러 주지 않는다. 저들이 하는 자잘한 말은 다 사람에게 독이다.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데 무엇을 서로 익히겠느냐.」
楊朱南之沛,老聃西遊於秦,邀於郊。至梁而遇老子。老子中道仰天而歎曰:「始以汝爲可教,今不可教也。」楊朱不答。至舍,進涫漱巾櫛,脫履戶外,膝行而前,曰:「向者夫子仰天而歎曰:『始以汝爲可教,今不可教。』弟子欲請夫子辭,行不閒,是以不敢。今夫子閒矣,請問其過。」老子曰:「而睢睢而盱盱,而誰與居?大白若辱,盛德若不足。」楊朱蹵然變容曰:「敬聞命矣。」其往也,舍迎將家,公執席,妻執巾櫛;舍者避席,煬者避竈。其反也,舍者與之爭席矣。
양주(楊朱)가 남으로 패(沛)에 가고 노담이 서로 진(秦)에 노닐 때, 들에서 맞이하려 하였다. 양(梁)에 이르러 노자를 만났다.
노자가 길 가운데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처음에는 너를 가르칠 만하다 여겼는데 이제는 가르칠 수 없구나.」
양주가 대답하지 않았다. 묵을 집에 이르러 세숫물과 양치할 것과 수건과 빗을 올리고, 신을 문밖에 벗고 무릎걸음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아까 선생께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며 『처음에는 너를 가르칠 만하다 여겼는데 이제는 가르칠 수 없다』 하셨습니다. 제자가 선생께 말씀을 청하고자 하였으나 길에 겨를이 없어 감히 여쭙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선생께서 한가하시니 그 허물을 여쭙습니다.」
노자가 말하였다. 「네가 눈을 부라리고 치뜨니 누가 너와 함께 지내겠느냐. 크게 흰 것은 더러운 듯하고 성한 덕은 모자란 듯한 법이다.」
양주가 움찔하여 낯빛을 고치며 말하였다. 「삼가 말씀을 받들겠습니다.」
그가 갈 때에는 묵는 집에서 맞고 보내며 주인은 자리를 들고 아내는 수건과 빗을 들었으며, 묵던 이는 자리를 비켜 주고 불 때던 이는 부뚜막을 비켜 주었다. 그가 돌아올 때에는 묵는 이들이 그와 자리를 다투었다.
楊朱過宋,東之於逆旅。逆旅人有妾二人,其一人美,其一人惡,惡者貴而美者賤。楊子問其故。逆旅小子對曰:「其美者自美,吾不知其美也;其惡者自惡,吾不知其惡也。」楊子曰:「弟子記之!行賢而去自賢之行,安往而不愛哉?」
양주가 송나라를 지나 동쪽 여관에 들었다. 여관 주인에게 첩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곱고 하나는 미웠다. 미운 이가 귀하고 고운 이가 천하였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다. 여관집 아이가 대답하였다. 「고운 이는 스스로 곱다 하므로 저는 그가 고운 줄 모르고, 미운 이는 스스로 밉다 하므로 저는 그가 미운 줄 모릅니다.」
양자가 말하였다. 「제자들아, 이를 새겨 두어라. 어질게 행하면서 스스로 어질다 하는 짓을 버리면 어디를 간들 사랑받지 않겠느냐.」
天下有常勝之道,有不常勝之道。常勝之道曰柔,常不勝之道曰彊。二者亦知,而人未之知。故上古之言:彊,先不己若者;柔,先出於己者。先不己若者,至於若己,則殆矣。先出於己者,亡所殆矣。以此勝一身若徒,以此任天下若徒,謂不勝而自勝,不任而自任也。粥子曰:「欲剛,必以柔守之;欲彊,必以弱保之。積於柔必剛,積於弱必彊。觀其所積,以知禍福之鄉。彊勝不若己,至於若己者剛;柔勝出於己者,其力不可量。」老聃曰:「兵彊則滅,木彊則折。柔弱者生之徒,堅彊者死之徒。」
천하에 늘 이기는 도가 있고 늘 이기지 못하는 도가 있다. 늘 이기는 도를 부드러움이라 하고 늘 이기지 못하는 도를 굳셈이라 한다. 둘 다 알 만한데 사람이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득한 옛말에 이르기를, 굳셈은 저만 못한 이보다 앞서고 부드러움은 저보다 나은 이보다 앞선다 하였다. 저만 못한 이보다 앞서는 것은 저와 같은 이에 이르면 위태롭고, 저보다 나은 이보다 앞서는 것은 위태로울 바가 없다. 이로써 한 몸을 이기기를 힘들이지 않고 하고 이로써 천하를 맡기를 힘들이지 않고 하니, 이기려 하지 않고 절로 이기고 맡으려 하지 않고 절로 맡는다는 말이다.
