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湯問篇

열자 列子 · 열어구(列禦寇)의 이름으로 전함 · 지금 판본은 4세기 무렵 · 단락 17 · 한자 5,222자 · 낭독 20.9분

「열자」 탕문 「湯問篇」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도덕경·장자와 함께 도가 셋으로 꼽히나 읽는 맛이 사뭇 다르다. 따지기보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뒷날 말이 되어 남았다. 하늘이 무너질까 잠 못 들던 기나라 사람(기우), 산을 옮기겠다며 자손을 세던 우공(우공이산),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주자 성내던 원숭이들(조삼모사), 거문고 소리에서 태산과 강물을 알아듣던 종자기(지음)가 다 이 책에서 나왔다. 여덟 편의 결이 서로 다르다. 천서·황제는 나고 달라짐을 말하고, 주목왕은 꿈과 깨어 있음의 경계를 흔들며, 탕문은 서가에서 가장 큰 상상을 편다 — 밑 없는 골짜기 귀허와 다섯 산을 이고 선 큰 자라, 사람과 똑같이 걷고 노래하다 갈라 보니 가죽과 나무였던 언사의 인형. 역명은 힘과 목숨을 마주 앉혀 다투게 하고, 양주는 「내 터럭 하나로 천하를 이롭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자리이며, 설부는 짧은 이야기 서른네 조각으로 끝을 맺는다.

殷湯問於夏革曰:「古初有物乎?」夏革曰:「古初無物,今惡得物?後之人將謂今之無物,可乎?」殷湯曰:「然則物無先後乎?」夏革曰:「物之終始,初無極已。始或爲終,終或爲始,惡知其紀?然自物之外,自事之先,朕所不知也。」殷湯曰:「然則上下八方有極盡乎?」革曰:「不知也。」湯固問。革曰:「無則無極,有則有盡,朕何以知之?然無極之外復無無極,無盡之中復無無盡。無極復無無極,無盡復無無盡。朕以是知其無極無盡也,而不知其有極有盡也。」湯又問曰:「四海之外奚有?」革曰:「猶齊州也。」湯曰:「汝奚以實之?」革曰:「朕東行至營,人民猶是也。問營之東,復猶營也。西行至豳,人民猶是也。問豳之西,復猶豳也。朕以是知四海、四荒、四極之不異是也。故大小相含,無窮極也。含萬物者,亦如含天地。含萬物也故不窮,含天地也故無極。朕亦焉知天地之表不有大天地者乎?亦吾所不知也。然則天地亦物也。物有不足,故昔者女媧氏練五色石以補其闕,斷鼇之足以立四極。其後共工氏與顓頊爭爲帝,怒而觸不周之山,折天柱,絕地維,故天傾西北,日月辰星就焉;地不滿東南,故百川水潦歸焉。」湯又問:「物有巨細乎?有修短乎?有同異乎?」革曰:「渤海之東不知幾億萬里,有大壑焉,實惟無底之谷,其下無底,名曰歸墟。八紘九野之水,天漢之流,莫不注之,而無增無減焉。其中有五山焉:一曰岱輿,二曰員嶠,三曰方壺,四曰瀛洲,五曰蓬萊。其山高下周旋三萬里,其頂平處九千里。山之中閒相去七萬里,以爲鄰居焉。其上臺觀皆金玉,其上禽獸皆純縞。珠玕之樹皆叢生,華實皆有滋味,食之皆不老不死。所居之人皆仙聖之種,一日一夕飛相往來者,不可數焉。而五山之根無所連箸,常隨潮波上下往還,不得蹔峙焉。仙聖毒之,訴之於帝。帝恐流於西極,失羣仙聖之居,乃命禺彊使巨鼇十五舉首而戴之。迭爲三番,六萬歲一交焉。五山始峙而不動。而龍伯之國有大人,舉足不盈數步而暨五山之所,一釣而連六鼇,合負而趣歸其國,灼其骨以數焉。於是岱輿員嶠二山流於北極,沈於大海,仙聖之播遷者巨億計。帝憑怒,侵減龍伯之國使阨,侵小龍伯之民使短。至伏羲神農時,其國人猶數十丈。從中州以東四十萬里得僬僥國,人長一尺五寸。東北極有人名曰諍人,長九寸。荆之南有冥靈者,以五百歲爲春,五百歲爲秋。上古有大椿者,以八千歲爲春,八千歲爲秋。朽壤之上有菌芝者,生於朝,死於晦。春夏之月有蠓蚋者,因雨而生,見陽而死。終北之北有溟海者,天池也,有魚焉,其廣數千里,其長稱焉,其名爲鯤。有鳥焉,其名爲鵬,翼若垂天之雲,其體稱焉。世豈知有此物哉?大禹行而見之,伯益知而名之,夷堅聞而志之。江浦之間生麼蟲,其名曰焦螟,羣飛而集於蚊睫,弗相觸也。栖宿去來,蚊弗覺也。離朱子羽方晝拭眥揚眉而望之,弗見其形;䚦俞師曠方夜擿耳俛首而聽之,弗聞其聲。唯黃帝與容成子居空峒之上,同齋三月,心死形廢,徐以神視,塊然見之,若嵩山之阿;徐以氣聽,砰然聞之,若雷霆之聲。吳楚之國有大木焉,其名爲櫾,碧樹而冬生,實丹而味酸。食其皮汁,已憤厥之疾。齊州珍之,渡淮而北而化爲枳焉。鸜鵒不踰濟,貉踰汶則死矣,地氣然也。雖然,形氣異也,性鈞已,無相易已。生皆全已,分皆足已,吾何以識其巨細?何以識其修短?何以識其同異哉?」

은나라 탕이 하혁(夏革)에게 물었다. 「아득한 처음에 물건이 있었습니까.」

하혁이 말하였다. 「아득한 처음에 물건이 없었다면 지금 어찌 물건이 있겠습니까. 뒷사람이 지금 물건이 없었다 한다면 옳겠습니까.」

탕이 말하였다. 「그러면 물건에는 먼저와 나중이 없습니까.」

하혁이 말하였다. 「물건의 마침과 비롯함은 처음부터 끝이 없습니다. 비롯함이 마침이 되기도 하고 마침이 비롯함이 되기도 하니 그 벼리를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나 물건의 밖과 일의 앞은 제가 알지 못하는 바입니다.」

탕이 말하였다. 「그러면 위아래와 팔방에 끝과 다함이 있습니까.」

하혁이 말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탕이 굳이 물었다. 하혁이 말하였다.

「없음이면 끝이 없고 있음이면 다함이 있으니 제가 무엇으로 그것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끝없음의 밖에 다시 끝없음이 없고, 다함없음의 안에 다시 다함없음이 없습니다. 끝없음에 다시 끝없음이 없고 다함없음에 다시 다함없음이 없습니다. 저는 이로써 그것이 끝없고 다함없음을 알 뿐, 그것에 끝이 있고 다함이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탕이 또 물었다. 「온 세상 밖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하혁이 말하였다. 「중원과 같습니다.」

탕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으로 그것을 실하다 합니까.」

하혁이 말하였다.

「제가 동으로 가서 영(營)에 이르렀는데 사람이 이곳과 같았습니다. 영의 동쪽을 물으니 다시 영과 같다 하였습니다. 서로 가서 빈(豳)에 이르렀는데 사람이 이곳과 같았습니다. 빈의 서쪽을 물으니 다시 빈과 같다 하였습니다.

