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力命篇

열자 列子 · 열어구(列禦寇)의 이름으로 전함 · 지금 판본은 4세기 무렵 · 단락 13 · 한자 3,268자 · 낭독 13.1분

「열자」 역명 「力命篇」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도덕경·장자와 함께 도가 셋으로 꼽히나 읽는 맛이 사뭇 다르다. 따지기보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가 뒷날 말이 되어 남았다. 하늘이 무너질까 잠 못 들던 기나라 사람(기우), 산을 옮기겠다며 자손을 세던 우공(우공이산),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주자 성내던 원숭이들(조삼모사), 거문고 소리에서 태산과 강물을 알아듣던 종자기(지음)가 다 이 책에서 나왔다. 여덟 편의 결이 서로 다르다. 천서·황제는 나고 달라짐을 말하고, 주목왕은 꿈과 깨어 있음의 경계를 흔들며, 탕문은 서가에서 가장 큰 상상을 편다 — 밑 없는 골짜기 귀허와 다섯 산을 이고 선 큰 자라, 사람과 똑같이 걷고 노래하다 갈라 보니 가죽과 나무였던 언사의 인형. 역명은 힘과 목숨을 마주 앉혀 다투게 하고, 양주는 「내 터럭 하나로 천하를 이롭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 자리이며, 설부는 짧은 이야기 서른네 조각으로 끝을 맺는다.

力謂命曰:「若之功奚若我哉?」命曰:「汝奚功於物而欲比朕?」力曰:「壽夭、窮達,貴賤、貧富,我力之所能也。」命曰:「彭祖之智不出堯舜之上,而壽八百;顏淵之才不出衆人之下,而壽十八。仲尼之德不出諸侯之下,而困於陳蔡;殷紂之行不出三仁之上,而居君位。季札無爵於吳,田恆專有齊國。夷齊餓於首陽,季氏富於展禽。若是汝力之所能,柰何壽彼而夭此,窮聖而達逆,賤賢而貴愚,貧善而富惡邪?」力曰:「若如若言,我固無功於物,而物若此邪,此則若之所制邪?」命曰:「既謂之命,柰何有制之者邪?朕直而推之,曲而任之。自壽自夭,自窮自達,自貴自賤,自富自貧,朕豈能識之哉?朕豈能識之哉?」

힘(力)이 운명(命)에게 말하였다. 「너의 공이 어찌 나만 하겠느냐.」

운명이 말하였다. 「너는 물건에 무슨 공이 있어 나에게 견주려 하느냐.」

힘이 말하였다.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과 막히고 통하는 것과 귀하고 천한 것과 가난하고 가멸은 것이 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운명이 말하였다.

「팽조의 슬기가 요임금과 순임금 위에 나지 않았는데 팔백 해를 살았고, 안연의 재주가 뭇 사람 아래로 나지 않았는데 열여덟 해를 살았다. 중니의 덕이 제후 아래로 나지 않았는데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막혔고, 은나라 주의 행실이 세 어진 이 위에 나지 않았는데 임금 자리에 있었다. 계찰(季札)은 오나라에서 벼슬이 없었고 전항(田恆)은 제나라를 오로지 차지하였다.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주렸고 계씨는 전금(展禽)보다 가멸었다.

이것이 네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저이는 오래 살게 하고 이이는 일찍 죽게 하며, 성인은 막고 거스르는 이는 통하게 하며, 어진 이는 천하게 하고 어리석은 이는 귀하게 하며, 착한 이는 가난하게 하고 모진 이는 가멸게 하느냐.」

힘이 말하였다. 「네 말과 같다면 내가 참으로 물건에 공이 없고 물건이 이러한 것이니, 이는 네가 마름질한 것이냐.」

운명이 말하였다. 「이미 운명이라 이르는데 어찌 마름질하는 이가 있겠느냐. 나는 곧으면 밀고 굽으면 맡길 뿐이다. 스스로 오래 살고 스스로 일찍 죽으며, 스스로 막히고 스스로 통하며, 스스로 귀하고 스스로 천하며, 스스로 가멸고 스스로 가난하다.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내가 어찌 그것을 알겠느냐.」