육자(粥子)가 말하였다. 「굳세고자 하면 반드시 부드러움으로 지키고 강하고자 하면 반드시 약함으로 보전하라. 부드러움을 쌓으면 반드시 굳세지고 약함을 쌓으면 반드시 강해진다. 그 쌓는 바를 보면 재앙과 복이 어디로 갈지 안다. 강함은 저만 못한 이를 이기다가 저와 같은 이를 만나면 맞부딪치고, 부드러움은 저보다 나은 이를 이기니 그 힘을 헤아릴 수 없다.」
노담이 말하였다. 「병기가 강하면 꺾이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진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요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다.」
狀不必童而智童,智不必童而狀童。聖人取童智而遺童狀,衆人近童狀而疏童智。狀與我童者,近而愛之;狀與我異者,疏而畏之。有七尺之骸,手足之異,戴髮含齒,倚而趣者,謂之人,而人未必無獸心。雖有獸心,以狀而見親矣。傅翼戴角,分牙布爪,仰飛伏走,謂之禽獸,而禽獸未必無人心。雖有人心,以狀而見疏矣。庖犧氏、女媧氏、神農氏、夏后氏,蛇身人面,牛首虎鼻,此有非人之狀,而有大聖之德。夏桀、殷紂、魯桓、楚穆,狀貌七竅,皆同於人,而有禽獸之心。而衆人守一狀以求至智,未可幾也。黃帝與炎帝戰於阪泉之野,帥熊、羆、狼、豹、貙、虎爲前驅,鵰、鶡、鷹、鳶爲旗幟,此以力使禽獸者也。堯使夔典樂,擊石拊石,百獸率舞;《簫韶》九成,鳳皇來儀,此以聲致禽獸者也。然則禽獸之心,奚爲異人?形音與人異,而不知接之之道焉。聖人無所不知,無所不通,故得引而使之焉。禽獸之智有自然與人童者,其齊欲攝生,亦不假智於人也。牝牡相偶,母子相親;避平依險,違寒就溫;居則有羣,行則有列;小者居內,壯者居外;飲則相攜,食則鳴羣。太古之時,則與人同處,與人並行。帝王之時,始驚駭散亂矣。逮於末世,隱伏逃竄,以避患害。今東方介氏之國,其國人數數解六畜之語者,蓋偏知之所得。太古神聖之人,備知萬物情態,悉解異類音聲。會而聚之,訓而受之,同於人民。故先民會鬼神魑魅,次達八方人民,末聚禽獸蟲蛾。言血氣之類心智不殊遠也。神聖知其如此,故其所教訓者無所遺逸焉。
모습이 반드시 같지 않아도 슬기가 같고, 슬기가 반드시 같지 않아도 모습이 같다. 성인은 같은 슬기를 취하고 같은 모습을 버리는데, 뭇 사람은 같은 모습을 가까이하고 같은 슬기를 멀리한다.
모습이 나와 같은 것은 가까이하여 사랑하고 모습이 나와 다른 것은 멀리하여 두려워한다. 일곱 자 몸에 손과 발이 다르고 머리털을 이고 이를 물고 기대어 다니는 것을 사람이라 하는데, 사람이라고 반드시 짐승의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짐승의 마음이 있어도 모습 때문에 친하게 여겨진다.
날개를 붙이고 뿔을 이고 어금니를 벌리고 발톱을 펴서 우러러 날고 엎드려 달리는 것을 새와 짐승이라 하는데, 새와 짐승이라고 반드시 사람의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 있어도 모습 때문에 멀리 여겨진다.
포희씨와 여와씨와 신농씨와 하후씨는 뱀의 몸에 사람의 낯이요 소의 머리에 범의 코였다. 이는 사람 아닌 모습이 있으면서 큰 성인의 덕이 있은 것이다. 하나라 걸과 은나라 주와 노나라 환공과 초나라 목왕은 모습과 일곱 구멍이 다 사람과 같으면서 새와 짐승의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뭇 사람이 한 모습만 지켜 지극한 슬기를 구하니 바랄 수 없는 일이다.