저는 이로써 온 세상과 먼 변방과 땅끝이 이곳과 다르지 않음을 압니다. 그러므로 큰 것과 작은 것이 서로 머금어 다함이 없습니다. 만물을 머금는 것도 하늘과 땅을 머금는 것과 같습니다. 만물을 머금으므로 다하지 않고 하늘과 땅을 머금으므로 끝이 없습니다.

제가 또 어찌 하늘과 땅의 겉에 더 큰 하늘과 땅이 없는 줄 알겠습니까. 이 또한 제가 알지 못하는 바입니다.

그러한즉 하늘과 땅도 물건입니다. 물건에는 모자란 데가 있으므로 옛날 여와씨가 다섯 빛깔 돌을 달구어 그 빈 데를 메우고 자라의 발을 잘라 네 끝을 세웠습니다.

그 뒤에 공공씨가 전욱과 임금 되기를 다투다가 성이 나 부주산(不周之山)을 들이받아 하늘 기둥을 꺾고 땅 벼리를 끊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서북으로 기울어 해와 달과 별이 그리로 나아가고, 땅이 동남에 차지 않아 온갖 내와 물이 그리로 돌아갑니다.」

탕이 또 물었다. 「물건에 크고 작음이 있습니까. 길고 짧음이 있습니까. 같고 다름이 있습니까.」

하혁이 말하였다.

「발해의 동쪽으로 몇 억만 리인지 알 수 없는 데에 큰 구렁이 있으니 참으로 밑 없는 골짜기입니다. 그 아래에 바닥이 없어 이름을 귀허(歸墟)라 합니다. 여덟 벼리와 아홉 들의 물과 은하수의 흐름이 거기로 쏟아지지 않는 것이 없는데 늘지도 줄지도 않습니다.

그 가운데 다섯 산이 있으니 첫째는 대여(岱輿)요 둘째는 원교(員嶠)요 셋째는 방호(方壺)요 넷째는 영주(瀛洲)요 다섯째는 봉래(蓬萊)입니다. 그 산은 높이와 둘레가 삼만 리요 그 꼭대기의 평평한 데가 구천 리입니다. 산과 산 사이가 칠만 리인데 이웃하여 삽니다.

그 위의 대와 누각이 다 금과 옥이요 그 위의 새와 짐승이 다 순전히 흽니다. 구슬나무와 옥나무가 다 떨기로 나고 꽃과 열매가 다 맛이 있어 먹으면 다 늙지도 죽지도 않습니다. 거기 사는 사람은 다 신선과 성인의 씨라 하루 낮과 하루 밤에 날아 서로 오가는 이를 셀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섯 산의 뿌리가 잇닿아 붙은 데가 없어 늘 물결을 따라 오르내리고 오가서 잠시도 우뚝 서 있지 못하였습니다. 신선과 성인이 이를 괴로워하여 하느님께 하소연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서녘 끝으로 떠내려가 뭇 신선과 성인의 살 곳을 잃을까 두려워하여 우강(禺彊)에게 명하여 큰 자라 열다섯 마리로 머리를 들어 이고 있게 하였습니다. 세 패로 갈마들어 육만 해에 한 번씩 갈렸습니다. 다섯 산이 비로소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용백(龍伯)의 나라에 큰 사람이 있어 발을 들어 몇 걸음도 되지 않아 다섯 산이 있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한 번 낚아 여섯 자라를 이어 걸고 아울러 지고 제 나라로 달려 돌아가 그 뼈를 태워 점을 쳤습니다.

이에 대여와 원교 두 산이 북쪽 끝으로 떠내려가 큰 바다에 잠기니 옮겨 흩어진 신선과 성인이 억으로 헤아렸습니다. 하느님이 크게 성이 나 용백의 나라를 줄여 좁게 하고 용백의 백성을 작게 하여 짧게 하였습니다. 복희와 신농 때에 이르러서도 그 나라 사람은 오히려 수십 길이었습니다.

중주에서 동으로 사십만 리에 초요국(僬僥國)이 있는데 사람의 키가 한 자 다섯 치입니다. 동북 끝에 쟁인(諍人)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키가 아홉 치입니다.

형(荆)의 남쪽에 명령(冥靈)이라는 나무가 있어 오백 해를 봄으로 삼고 오백 해를 가을로 삼습니다. 아득한 옛날에 대춘(大椿)이라는 나무가 있어 팔천 해를 봄으로 삼고 팔천 해를 가을로 삼았습니다. 썩은 흙 위에 균지(菌芝)라는 것이 있어 아침에 나서 그믐에 죽습니다. 봄여름 달에 하루살이가 있어 비로 말미암아 나서 볕을 보면 죽습니다.

종북(終北)의 북쪽에 명해(溟海)라는 것이 있으니 하늘 못입니다. 거기 물고기가 있어 그 너비가 몇천 리요 그 길이가 거기 걸맞으니 이름을 곤(鯤)이라 합니다. 거기 새가 있어 이름을 붕(鵬)이라 하는데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고 그 몸이 거기 걸맞습니다. 세상이 어찌 이런 물건이 있는 줄 알겠습니까. 대우가 다니다가 보았고 백익이 알아 이름 지었고 이견이 듣고 적었습니다.

강가에 아주 작은 벌레가 나는데 이름을 초명(焦螟)이라 합니다. 떼 지어 날아 모기의 속눈썹에 모이는데 서로 부딪히지 않습니다. 깃들고 자고 오가되 모기가 깨닫지 못합니다. 이주(離朱)와 자우(子羽)가 한낮에 눈시울을 닦고 눈썹을 치켜 바라보아도 그 꼴을 보지 못하고, 지유(䚦俞)와 사광(師曠)이 밤중에 귀를 후비고 머리를 숙여 들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오직 황제가 용성자(容成子)와 함께 공동산 위에 있으면서 석 달을 함께 재계하여 마음이 죽고 꼴이 스러진 뒤에, 천천히 신으로 보니 흙덩이처럼 뚜렷이 보이는 것이 숭산의 언덕 같았고, 천천히 기운으로 들으니 우렁차게 들리는 것이 우레 소리 같았습니다.

오나라와 초나라에 큰 나무가 있어 이름을 유(櫾)라 합니다. 푸른 나무로 겨울에도 자라고 열매가 붉으며 맛이 십니다. 그 껍질과 즙을 먹으면 답답하고 거스르는 병이 그칩니다. 중원에서는 이를 귀히 여기는데, 회수를 건너 북으로 가면 탱자로 달라집니다. 구관조는 제수를 넘지 않고 담비는 문수를 넘으면 죽으니 땅의 기운이 그러합니다.

그러하나 꼴과 기운이 다를 뿐 성품은 고릅니다. 서로 바꿀 것이 없습니다. 삶이 다 온전할 뿐이요 몫이 다 넉넉할 뿐입니다. 제가 무엇으로 그 크고 작음을 알며 무엇으로 그 길고 짧음을 알며 무엇으로 그 같고 다름을 알겠습니까.」

太行、王屋二山,方七百里,高萬仞,本在冀州之南,河陽之北。北山愚公者,年且九十,面山而居,懲山北之塞,出入之迂也,聚室而謀曰:「吾與汝畢力平險,指通豫南,達于漢陰,可乎?」雜然相許。其妻獻疑曰:「以君之力,曾不能損魁父之丘,如太行、王屋何?且焉置土石?」雜曰:「投諸渤海之尾,隱土之北。」遂率子孫荷擔者三夫,叩石墾壤,箕畚運於渤海之尾。鄰人京城氏之孀妻有遺男,始齔,跳往助之。寒暑易節,始一反焉。河曲智叟笑而止之,曰:「甚矣,汝之不惠!以殘年餘力,曾不能毀山之一毛,其如土石何?」北山愚公長息曰:「汝心之固,固不可徹,曾不若孀妻弱子。雖我之死,有子存焉;子又生孫,孫又生子;子又有子,子又有孫,子子孫孫無窮匱也,而山不加增,何苦而不平?」河曲智叟亡以應。操蛇之神聞之,懼其不已也,告之於帝。帝感其誠,命夸蛾氏二子負二山,一厝朔東,一厝雍南。自此,冀之南,漢之陰,無隴斷焉。

태행산과 왕옥산 두 산은 사방 칠백 리요 높이가 만 길인데 본디 기주의 남쪽과 하양의 북쪽에 있었다.