北宮子謂西門子曰:「朕與子並世也,而人子達;並族也,而人子敬;並貌也,而人子愛;並言也,而人子庸;並行也,而人子誠;並仕也,而人子貴;並農也,而人子富;並商也,而人子利。朕衣則裋褐,食則粢糲,居則蓬室,出則徒行。子衣則文錦,食則粱肉,居則連欐,出則結駟。在家熙然有棄朕之心,在朝諤然有敖朕之色。請謁不相及,遨遊不同行,固有年矣。子自以德過朕邪?」西門子曰:「予無以知其實。汝造事而窮,予造事而達,此厚薄之驗歟?而皆謂與予並,汝之顏厚矣。」北宮子無以應,自失而歸。中塗遇東郭先生,先生曰:「汝奚往而反,偊偊而步,有深愧之色邪?」北宮子言其狀。東郭先生曰:「吾將舍汝之愧,與汝更之西門氏而問之。」曰:「汝奚辱北宮子之深乎?固且言之。」西門子曰:「北宮子言世族、年貌、言行與予並,而賤貴、貧富與予異。予語之曰:『予無以知其實。汝造事而窮,予造事而達,此將厚薄之驗歟?而皆謂與予並,汝之顏厚矣。』」東郭先生曰:「汝之言厚薄不過言才德之差,吾之言厚薄異於是矣。夫北宮子厚於德,薄於命;汝厚於命,薄於德。汝之達,非智得也;北宮子之窮,非愚失也。皆天也,非人也。而汝以命厚自矜,北宮子以德厚自愧,皆不識夫固然之理矣。」西門子曰:「先生止矣!予不敢復言。」北宮子既歸,衣其裋褐,有狐貉之溫;進其茙菽,有稻粱之味;庇其蓬室,若廣廈之蔭;乘其篳輅,若文軒之飾。終身逌然,不知榮辱之在彼也、在我也。東郭先生聞之曰:「北宮子之寐久矣,一言而能寤,易悟也哉!」

북궁자(北宮子)가 서문자(西門子)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대와 세대가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통달했다 하고, 겨레가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공경하고, 모습이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사랑하고, 말이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쓰고, 행실이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미덥다 하고, 벼슬이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귀히 여기고, 농사가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가멸다 하고, 장사가 나란한데 사람들이 그대를 이롭다 한다.

나는 옷은 짧은 베옷이요 밥은 거친 조밥이요 사는 데는 쑥대집이요 나갈 때는 걸어간다. 그대는 옷은 무늬 있는 비단이요 밥은 기장밥에 고기요 사는 데는 들보를 잇댄 집이요 나갈 때는 네 마리 말을 맨다.

집에 있을 때는 희희덕거리며 나를 버릴 마음이 있고 조정에 있을 때는 거만히 나를 업신여기는 낯빛이 있다. 청하여 뵙는 일이 서로 미치지 않고 노니는 데 함께 다니지 않은 지 참으로 여러 해다. 그대는 스스로 덕이 나보다 낫다고 여기는가.」

서문자가 말하였다. 「나는 그 알맹이를 알지 못하네. 그대가 일을 지으면 막히고 내가 일을 지으면 통하니 이것이 두텁고 엷음의 증험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다 나와 나란하다 하니 그대의 낯이 두껍구나.」

북궁자가 응할 말이 없어 넋을 잃고 돌아갔다. 길 가운데서 동곽선생을 만났다. 선생이 말하였다. 「그대는 어디를 갔다 돌아오기에 비틀비틀 걸으며 깊이 부끄러운 낯빛이 있는가.」

북궁자가 그 모양을 말하였다. 동곽선생이 말하였다. 「내가 그대의 부끄러움을 없애 주겠다. 그대와 함께 서문씨에게 다시 가서 물어보자.」

그러고는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북궁자를 그리 깊이 욕보였는가. 어디 말해 보라.」

서문자가 말하였다. 「북궁자가 세대와 겨레와 나이와 모습과 말과 행실이 저와 나란한데 천하고 귀함과 가난하고 가멸음이 저와 다르다 하기에 제가 일러 주었습니다. 『나는 그 알맹이를 알지 못하네. 그대가 일을 지으면 막히고 내가 일을 지으면 통하니 이것이 두텁고 엷음의 증험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다 나와 나란하다 하니 그대의 낯이 두껍구나』 하였습니다.」

동곽선생이 말하였다.