황제가 염제와 판천(阪泉)의 들에서 싸울 때 곰과 말곰과 이리와 표범과 승냥이와 범을 거느려 앞잡이로 삼고 수리와 할단새와 매와 소리개를 깃발로 삼았으니, 이는 힘으로 새와 짐승을 부린 것이다.
요임금이 기(夔)에게 음악을 맡기니 돌을 치고 돌을 두드리매 온갖 짐승이 따라 춤추었고, 「소소(簫韶)」를 아홉 번 이루매 봉황이 와서 몸짓하였으니, 이는 소리로 새와 짐승을 부른 것이다.
그러한즉 새와 짐승의 마음이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 꼴과 소리가 사람과 다르니 사귀는 도를 알지 못할 뿐이다. 성인은 알지 못하는 바가 없고 통하지 못하는 바가 없으므로 이끌어 부릴 수 있었다.
새와 짐승의 슬기에 저절로 사람과 같은 바가 있다. 그 살기를 바라고 목숨을 지킴이 사람에게 슬기를 빌리지 않는다. 암수가 짝을 짓고 어미와 새끼가 서로 친하며, 평지를 피하고 험한 데 붙으며, 추위를 피하고 따뜻한 데로 나아가며, 머물면 떼가 있고 다니면 줄이 있으며, 어린 것은 안에 있고 굳센 것은 밖에 있으며, 마실 때는 서로 이끌고 먹을 때는 무리를 부른다.
아득한 옛적에는 사람과 함께 살고 사람과 나란히 다녔다. 제왕의 때에 이르러 비로소 놀라 흩어졌고, 말세에 이르러 숨고 엎디고 달아나 근심과 해를 피하였다.
이제 동녘 개씨(介氏)의 나라에는 그 나라 사람 가운데 여섯 가축의 말을 곧잘 알아듣는 이가 있으니 아마 치우쳐 아는 데서 얻은 것이다. 아득한 옛적 신령하고 거룩한 사람은 만물의 정과 모양을 두루 알고 다른 무리의 소리를 다 알아들었다. 모아서 거두고 가르쳐서 받아들여 사람과 같이 하였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먼저 귀신과 도깨비를 모으고, 다음으로 팔방의 사람들에게 이르고, 끝으로 새와 짐승과 벌레와 나방을 모았다. 피와 기운 있는 무리는 마음과 슬기가 그리 멀지 않다는 말이다. 신령하고 거룩한 이는 그것이 이러한 줄 알았으므로 가르친 바에 빠뜨린 것이 없었다.
宋有狙公者,愛狙,養之成羣,能解狙之意,狙亦得公之心。損其家口,充狙之欲。俄而匱焉,將限其食。恐衆狙之不馴於己也,先誑之曰:「與若芧,朝三而暮四,足乎?」衆狙皆起而怒。俄而曰:「與若芧,朝四而暮三,足乎?」衆狙皆伏而喜。物之以能鄙相籠,皆猶此也。聖人以智籠羣愚,亦猶狙公之以智籠衆狙也。名實不虧,使其喜怒哉!
송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이가 있었다. 원숭이를 사랑하여 길러 떼를 이루었고 원숭이의 뜻을 알아들었으며 원숭이 또한 저공의 마음을 알았다. 제 집 식구의 먹을 것을 덜어 원숭이의 바람을 채웠다.
이윽고 모자라게 되자 그 먹이를 줄이려 하였다. 뭇 원숭이가 저에게 길들지 않을까 두려워 먼저 속여 말하였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이면 넉넉하겠느냐.」
뭇 원숭이가 다 일어나 성내었다. 이윽고 말하였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이면 넉넉하겠느냐.」
뭇 원숭이가 다 엎드려 기뻐하였다.
물건이 잘남과 못남으로 서로 옭아매는 것이 다 이와 같다. 성인이 슬기로 뭇 어리석은 이를 옭아매는 것도 저공이 슬기로 뭇 원숭이를 옭아매는 것과 같다. 이름과 알맹이가 이지러지지 않았는데도 기뻐하고 성내게 한 것이다.