북산의 우공(愚公)은 나이 아흔에 가까웠는데 산을 마주하고 살았다. 산 북쪽이 막혀 드나들기에 에도는 것을 괴로워하여 집안을 모아 꾀하였다. 「내가 너희와 힘을 다하여 험한 데를 고르고 예주 남쪽으로 곧바로 통하여 한수 남쪽에 이르고자 하는데 되겠느냐.」

여럿이 이러니저러니 하면서도 함께 허락하였다. 그 아내가 의심을 내어 말하였다. 「그대의 힘으로는 괴보(魁父)의 언덕도 덜지 못하는데 태행과 왕옥을 어찌하겠소. 또 흙과 돌은 어디에 두겠소.」

여럿이 말하였다. 「발해 끝 은토(隱土)의 북쪽에 던지지요.」

마침내 자손 가운데 짐 질 수 있는 사내 셋을 이끌고 돌을 쪼고 흙을 파서 삼태기로 발해 끝에 날랐다. 이웃 경성씨(京城氏)의 과부에게 남긴 아들이 있어 이를 갈 나이인데 뛰어와 도왔다. 추위와 더위가 철을 바꾸어야 비로소 한 번 돌아왔다.

하곡의 지수(智叟)가 웃으며 말렸다. 「심하구려, 그대의 슬기롭지 못함이. 남은 나이와 남은 힘으로는 산의 터럭 하나도 헐지 못하는데 흙과 돌을 어찌하겠소.」

북산의 우공이 길게 한숨짓고 말하였다. 「그대의 마음이 굳어 참으로 트이지 않으니 과부와 어린아이만도 못하오. 비록 내가 죽어도 아들이 있고, 아들이 또 손자를 낳고 손자가 또 아들을 낳소. 아들이 또 아들이 있고 아들이 또 손자가 있어 아들과 손자가 다함이 없는데 산은 더 불지 않으니 무엇을 걱정하여 고르지 못하겠소.」

하곡의 지수가 응할 말이 없었다.

뱀을 쥔 신이 듣고 그가 그치지 않을까 두려워 하느님께 아뢰었다. 하느님이 그 정성에 움직여 과아씨(夸蛾氏)의 두 아들에게 명하여 두 산을 지게 하니, 하나는 삭방 동쪽에 두고 하나는 옹주 남쪽에 두었다. 이로부터 기주의 남쪽과 한수의 남쪽에는 가로막는 언덕이 없다.

夸父不量力,欲追日影,逐之於隅谷之際,渴欲得飲,赴飲河渭。河渭不足,將走北飲大澤。未至,道渴而死。棄其杖,尸膏肉所浸,生鄧林,鄧林彌廣數千里焉。

과보(夸父)가 제 힘을 헤아리지 않고 해 그림자를 좇으려 하였다. 우곡(隅谷) 가에서 좇다가 목이 말라 마시고자 하여 하수와 위수로 달려가 마셨다. 하수와 위수로 넉넉하지 않아 북으로 달려가 큰 못을 마시려 하였다. 이르지 못하고 길에서 목말라 죽었다. 그 지팡이를 버렸는데 주검의 기름과 살이 밴 곳에서 등림(鄧林)이 났으니 등림이 몇천 리에 걸쳐 넓다.

大禹曰:「六合之間,四海之內,照之以日月,經之以星辰,紀之以四時,要之以太歲。神靈所生,其物異形,或夭或壽,唯聖人能通其道。」夏革曰:「然則亦有不待神靈而生,不待陰陽而形,不待日月而明,不待殺戮而夭,不待將迎而壽,不待五穀而食,不待繒纊而衣,不待舟車而行,其道自然,非聖人之所通也。」

대우가 말하였다. 「하늘과 땅과 사방 사이와 온 세상 안을 해와 달로 비추고 별로 날실 삼고 네 철로 벼리 삼고 태세(太歲)로 매듭짓는다. 신령이 낳은 바에 그 물건이 꼴을 달리하여 더러는 일찍 죽고 더러는 오래 사니 오직 성인만이 그 도에 통한다.」

하혁이 말하였다. 「그러하나 또한 신령을 기다리지 않고 나고, 음양을 기다리지 않고 꼴을 이루고, 해와 달을 기다리지 않고 밝고, 죽임을 기다리지 않고 일찍 죽고, 보내고 맞음을 기다리지 않고 오래 살고, 오곡을 기다리지 않고 먹고, 비단과 솜을 기다리지 않고 입고, 배와 수레를 기다리지 않고 다니는 것이 있다. 그 도는 저절로 그러하니 성인이 통할 바가 아니다.」

禹之治水土也,迷而失塗,謬之一國。濱北海之北,不知距齊州幾千萬里。其國名曰終北,不知際畔之所齊限,無風雨霜露,不生鳥獸、蟲魚、草木之類。四方悉平,周以喬陟。當國之中有山,山名壺領,狀若甔甀。頂有口,狀若員環,名曰滋穴。有水湧出,名曰神瀵,臭過蘭椒,味過醪醴。一源分爲四埒,注於山下。經營一國,亡不悉徧。土氣和,亡札厲。人性婉而從物,不競不爭;柔心而弱骨,不驕不忌;長幼儕居,不君不臣;男女雜游,不媒不聘;緣水而居,不耕不稼;土氣溫適,不織不衣;百年而死,不夭不病。其民孳阜亡數,有喜樂,亡衰老哀苦。其俗好聲,相攜而迭謠,終日不輟音。飢惓則飲神瀵,力志和平。過則醉,經旬乃醒。沐浴神瀵,膚色脂澤,香氣經旬乃歇。周穆王北遊過其國,三年忘歸。既反周室,慕其國,𢠵然自失,不進酒肉,不召嬪御者,數月乃復。管仲勉齊桓公因遊遼口,俱之其國,幾尅舉。隰朋諫曰:「君舍齊國之廣,人民之衆,山川之觀,殖物之阜,禮義之盛,章服之美,妖靡盈庭,忠良滿朝。肆咤則徒卒百萬,視撝則諸侯從命,亦奚羨於彼而棄齊國之社稷,從戎夷之國乎?此仲父之耄,柰何從之?」桓公乃止,以隰朋之言告管仲。仲曰:「此固非朋之所及也。臣恐彼國之不可知之也。齊國之富奚戀?隰朋之言奚顧?」

우가 물과 흙을 다스릴 때 길을 잃고 헤매다 한 나라에 잘못 들었다. 북쪽 바다의 북녘 가인데 중원에서 몇천만 리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나라 이름을 종북(終北)이라 하는데 가장자리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었다. 바람도 비도 서리도 이슬도 없고 새와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와 풀과 나무 무리가 나지 않았다. 사방이 다 평평하고 둘레는 높은 언덕으로 둘렸다.