「그대가 말하는 두텁고 엷음은 재주와 덕의 다름을 말하는 데 지나지 않으나 내가 말하는 두텁고 엷음은 이와 다르다. 무릇 북궁자는 덕에 두텁고 운명에 엷으며, 그대는 운명에 두텁고 덕에 엷다. 그대가 통한 것은 슬기로 얻은 것이 아니요 북궁자가 막힌 것은 어리석어 잃은 것이 아니다. 다 하늘이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그대는 운명이 두터움으로 스스로 뽐내고 북궁자는 덕이 두터움으로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다 본디 그러한 이치를 알지 못한 것이다.」

서문자가 말하였다. 「선생은 그만하십시오. 제가 감히 다시 말하지 않겠습니다.」

북궁자가 돌아가서는 그 짧은 베옷을 입어도 여우와 담비 갖옷의 따뜻함이 있고, 그 콩밥을 들어도 쌀밥과 기장밥의 맛이 있고, 그 쑥대집에 깃들어도 넓은 집의 그늘 같고, 그 섶수레를 타도 무늬 있는 수레의 꾸밈 같았다. 죽도록 느긋하여 영광과 욕됨이 저에게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동곽선생이 듣고 말하였다. 「북궁자가 잠든 지 오래였는데 한마디에 깨어날 수 있었으니 깨우치기 쉬운 사람이로다.」

管夷吾、鮑叔牙二人相友甚戚,同處於齊。管夷吾事公子糾,鮑叔牙事公子小白。齊公族多寵,嫡庶並行,國人懼亂。管仲與召忽奉公子糾奔魯,鮑叔奉公子小白奔莒。既而公孫無知作亂,齊無君,二公子爭入。管夷吾與小白戰於莒,道射中小白帶鉤。小白既立,脅魯殺子糾,召忽死之,管夷吾被囚。鮑叔牙謂桓公曰:「管夷吾能,可以治國。」桓公曰:「我讐也,願殺之。」鮑叔牙曰:「吾聞賢君無私怨,且人能爲其主,亦必能爲人君。如欲霸王,非夷吾其弗可。君必舍之!」遂召管仲。魯歸之,齊鮑叔牙郊迎,釋其囚。桓公禮之,而位於高國之上,鮑叔牙以身下之,任以國政,號曰仲父。桓公遂霸。管仲嘗歎曰:「吾少窮困時,嘗與鮑叔賈,分財多自與,鮑叔不以我爲貪,知我貧也。吾嘗爲鮑叔謀事而大窮困,鮑叔不以我爲愚,知時有利不利也。吾嘗三仕,三見逐於君,鮑叔不以我爲不肖,知我不遭時也。吾嘗三戰三北,鮑叔不以我爲怯,知我有老母也。公子糾敗,召忽死之,吾幽囚受辱,鮑叔不以我爲無恥,知我不羞小節而恥名不顯於天下也。生我者父母,知我者鮑叔也!」此世稱管鮑善交者,小白善用能者。然實無善交,實無用能也。實無善交、實無用能者,非更有善交、更有善用能也。召忽非能死,不得不死;鮑叔非能舉賢,不得不舉;小白非能用讐,不得不用。及管夷吾有病,小白問之,曰:「仲父之病病矣,可不諱。云至於大病,則寡人惡乎屬國而可?」夷吾曰:「公誰欲歟?」小白曰:「鮑叔牙可。」曰:「不可。其爲人也,潔廉善士也,其於不己若者不比之人,一聞人之過,終身不忘。使之理國,上且鉤乎君,下且逆乎民。其得罪於君也,將弗久矣。」小白曰:「然則孰可?」對曰:「勿已,則隰朋可。其爲人也,上忘而下不叛,愧其不若黃帝而哀不己若者。以德分人謂之聖人,以財分人謂之賢人。以賢臨人,未有得人者也;以賢下人者,未有不得人者也。其於國有不聞也,其於家有不見也。勿已,則隰朋可。」然則管夷吾非薄鮑叔也,不得不薄;非厚隰朋也,不得不厚。厚之於始,或薄之於終;薄之於終,或厚之於始。厚薄之去來,弗由我也。

관이오와 포숙아 두 사람은 서로 벗하여 매우 가까웠고 함께 제나라에 있었다. 관이오는 공자 규를 섬기고 포숙아는 공자 소백을 섬겼다.

제나라 공족에 사랑받는 이가 많고 적자와 서자가 나란히 다녀 나라 사람이 어지러움을 두려워하였다. 관중과 소홀(召忽)이 공자 규를 받들고 노나라로 달아나고, 포숙은 공자 소백을 받들고 거(莒)나라로 달아났다.

이윽고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난을 일으켜 제나라에 임금이 없으니 두 공자가 다투어 들어갔다. 관이오가 거나라에서 소백과 싸울 때 길에서 쏘아 소백의 띠고리를 맞혔다.