紀渻子爲周宣王養鬭雞,十日而問:「雞可鬭已乎?」曰:「未也,方虛驕而恃氣。」十日又問。曰:「未也,猶應影嚮。」十日又問。曰:「未也,猶疾視而盛氣。」十日又問。曰:「幾矣。雞雖有鳴者,已無變矣,望之似木雞矣,其德全矣。異雞無敢應者,反走耳。」
기성자(紀渻子)가 주 선왕을 위하여 싸움닭을 길렀다.
열흘 만에 물었다. 「닭이 싸울 만한가.」
말하였다. 「아직입니다. 부질없이 뽐내며 기운을 믿습니다.」
열흘 만에 또 물었다. 말하였다. 「아직입니다. 아직 그림자와 소리에 응합니다.」
열흘 만에 또 물었다. 말하였다. 「아직입니다. 아직 노려보며 기운이 성합니다.」
열흘 만에 또 물었다. 말하였다. 「거의 되었습니다. 다른 닭이 울어도 이제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바라보면 나무 닭 같아 그 덕이 온전합니다. 다른 닭이 감히 맞서는 것이 없어 돌아서 달아날 뿐입니다.」
惠盎見宋康王。康王蹀足謦欬,疾言曰:「寡人之所說者,勇有力也,不說爲仁義者也。客將何以教寡人?」惠盎對曰:「臣有道於此,使人雖勇,刺之不入;雖有力,擊之弗中。大王獨無意邪?」宋王曰:「善。此寡人之所欲聞也。」惠盎曰:「夫刺之不入,擊之不中,此猶辱也。臣有道於此,使人雖有勇,弗敢刺;雖有力,弗敢擊。夫弗敢,非無其志也。臣有道於此,使人本無其志也。夫無其志也,未有愛利之心也。臣有道於此,使天下丈夫女子莫不驩然皆欲愛利之。此其賢於勇有力也,四累之上也。大王獨無意邪?」宋王曰:「此寡人之所欲得也。」惠盎對曰:「孔墨是已。孔丘墨翟無地而爲君,無官而爲長,天下丈夫女子莫不延頸舉踵而願安利之。今大王,萬乘之主也,誠有其志,則四竟之內皆得其利矣,其賢於孔墨也遠矣。」宋王無以應。惠盎趨而出。宋王謂左右曰:「辯矣,客之以說服寡人也!」
혜앙(惠盎)이 송 강왕을 뵈었다. 강왕은 발을 구르고 헛기침을 하며 빠르게 말하였다.
「과인이 좋아하는 것은 날래고 힘 있는 것이지 어짊과 옳음을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소. 손께서는 무엇으로 과인을 가르치려 하시오.」
혜앙이 대답하였다. 「신에게 여기 도가 있어 사람이 아무리 날래도 찔러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아무리 힘이 있어도 쳐서 맞히지 못하게 합니다. 대왕께서는 홀로 뜻이 없으십니까.」
송왕이 말하였다. 「좋소. 이것이 과인이 듣고자 하던 바요.」
혜앙이 말하였다.
「무릇 찔러도 들어가지 못하고 쳐도 맞히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욕된 일입니다. 신에게 여기 도가 있어 사람이 아무리 날래도 감히 찌르지 못하게 하고 아무리 힘이 있어도 감히 치지 못하게 합니다.
무릇 감히 못한다는 것은 그 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신에게 여기 도가 있어 사람에게 본디 그 뜻이 없게 합니다.
무릇 그 뜻이 없다는 것은 아직 사랑하고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에게 여기 도가 있어 천하의 사내와 여인이 기뻐하며 다 그를 사랑하고 이롭게 하고자 하지 않는 이가 없게 합니다.
이것이 날래고 힘 있는 것보다 나으니 네 층 위입니다. 대왕께서는 홀로 뜻이 없으십니까.」
송왕이 말하였다. 「이것이 과인이 얻고자 하던 바요.」
혜앙이 대답하였다. 「공자와 묵자가 그러합니다. 공구와 묵적은 땅이 없으면서 임금이 되었고 벼슬이 없으면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천하의 사내와 여인이 목을 늘이고 발꿈치를 들어 그들을 편안하고 이롭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제 대왕께서는 만승의 임금이십니다. 참으로 그 뜻이 있으시면 네 지경 안이 다 그 이로움을 얻을 것이니 공자와 묵자보다 훨씬 나을 것입니다.」
송왕이 응할 말이 없었다. 혜앙이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송왕이 곁의 사람에게 말하였다. 「말을 잘하는구나. 손이 말로 과인을 굴복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