나라 한가운데에 산이 있어 이름을 호령(壺領)이라 하는데 모양이 목 좁은 항아리 같았다. 꼭대기에 구멍이 있어 모양이 둥근 고리 같으니 이름을 자혈(滋穴)이라 하였다. 물이 솟아 나오는데 이름을 신분(神瀵)이라 하였다. 냄새가 난초와 산초를 넘고 맛이 단술을 넘었다. 한 근원이 네 갈래로 나뉘어 산 아래로 쏟아져 온 나라를 두루 돌아 미치지 않는 데가 없었다.

흙의 기운이 어우러져 돌림병이 없었다. 사람의 성품이 순하여 물건을 따르고 겨루지도 다투지도 않았다. 마음이 부드럽고 뼈가 약하며 뽐내지도 시새우지도 않았다. 어른과 아이가 나란히 살고 임금도 신하도 없었다. 사내와 여인이 섞여 노닐되 중매도 폐백도 없었다. 물을 따라 살고 갈지도 심지도 않았다. 흙의 기운이 따뜻하고 알맞아 짜지도 입지도 않았다. 백 해를 살고 죽으니 일찍 죽지도 앓지도 않았다.

그 백성은 불어 늘어 수를 알 수 없고 기쁨과 즐거움은 있으되 쇠하고 늙고 슬프고 괴로움이 없었다. 그 풍속이 소리를 좋아하여 서로 이끌고 번갈아 노래하며 온종일 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주리고 지치면 신분을 마셔 힘과 뜻이 고르고 편안해졌다. 지나치게 마시면 취하여 열흘이 지나야 깨었다. 신분에 목욕하면 살빛이 기름지고 윤이 나며 향기가 열흘이 지나야 스러졌다.

주 목왕이 북으로 노닐다 그 나라를 지나며 세 해를 돌아갈 것을 잊었다. 주나라 왕실에 돌아온 뒤에도 그 나라를 그리워하여 멍하니 넋을 잃고 술과 고기를 들지 않고 궁녀를 부르지 않기를 몇 달 만에야 돌아왔다.

관중이 제 환공에게 권하여 요구(遼口)에 노니는 길에 함께 그 나라에 가자 하여 거의 이룰 뻔하였다. 습붕(隰朋)이 간하였다.

「임금께서는 제나라의 넓음과 백성의 많음과 산과 내의 볼거리와 심고 기른 물건의 넉넉함과 예와 옳음의 성함과 옷과 관의 아름다움을 버리려 하십니까. 고운 이가 뜰에 가득하고 충성되고 어진 이가 조정에 찼습니다. 크게 꾸짖으면 걸어가는 군사가 백만이요 눈짓하면 제후가 명을 좇습니다. 또한 무엇이 부러워 제나라의 사직을 버리고 낯선 나라를 좇으시렵니까. 이는 중보(仲父)의 늙은 망령이니 어찌 좇으시겠습니까.」

환공이 이에 그만두고 습붕의 말을 관중에게 일렀다. 관중이 말하였다. 「이는 본디 습붕이 미칠 바가 아닙니다. 신은 그 나라를 알 수 없게 될까 두려울 뿐입니다. 제나라의 가멸음을 어찌 그리워하며 습붕의 말을 어찌 돌아보겠습니까.」

南國之人祝髮而裸,北國之人鞨巾而裘,中國之人冠冕而裳。九土所資,或農或商,或田或漁,如冬裘夏葛,水舟陸車。默而得之,性而成之。越之東有輒沐之國,其長子生,則鮮而食之,謂之宜弟。其大父死,負其大母而棄之,曰:「鬼妻不可以同居處。」楚之南有炎人之國,其親戚死,㱙其肉而棄之,然後埋其骨,迺成爲孝子。秦之西有儀渠之國者,其親戚死,聚祡積而焚之。燻則煙上,謂之登遐,然後成爲孝子。此上以爲政,下以爲俗,而未足爲異也。

남쪽 나라 사람은 머리를 깎고 벗고 다니며, 북쪽 나라 사람은 두건을 쓰고 갖옷을 입으며, 가운데 나라 사람은 관을 쓰고 치마를 입는다. 아홉 땅이 대는 것에 따라 더러는 농사하고 더러는 장사하고 더러는 사냥하고 더러는 고기잡이하니, 겨울에 갖옷 입고 여름에 갈옷 입으며 물에서 배를 타고 뭍에서 수레를 타는 것과 같다. 잠자코 얻고 성품으로 이룬다.

월나라의 동쪽에 첩목(輒沐)의 나라가 있다. 맏아들이 나면 잘라서 먹으며 이를 아우에게 마땅한 일이라 한다. 할아비가 죽으면 할미를 업어다 버리며 말한다. 「귀신의 아내와는 함께 살 수 없다.」

초나라의 남쪽에 염인(炎人)의 나라가 있다. 그 어버이가 죽으면 그 살을 썩혀 버린 뒤에 그 뼈를 묻으니 그래야 효자가 된다.

진나라의 서쪽에 의거(儀渠)의 나라가 있다. 그 어버이가 죽으면 섶을 모아 쌓고 태운다. 그을려 연기가 오르는 것을 「하늘로 오른다」 하니 그래야 효자가 된다.

이것을 위에서는 정사로 삼고 아래에서는 풍속으로 삼으니 이상하다 할 것이 못 된다.

孔子東游,見兩小兒辯鬬,問其故。一兒曰:「我以日始出時去人近,而日中時遠也。」一兒以日初出遠,而日中時近也。一兒曰:「日初出大如車蓋,及日中則如盤盂,此不爲遠者小而近者大乎?」一兒曰:「日初出滄滄涼涼,及其日中如探湯,此不爲近者熱而遠者涼乎?」孔子不能決也。兩小兒笑曰:「孰爲汝多知乎?」

공자가 동으로 노닐다가 두 어린아이가 따지며 다투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한 아이가 말하였다. 「나는 해가 처음 뜰 때 사람에게 가깝고 한낮에 멀다고 생각해.」

한 아이는 해가 처음 뜰 때 멀고 한낮에 가깝다고 하였다.

한 아이가 말하였다. 「해가 처음 뜰 때는 수레 덮개만큼 큰데 한낮이 되면 소반만 해. 이는 먼 것이 작고 가까운 것이 큰 것 아니야.」

한 아이가 말하였다. 「해가 처음 뜰 때는 서늘하고 선선한데 한낮이 되면 끓는 물에 손을 넣은 것 같아. 이는 가까운 것이 뜨겁고 먼 것이 서늘한 것 아니야.」

공자가 판가름하지 못하였다. 두 어린아이가 웃으며 말하였다. 「누가 그대더러 아는 것이 많다고 했나요.」

均,天下之至理也,連於形物亦然。均髮均縣,輕重而髮絕,髮不均也。均也,其絕也莫絕。人以爲不然,自有知其然者也。詹何以獨繭絲爲綸,芒鍼爲鉤,荆篠爲竿,剖粒爲餌,引盈車之魚於百仞之淵、汩流之中,綸不絕,鉤不伸,竿不橈。楚王聞而異之,召問其故。詹何曰:「臣聞先大夫之言,蒲且子之弋也,弱弓纖繳,乘風振之,連雙鶬於青雲之際。用心專,動手均也。臣因其事,放而學釣,五年始盡其道。當臣之臨河持竿,心無雜慮,唯魚之念;投綸沈鉤,手無輕重,物莫能亂。魚見臣之鉤餌,猶沈埃聚沫,吞之不疑。所以能以弱制彊,以輕致重也。大王治國誠能若此,則天下可運於一握,將亦奚事哉?」楚王曰:「善。」

고름은 천하의 지극한 이치다. 꼴 있는 물건에 이어져도 그러하다. 고른 터럭에 고르게 매달았는데 무게가 치우쳐 터럭이 끊어지는 것은 터럭이 고르지 않기 때문이다. 고르면 끊어질 것도 끊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지 않다 여기나 절로 그러한 줄 아는 이가 있다.