소백이 즉위한 뒤 노나라를 위협하여 공자 규를 죽이니 소홀은 따라 죽고 관이오는 갇혔다.

포숙아가 환공에게 말하였다. 「관이오는 능하니 나라를 다스릴 만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내 원수다. 죽이고자 한다.」

포숙아가 말하였다. 「제가 들으니 어진 임금은 사사로운 원한이 없다 합니다. 또 남을 위하여 그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이는 반드시 남의 임금 노릇도 할 수 있습니다. 패왕이 되고자 하시면 이오가 아니면 안 됩니다. 임금께서는 반드시 놓아주십시오.」

마침내 관중을 불렀다. 노나라가 돌려보내니 제나라 포숙아가 성 밖에서 맞아 그 갇힘을 풀어 주었다. 환공이 예로 대하여 고씨와 국씨 위에 자리를 주니, 포숙아가 몸을 낮추어 그 아래에 서고 나라 정사를 맡기며 중보(仲父)라 불렀다. 환공이 마침내 으뜸이 되었다.

관중이 일찍이 탄식하였다.

「내가 젊어 막히고 어려울 때 포숙과 함께 장사하며 재물을 나눌 때 나에게 많이 돌렸는데 포숙은 나를 탐한다 하지 않았으니 내가 가난한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포숙을 위하여 일을 꾀하다 크게 막히고 어려워졌는데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 하지 않았으니 때에 이롭고 이롭지 않음이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벼슬하여 세 번 임금에게 쫓겨났는데 포숙은 나를 못났다 하지 않았으니 내가 때를 만나지 못한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이 세 번 싸워 세 번 달아났는데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 하지 않았으니 나에게 늙은 어미가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무너져 소홀은 따라 죽고 나는 갇혀 욕을 받았는데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이 없다 하지 않았으니, 내가 작은 절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름이 천하에 드러나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은 이는 어버이요 나를 아는 이는 포숙이다.」

이를 두고 세상은 관중과 포숙을 사귐을 잘한 이라 하고 소백을 능한 이를 잘 쓴 이라 한다. 그러나 참으로 사귐을 잘한 것이 없고 참으로 능한 이를 쓴 것이 없다. 참으로 사귐을 잘한 것이 없고 참으로 능한 이를 쓴 것이 없다 함은, 이보다 더 사귐을 잘한 이가 있고 더 능한 이를 잘 쓴 이가 있다는 말이 아니다.

소홀이 죽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요, 포숙이 어진 이를 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요, 소백이 원수를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관이오가 병들자 소백이 물었다. 「중보의 병이 깊으니 숨길 것이 없소. 큰 병에 이른다면 과인이 나라를 누구에게 맡기면 좋겠소.」

이오가 말하였다. 「공께서는 누구를 바라십니까.」

소백이 말하였다. 「포숙아가 좋겠소.」

말하였다.

「안 됩니다. 그 사람됨이 맑고 깨끗한 선비라, 저만 못한 이를 사람으로 여겨 견주지 않고 남의 허물을 한 번 들으면 죽도록 잊지 않습니다. 그로 하여금 나라를 다스리게 하면 위로는 임금을 얽어매고 아래로는 백성을 거스를 것입니다. 그가 임금께 죄를 얻는 것도 오래지 않을 것입니다.」

소백이 말하였다. 「그러면 누가 좋겠소.」

대답하였다.

「굳이 하신다면 습붕이 좋겠습니다. 그 사람됨이 위로는 잊고 아래로는 등지지 않으며, 제가 황제만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저만 못한 이를 가엾이 여깁니다.

덕을 남에게 나누는 이를 성인이라 하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는 이를 어진 이라 합니다. 어짊으로 남에게 임하여 사람을 얻은 이가 없고, 어짊으로 남에게 몸을 낮추어 사람을 얻지 못한 이가 없습니다. 그는 나라에 대하여 듣지 않는 것이 있고 집에 대하여 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굳이 하신다면 습붕이 좋겠습니다.」

그러한즉 관이오가 포숙을 엷게 대한 것이 아니라 엷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요, 습붕을 두터이 대한 것이 아니라 두터이 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 두터이 대하다가 끝에 엷게 대하기도 하고, 끝에 엷게 대하다가 처음에 두터이 대하기도 한다. 두텁고 엷음이 가고 오는 것은 나에게 말미암지 않는다.