첨하(詹何)가 외올 고치실로 낚싯줄을 삼고 가는 바늘로 낚시를 삼고 가시나무 가지로 낚싯대를 삼고 쪼갠 낟알로 미끼를 삼아, 백 길 못 소용돌이 가운데서 수레에 가득할 물고기를 끌어냈는데 줄이 끊어지지 않고 낚시가 펴지지 않고 대가 휘지 않았다.

초나라 왕이 듣고 이상히 여겨 불러 그 까닭을 물었다. 첨하가 말하였다.

「신이 돌아가신 대부의 말씀을 들으니, 포저자(蒲且子)가 주살을 쏠 때 약한 활과 가는 줄을 바람에 태워 떨쳐 푸른 구름 가에서 두 마리 왜가리를 잇달아 잡았다 합니다. 마음 씀이 오롯하고 손놀림이 고른 것입니다.

신이 그 일을 좇아 본떠 낚시를 배워 다섯 해 만에 비로소 그 도를 다하였습니다. 신이 물가에서 대를 잡을 때에는 마음에 딴 생각이 없고 오직 물고기만 생각합니다. 줄을 던지고 낚시를 잠글 때 손에 가볍고 무거움이 없어 물건이 어지럽히지 못합니다. 물고기가 신의 낚시와 미끼를 보고도 잠긴 티끌이나 모인 거품처럼 여겨 의심 없이 삼킵니다. 그래서 약한 것으로 굳센 것을 누르고 가벼운 것으로 무거운 것을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대왕께서 나라를 다스림에 참으로 이와 같이 하실 수 있다면 천하를 한 줌에 돌릴 수 있으니 또 무엇을 일삼으시겠습니까.」

초나라 왕이 말하였다. 「좋다.」

魯公扈、趙齊嬰二人有疾,同請扁鵲求治。扁鵲治之。既同愈,謂公扈、齊嬰曰:「汝曩之所疾,自外而干府藏者,固藥石之所已。今有偕生之疾,與體偕長,今爲汝攻之,何如?」二人曰:「願先聞其驗。」扁鵲謂公扈曰:「汝志彊而氣弱,故足於謀而寡於斷。齊嬰志弱而氣彊,故少於慮而傷於專。若換汝之心,則均於善矣。」扁鵲遂飲二人毒酒,迷死三日,剖胷探心,易而置之;投以神藥,既悟如初。二人辭歸。於是公扈反齊嬰之室,而有其妻子,妻子弗識。齊嬰亦反公扈之室,有其妻子,妻子亦弗識。二室因相與訟,求辨於扁鵲。扁鵲辨其所由,訟乃已。

노나라 공호(公扈)와 조나라 제영(齊嬰) 두 사람이 병이 있어 함께 편작에게 고쳐 주기를 청하였다. 편작이 고쳤다. 둘 다 나은 뒤에 공호와 제영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이 지난날 앓던 것은 밖에서 들어와 오장육부를 범한 것이니 본디 약과 침으로 그칠 수 있는 것이오. 이제 나면서 함께 온 병이 있어 몸과 함께 자랐소.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그것을 다스리면 어떻겠소.」

두 사람이 말하였다. 「먼저 그 증험을 듣기를 바랍니다.」

편작이 공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뜻이 굳세고 기운이 약하므로 꾀에는 넉넉하나 결단이 적소. 제영은 뜻이 약하고 기운이 굳세므로 생각이 적고 오로지함에 상하오. 그대들의 마음을 바꾸면 다 좋아질 것이오.」

편작이 마침내 두 사람에게 독한 술을 마시게 하여 사흘을 혼미하여 죽은 듯하게 하고, 가슴을 갈라 마음을 꺼내 바꾸어 놓고 신묘한 약을 넣으니 깨어나 처음과 같았다. 두 사람이 하직하고 돌아갔다.

이에 공호가 제영의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와 자식을 제 것으로 삼으니 아내와 자식이 알아보지 못하였다. 제영도 공호의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와 자식을 제 것으로 삼으니 아내와 자식이 또한 알아보지 못하였다. 두 집이 이에 서로 송사하여 편작에게 가려 주기를 구하였다. 편작이 그 까닭을 밝히니 송사가 이에 그쳤다.

匏巴鼓琴而鳥舞魚躍,鄭師文聞之,棄家從師襄游。柱指鈞弦,三年不成章。師襄曰:「子可以歸矣。」師文舍其琴,歎曰:「文非弦之不能鈞,非章之不能成。文所存者不在弦,所志者不在聲。內不得於心,外不應於器,故不敢發手而動弦。且小假之,以觀其後。」無幾何,復見師襄。師襄曰:「子之琴何如?」師文曰:「得之矣。請嘗試之。」於是當春而叩商弦以召南呂,涼風忽至,草木成實。及秋而叩角弦以激夾鍾,溫風徐迴,草木發榮。當夏而叩羽弦以召黃鐘,霜雪交下,川池暴沍。及冬而叩徵弦以激蕤賓,陽光熾烈,堅冰立散。將終,命宮而總四弦,則景風翔,慶雲浮,甘露降,澧泉涌。師襄乃撫心高蹈曰:「微矣,子之彈也!雖師曠之清角,鄒衍之吹律,亡以加之。彼將挾琴執管而從子之後耳。」

포파(匏巴)가 거문고를 타면 새가 춤추고 물고기가 뛰었다. 정나라 사문(師文)이 듣고 집을 버리고 사양(師襄)을 따라 노닐었다. 기둥을 짚고 줄을 고르기를 세 해에 한 가락도 이루지 못하였다.

사양이 말하였다. 「그대는 돌아가도 좋다.」

사문이 그 거문고를 놓고 탄식하였다. 「제가 줄을 고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요 가락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마음에 둔 것이 줄에 있지 않고 뜻하는 바가 소리에 있지 않습니다. 안으로 마음에 얻지 못하고 밖으로 그릇에 응하지 못하므로 감히 손을 놀려 줄을 울리지 못합니다. 조금 말미를 주시어 그 뒤를 보아 주십시오.」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사양을 뵈었다. 사양이 말하였다. 「그대의 거문고는 어떠한가.」

사문이 말하였다. 「얻었습니다. 시험해 보기를 청합니다.」

이에 봄에 상(商)의 줄을 뜯어 남려(南呂)를 부르니 서늘한 바람이 문득 이르고 풀과 나무가 열매를 맺었다. 가을에 각(角)의 줄을 뜯어 협종(夾鍾)을 부추기니 따뜻한 바람이 천천히 돌고 풀과 나무가 꽃을 피웠다. 여름에 우(羽)의 줄을 뜯어 황종(黃鐘)을 부르니 서리와 눈이 함께 내리고 내와 못이 갑자기 얼었다. 겨울에 치(徵)의 줄을 뜯어 유빈(蕤賓)을 부추기니 볕이 뜨겁게 타오르고 굳은 얼음이 곧 흩어졌다.

마치려 할 때 궁(宮)을 불러 네 줄을 아우르니 상서로운 바람이 날고 경사로운 구름이 뜨고 단 이슬이 내리고 단물 샘이 솟았다.

사양이 이에 가슴을 어루만지며 껑충 뛰며 말하였다. 「묘하구나, 그대의 탐이여. 사광의 청각(淸角)과 추연의 율 불기라도 더할 것이 없다. 그들이 거문고를 끼고 피리를 잡고 그대의 뒤를 따를 뿐이겠구나.」

薛譚學謳於秦青,未窮青之技,自謂盡之,遂辭歸。秦青弗止,餞於郊衢,撫節悲歌,聲振林木,響遏行雲。薛譚乃謝求反,終身不敢言歸。秦青顧謂其友曰:「昔韓娥東之齊,匱糧,過雍門,鬻歌假食。既去而餘音繞梁欐,三日不絕,左右以其人弗去。過逆旅,逆旅人辱之。韓娥因曼聲哀哭,一里老幼悲愁,垂涕相對,三日不食,遽而追之。娥還,復爲曼聲長歌。一里老幼喜躍抃舞,弗能自禁,忘向之悲也,乃厚賂發之。故雍門之人至今善歌哭,放娥之遺聲。」

설담(薛譚)이 진청(秦青)에게 노래를 배웠다. 진청의 재주를 다하지 못하였는데 스스로 다하였다 여겨 마침내 하직하고 돌아가려 하였다. 진청이 말리지 않고 성 밖 네거리에서 전송하며 박자를 치고 슬피 노래하니 소리가 숲과 나무를 떨고 울림이 흐르는 구름을 멎게 하였다. 설담이 이에 사죄하고 돌아가기를 구하여 죽도록 감히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진청이 그 벗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옛날 한아(韓娥)가 동으로 제나라에 가다가 양식이 떨어져 옹문(雍門)을 지나며 노래를 팔아 밥을 얻었소. 떠난 뒤에도 남은 소리가 들보를 감돌아 사흘을 끊이지 않으니 곁의 사람들이 그가 떠나지 않은 줄 알았소.

여관을 지나다 여관 사람이 그를 욕보였소. 한아가 이에 긴 소리로 슬피 우니 온 마을의 늙은이와 어린이가 슬퍼하고 시름겨워 눈물을 흘리며 서로 마주 보고 사흘을 먹지 못하였소. 서둘러 그를 좇아갔소.

한아가 돌아와 다시 긴 소리로 길게 노래하니 온 마을의 늙은이와 어린이가 기뻐 뛰고 손뼉 치며 춤추기를 스스로 그치지 못하고 아까의 슬픔을 잊었소. 이에 두터이 재물을 주어 보냈소.

그러므로 옹문 사람들이 지금도 노래와 곡을 잘하니 한아가 남긴 소리를 본뜬 것이오.」

伯牙善鼓琴,鍾子期善聽。伯牙鼓琴,志在登高山,鍾子期曰:「善哉!峩峩兮若泰山!」志在流水,鍾子期曰:「善哉!洋洋兮若江河!」伯牙所念,鍾子期必得之。伯牙游於泰山之陰,卒逢暴雨,止於巖下,心悲,乃援琴而鼓之,初爲霖雨之操,更造崩山之音。曲每奏,鍾子期輒窮其趣。伯牙乃舍琴而嘆曰:「善哉,善哉,子之聽夫!志想象猶吾心也。吾於何逃聲哉?」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잘 들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타며 뜻이 높은 산에 오르는 데 있으면 종자기가 말하였다. 「좋구나. 우뚝하기가 태산 같구나.」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종자기가 말하였다. 「좋구나. 넘실넘실 강과 하수 같구나.」 백아가 생각하는 바를 종자기가 반드시 알아냈다.

백아가 태산의 북녘에 노닐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바위 아래 머물렀다. 마음이 슬퍼 이에 거문고를 잡아 탔다. 처음에는 장맛비의 가락을 짓고 다시 산이 무너지는 소리를 지었다. 가락을 탈 때마다 종자기가 그 뜻을 다 알았다.

백아가 이에 거문고를 놓고 탄식하였다. 「좋구나, 좋구나. 그대의 들음이여. 뜻으로 그리는 것이 내 마음과 같으니 내가 어디로 소리를 피하겠는가.」

周穆王西巡狩,越崑崙,不至弇山。反還,未及中國,道有獻工人名偃師,穆王薦之,問曰:「若有何能?」偃師曰:「臣唯命所試。然臣已有所造,願王先觀之。」穆王曰:「日以俱來,吾與若俱觀之。」越日偃師謁見王。王薦之,曰:「若與偕來者何人邪?」對曰:「臣之所造能倡者。」穆王驚視之,趣步俯仰,信人也。巧夫顉其頤,則歌合律;捧其手,則舞應節。千變萬化,惟意所適。王以爲實人也,與盛姬內御並觀之。技將終,倡者瞬其目而招王之左右侍妾。王大怒,立欲誅偃師。偃師大懾,立剖散倡者以示王,皆傅會革、木、膠、漆、白、黑、丹、青之所爲。王諦料之,內則肝、膽、心、肺、脾、腎、腸、胃,外則筋骨、支節、皮毛、齒髮,皆假物也,而無不畢具者,合會復如初見。王試廢其心,則口不能言;廢其肝,則目不能視;廢其腎,則足不能步。穆王始悅而歎曰:「人之巧乃可與造化者同功乎?」詔貳車載之以歸。夫班輸之雲梯,墨翟之飛鳶,自謂能之極也。弟子東門賈禽滑釐聞偃師之巧以告二子,二子終身不敢語藝,而時執規矩。

주 목왕이 서녘을 돌아보러 가 곤륜을 넘고 엄산(弇山)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되돌아오다 아직 중국에 미치지 못하였는데, 길에서 언사(偃師)라는 장인을 바치는 이가 있었다.

목왕이 그를 나오게 하여 물었다. 「그대는 무슨 재주가 있는가.」

언사가 말하였다. 「신은 명하시는 대로 시험하겠습니다. 그러나 신이 이미 지어 놓은 것이 있으니 왕께서 먼저 보시기를 바랍니다.」

목왕이 말하였다. 「다음 날 함께 오너라. 내가 그대와 함께 보겠다.」

이튿날 언사가 왕을 뵈었다. 왕이 나오게 하여 말하였다. 「그대와 함께 온 이는 누구인가.」

대답하였다. 「신이 지은 광대입니다.」

목왕이 놀라 보니 종종걸음 치고 굽어보고 우러르는 것이 참으로 사람이었다. 장인이 그 턱을 끄덕이게 하면 노래가 율에 맞고, 그 손을 받들면 춤이 박자에 응하였다. 천 가지로 달라지고 만 가지로 바뀌어 오직 뜻하는 대로 하였다.

왕은 참말 사람인 줄 알고 성희(盛姬)와 안에서 모시는 이들과 함께 보았다. 재주가 마치려 할 때 광대가 눈을 깜박이며 왕의 곁에서 모시는 첩들을 꾀었다. 왕이 크게 성이 나 그 자리에서 언사를 베려 하였다.

언사가 크게 두려워 그 자리에서 광대를 갈라 헤쳐 왕에게 보였다. 다 가죽과 나무와 아교와 옻과 흰빛과 검은빛과 붉은빛과 푸른빛을 붙여 모아 만든 것이었다. 왕이 자세히 헤아려 보니 안으로는 간과 쓸개와 염통과 허파와 지라와 콩팥과 창자와 밥통이요 밖으로는 힘줄과 뼈와 팔다리 마디와 살갗과 털과 이와 머리털이라, 다 거짓 물건이면서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도로 맞추니 다시 처음 볼 때와 같았다.

왕이 시험 삼아 그 염통을 떼니 입이 말하지 못하고, 그 간을 떼니 눈이 보지 못하고, 그 콩팥을 떼니 발이 걷지 못하였다.

목왕이 비로소 기뻐하며 탄식하였다. 「사람의 재주가 이에 조화 짓는 이와 공을 같이할 수 있구나.」 딸린 수레에 실어 돌아가게 하였다.

무릇 반수(班輸)의 구름사다리와 묵적의 나는 솔개는 스스로 재주의 지극함이라 여겼다. 그 제자 동문가(東門賈)와 금활리(禽滑釐)가 언사의 재주를 듣고 두 사람에게 일렀더니, 두 사람이 죽도록 감히 재주를 말하지 못하고 때때로 그림쇠와 곱자를 잡을 뿐이었다.

甘蠅,古之善射者,彀弓而獸伏鳥下,弟子名飛衛,學射於甘蠅,而巧過其師。紀昌者,又學射於飛衛。飛衛曰:「爾先學不瞬,而後可言射矣。」紀昌歸,偃臥其妻之機下,以目承牽挺。二年之後,雖錐末倒眥,而不瞬也。以告飛衛,飛衛曰:「未也,必學視而後可。視小如大,視微如著,而後告我。」昌以氂懸虱於牖,南面而望之。旬日之間,浸大也;三年之後,如車輪焉。以覩餘物,皆丘山也。乃以燕角之弧、朔蓬之簳射之,貫虱之心,而懸不絕。以告飛衛,飛衛高蹈拊膺曰:「汝得之矣!」紀昌既盡衛之術,計天下之敵己者,一人而已,乃謀殺飛衛。相遇於野,二人交射,中路矢鋒相觸,而墜於地,而塵不揚。飛衛之矢先窮,紀昌遺一矢。既發,飛衛以棘刺之端扞之,而無差焉。於是二子泣而投弓,相拜於塗,請爲父子;尅臂以誓,不得告術於人。

감승(甘蠅)은 옛날에 활을 잘 쏜 이다. 활을 당기면 짐승이 엎드리고 새가 떨어졌다. 제자의 이름은 비위(飛衛)인데 감승에게 활을 배워 재주가 그 스승을 넘었다. 기창(紀昌)이라는 이가 또 비위에게 활을 배웠다.

비위가 말하였다. 「너는 먼저 눈 깜박이지 않기를 배워라. 그런 뒤에야 활을 말할 수 있다.」

기창이 돌아가 제 아내의 베틀 아래 누워 눈으로 밟는 나무를 좇았다. 두 해 뒤에는 송곳 끝이 눈시울에 거꾸로 닿아도 깜박이지 않았다.

비위에게 아뢰니 비위가 말하였다. 「아직이다. 반드시 보기를 배운 뒤에야 된다. 작은 것을 큰 것처럼 보고 희미한 것을 뚜렷한 것처럼 보게 되거든 나에게 일러라.」

기창이 소꼬리털로 이를 창에 매달고 남쪽을 보고 바라보았다. 열흘 사이에 점점 커졌고 세 해 뒤에는 수레바퀴만 하였다. 다른 물건을 보니 다 언덕이나 산 같았다.

이에 연나라 뿔로 만든 활과 북녘 쑥대로 만든 살로 쏘니 이의 염통을 꿰뚫었는데 매단 털이 끊어지지 않았다.

비위에게 아뢰니 비위가 껑충 뛰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너는 얻었다.」

기창이 이미 비위의 재주를 다하고 나서 천하에 저와 맞설 이를 헤아리니 한 사람뿐이었다. 이에 비위를 죽이려 꾀하였다.

들에서 서로 만나 두 사람이 마주 쏘았는데, 화살촉이 길 가운데서 서로 부딪쳐 땅에 떨어지되 먼지가 일지 않았다. 비위의 화살이 먼저 떨어지고 기창에게 한 살이 남았다. 쏘았는데 비위가 가시나무 가시 끝으로 막아 어긋남이 없었다.

이에 두 사람이 울며 활을 던지고 길에서 서로 절하여 아비와 아들이 되기를 청하였다. 팔을 그어 맹세하고 남에게 그 재주를 일러 주지 않기로 하였다.

造父之師曰泰豆氏。造父之始從習御也,執禮甚卑,泰豆三年不告。造父執禮愈謹,乃告之曰:「古詩言:『良弓之子,必先爲箕;良冶之子,必先爲裘。』汝先觀吾趣。趣如吾,然後六轡可持,六馬可御。」造父曰:「唯命所從。」泰豆乃立木爲塗,僅可容足;計步而置,履之而行。趣走往還,無跌失也。造父學之,三日盡其巧。泰豆歎曰:「子何其敏也?得之捷乎!凡所御者,亦如此也。曩汝之行,得之於足,應之於心。推於御也,齊輯乎轡銜之際,而急緩乎脣吻之和,正度乎胷臆之中,而執節乎掌握之間。內得於中心,而外合於馬志,是故能進退履繩而旋曲中規矩,取道致遠而氣力有餘,誠得其術也。得之於銜,應之於轡;得之於轡,應之於手;得之於手,應之於心,則不以目視,不以策驅;心閑體正,六轡不亂,而二十四蹄所投無差,迴旋進退,莫不中節,然後輿輪之外可使無餘轍,馬蹄之外可使無餘地,未嘗覺山谷之嶮,原隰之夷,視之一也。吾術窮矣,汝其識之!」

조보(造父)의 스승을 태두씨(泰豆氏)라 하였다. 조보가 처음 좇아 수레 몰기를 익힐 때 예를 잡음이 몹시 낮추었는데 태두는 세 해를 일러 주지 않았다. 조보가 예를 잡음이 더욱 삼가니 이에 일러 주었다.

「옛 시에 이르기를 『좋은 활 만드는 이의 아들은 반드시 먼저 키를 만들고, 좋은 대장장이의 아들은 반드시 먼저 갖옷을 만든다』 하였다. 너는 먼저 내 걸음을 보아라. 걸음이 나와 같아진 뒤에야 여섯 고삐를 잡을 수 있고 여섯 말을 몰 수 있다.」

조보가 말하였다. 「명하시는 대로 좇겠습니다.」

태두가 이에 나무를 세워 길을 삼았는데 겨우 발이 들어갈 만하였다. 걸음을 헤아려 세우고 그것을 밟아 다녔다. 종종걸음으로 오가되 헛디디거나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조보가 배워 사흘에 그 재주를 다하였다.

태두가 탄식하였다.

「그대는 어찌 그리 재빠른가. 얻음이 빠르구나. 무릇 수레 모는 것도 이와 같다. 아까 그대가 다닐 때 발에서 얻고 마음으로 응하였다.

이를 수레 몰기에 밀면, 고삐와 재갈 사이에서 가지런히 하고 입술과 입가의 어우러짐으로 빠르고 더디게 하며, 가슴속에서 법도를 바로잡고 손아귀 사이에서 마디를 잡는다.

안으로 마음속에 얻고 밖으로 말의 뜻에 맞는다. 그러므로 나아가고 물러남이 먹줄을 밟고 돌고 굽음이 그림쇠와 곱자에 맞으며, 길을 잡아 멀리 가도 기운과 힘이 남는다. 참으로 그 재주를 얻은 것이다.

재갈에서 얻어 고삐에 응하고, 고삐에서 얻어 손에 응하고, 손에서 얻어 마음에 응하면, 눈으로 보지 않고 채찍으로 몰지 않는다. 마음이 한가하고 몸이 바르며 여섯 고삐가 어지럽지 않아 스물네 굽이 딛는 데가 어긋남이 없고, 돌고 나아가고 물러남이 마디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 뒤에야 수레바퀴 밖에 남는 바큇자국이 없게 할 수 있고 말굽 밖에 남는 땅이 없게 할 수 있다. 산과 골의 험함과 들과 진펄의 평평함을 깨달은 적이 없으니 보기에 하나인 것이다. 내 재주는 다하였다. 너는 이를 새겨 두어라.」

魏黑卵以暱嫌殺丘邴章,丘邴章之子來丹謀報父之讐。丹氣甚猛,形甚露,計粒而食,順風而趨。雖怒,不能稱兵以報之。恥假力於人,誓手劍以屠黑卵。黑卵悍志絕衆,力抗百夫;節骨皮肉,非人類也,延頸承刀,披胸受矢,鋩鍔摧屈,而體無痕撻。負其材力,視來丹猶雛鷇也。來丹之友申他曰:「子怨黑卵至矣,黑卵之易子過矣,將奚謀焉?」來丹垂涕曰:「願子爲我謀。」申他曰:「吾聞衛孔周其祖得殷帝之寶劍,一童子服之,卻三軍之衆,奚不請焉?」來丹遂適衛,見孔周,執僕御之禮,請先納妻子,後言所欲。孔周曰:「吾有三劍,唯子所擇;皆不能殺人,且先言其狀。一曰含光,視之不可見,運之不知有。其所觸也,泯然無際,經物而物不覺。二曰承影,將旦昧爽之交,日夕昏明之際,北面而察之,淡淡焉若有物存,莫識其狀。其所觸也,竊竊然有聲,經物而物不疾也。三曰宵練,方晝則見影而不見光,方夜見光而不見形。其觸物也,騞然而過,隨過隨合,覺疾而不血刃焉。此三寶者,傳之十三世矣,而無施於事。匣而藏之,未嘗啓封。」來丹曰:「雖然,吾必請其下者。」孔周乃歸其妻子,與齋七日。晏陰之間,跪而授其下劍,來丹再拜受之以歸。來丹遂執劍從黑卵。時黑卵之醉偃於牖下,自頸至腰三斬之,黑卵不覺。來丹以黑卵之死,趣而退。遇黑卵之子於門,擊之三下,如投虛。黑卵之子方笑曰:「汝何蚩而三招予?」來丹知劍之不能殺人也,歎而歸。黑卵既醒,怒其妻曰:「醉而露我,使我嗌疾而腰急。」其子曰:「疇昔來丹之來,遇我於門,三招我,亦使我體疾而支彊。彼其厭我哉!」

위나라 흑란(黑卵)이 사사로운 미움으로 구병장(丘邴章)을 죽였다. 구병장의 아들 내단(來丹)이 아비의 원수 갚기를 꾀하였다. 내단은 기운이 몹시 사나웠으나 몸이 몹시 여위어 낟알을 세어 먹고 바람을 따라 걸었다. 아무리 성이 나도 병기를 들어 갚을 수 없었다.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제 손에 칼을 들고 흑란을 잡겠다고 맹세하였다.

흑란은 사나운 뜻이 뭇 사람보다 뛰어나고 힘이 백 사람을 맞섰다. 마디와 뼈와 살갗과 살이 사람의 무리가 아니었다. 목을 늘여 칼을 받고 가슴을 헤쳐 화살을 받아도 날과 칼끝이 꺾이고 굽을 뿐 몸에 자국조차 없었다. 제 재주와 힘을 믿어 내단 보기를 갓 깬 새끼 새같이 하였다.

내단의 벗 신타(申他)가 말하였다. 「그대가 흑란을 원망함이 지극하고 흑란이 그대를 업신여김이 지나친데 장차 무엇을 꾀하려는가.」

내단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그대가 나를 위하여 꾀해 주기를 바라네.」

신타가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위(衛)나라 공주(孔周)의 조상이 은나라 임금의 보검을 얻었는데 한 어린아이가 그것을 차면 삼군의 무리를 물리친다 하네. 어찌 청하지 않는가.」

내단이 마침내 위나라로 가 공주를 보고 종이 하는 예를 잡아, 먼저 아내와 자식을 바치고 뒤에 바라는 바를 말하겠다 하였다.

공주가 말하였다.

「나에게 칼이 셋 있으니 오직 그대가 고르시오. 다 사람을 죽이지 못하오. 먼저 그 모양을 말하겠소.

첫째는 함광(含光)이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놀려도 있는 줄 모르오. 닿는 데가 아득하여 사이가 없고 물건을 지나가도 물건이 깨닫지 못하오.

둘째는 승영(承影)이오. 새벽이 밝아 오는 즈음과 해 질 녘 어둡고 밝은 즈음에 북쪽을 보고 살피면 어렴풋이 무엇이 있는 듯한데 그 모양을 알 수 없소. 닿는 데가 가만히 소리가 나고 물건을 지나가도 물건이 아프지 않소.

셋째는 소련(宵練)이오. 낮에는 그림자만 보이고 빛이 보이지 않으며, 밤에는 빛이 보이고 꼴이 보이지 않소. 물건에 닿으면 쓱 지나가는데 지나가는 대로 도로 붙어 아픔은 느끼되 칼날에 피가 묻지 않소.

이 세 보배는 열세 대를 전하였으나 일에 쓴 적이 없소. 궤에 넣어 감추고 봉함을 연 적이 없소.」

내단이 말하였다. 「그러하나 저는 반드시 그 아래 것을 청합니다.」

공주가 이에 그 아내와 자식을 돌려보내고 함께 이레를 재계하였다. 흐리고 어둑한 즈음에 꿇어앉아 그 아래 칼을 주니 내단이 두 번 절하고 받아 돌아갔다.

내단이 마침내 칼을 잡고 흑란을 좇았다. 마침 흑란이 취하여 창 아래 누워 있어 목에서 허리까지 세 번 베었는데 흑란이 깨닫지 못하였다. 내단은 흑란이 죽은 줄 알고 서둘러 물러났다. 문에서 흑란의 아들을 만나 세 번 쳤는데 허공을 치는 것 같았다. 흑란의 아들이 그제야 웃으며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어리석게 나를 세 번이나 부르오.」

내단은 칼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흑란이 깨어나 제 아내에게 성내어 말하였다. 「취한 나를 드러내 놓아 목이 아프고 허리가 켕기게 하였구나.」

그 아들이 말하였다. 「어제 내단이 와서 문에서 저를 만나 세 번 저를 불렀는데 또한 제 몸이 아프고 팔다리가 뻣뻣해졌습니다. 저이가 우리를 눌렀나 봅니다.」

周穆王大征西戎,西戎獻錕鋙之劍,火浣之布。其劍長尺有咫,練鋼赤刃,用之切玉如切泥焉。火浣之布,浣之必投於火,布則火色,垢則布色;出火而振之,皓然疑乎雪。皇子以爲無此物,傳之者妄。蕭叔曰:「皇子果於自信,果於誣理哉!」

주 목왕이 서융을 크게 쳤다. 서융이 곤오(錕鋙)의 칼과 화완(火浣)의 베를 바쳤다.

그 칼은 길이가 한 자 여덟 치요 달군 강철에 붉은 날이라, 옥을 자르는 데 쓰면 진흙 자르듯 하였다.

화완의 베는 빨 때 반드시 불에 던진다. 베는 불빛이 되고 때는 베 빛이 된다. 불에서 꺼내어 떨면 희어서 눈인가 싶다.

황자(皇子)가 이런 물건이 없다 하고 전하는 이가 함부로 한 말이라 하였다. 소숙(蕭叔)이 말하였다. 「황자는 제 믿음에 과감하고 이치를 속이는 데 과감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