鄧析操兩可之說,設無窮之辭,當子產執政,作《竹刑》。鄭國用之,數難子產之治。子產屈之。子產執而戮之,俄而誅之。然則子產非能用《竹刑》,不得不用;鄧析非能屈子產,不得不屈;子產非能誅鄧析,不得不誅也。

등석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말을 잡고 다함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자산이 정사를 잡았을 때 「죽형(竹刑)」을 지었다. 정나라가 그것을 쓰니 자산의 다스림을 자주 헐뜯었다. 자산이 그를 굽혔다. 자산이 잡아 벌하고 이윽고 베었다.

그러한즉 자산이 「죽형」을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요, 등석이 자산에게 굽은 것이 아니라 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요, 자산이 등석을 벨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베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可以生而生,天福也;可以死而死,天福也。可以生而不生,天罰也;可以死而不死,天罰也。可以生,可以死,得生得死,有矣;不可以生,不可以死,或死或生,有矣。然而生生死死,非物非我,皆命也,智之所無柰何。故曰:窈然無際,天道自會;漠然無分,天道自運。天地不能犯,聖智不能干,鬼魅不能欺。自然者默之成之,平之寧之,將之迎之。

살 만하여 사는 것이 하늘의 복이요, 죽을 만하여 죽는 것이 하늘의 복이다. 살 만한데 살지 못하는 것이 하늘의 벌이요, 죽을 만한데 죽지 못하는 것이 하늘의 벌이다.

살 만도 하고 죽을 만도 하여 삶을 얻고 죽음을 얻는 일이 있고, 살 만하지도 않고 죽을 만하지도 않은데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살고 살고 죽고 죽는 것은 물건에 달린 것도 아니요 나에게 달린 것도 아니니 다 운명이다. 슬기로 어찌할 수 없는 바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아득하여 가가 없으나 하늘의 도가 절로 모이고 막막하여 나뉨이 없으나 하늘의 도가 절로 돈다 한다. 하늘과 땅도 범하지 못하고 거룩한 슬기도 간섭하지 못하고 도깨비도 속이지 못한다. 저절로 그러한 것이 잠자코 이루고 고르게 하고 편안하게 하고 보내고 맞는다.

楊朱之友曰季梁。季梁得病,七日大漸。其子環而泣之,請醫。季梁謂楊朱曰:「吾子不肖如此之甚,汝奚不爲我歌以曉之?」楊朱歌曰:「天其弗識,人胡能覺?匪祐自天,弗孽由人。我乎汝乎,其弗知乎!醫乎巫乎,其知之乎?」其子弗曉,終謁三醫,一曰矯氏,二曰俞氏,三曰盧氏,診其所疾。矯氏謂季梁曰:「汝寒溫不節,虛實失度,病由飢飽色欲。精慮煩散,非天非鬼。雖漸,可攻也。」季梁曰:「衆醫也。亟屏之!」俞氏曰:「女始則胎氣不足,乳湩有餘。病非一朝一夕之故,其所由來漸矣,弗可已也。」季梁曰:「良醫也。且食之!」盧氏曰:「汝疾不由天,亦不由人,亦不由鬼。稟生受形,既有制之者矣,亦有知之者矣。藥石其如汝何?」季梁曰:「神醫也。重貺遣之!」俄而季梁之疾自瘳。

양주의 벗을 계량(季梁)이라 하였다. 계량이 병을 얻어 이레 만에 크게 깊어졌다. 그 아들이 둘러싸고 울며 의원을 청하였다.

계량이 양주에게 말하였다. 「내 아들이 못난 것이 이처럼 심하니 그대는 어찌 나를 위하여 노래하여 깨우쳐 주지 않는가.」

양주가 노래하였다. 「하늘도 알지 못하거늘 사람이 어찌 깨달으랴. 도움도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요 재앙도 사람에게서 말미암는 것이 아니라. 나도 너도 알지 못하거늘 의원인들 무당인들 그것을 알랴.」

그 아들이 깨닫지 못하고 끝내 세 의원을 불렀다. 첫째는 교씨(矯氏)요 둘째는 유씨(俞氏)요 셋째는 노씨(盧氏)인데 그 앓는 데를 살폈다.

교씨가 계량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춥고 더움을 절제하지 못하고 비고 참을 법도에 어긋나게 하였소. 병은 주리고 배부름과 여색에서 말미암았고 정신과 생각이 어지러이 흩어진 것이지 하늘도 아니요 귀신도 아니오. 비록 깊어졌으나 다스릴 수 있소.」

계량이 말하였다. 「흔한 의원이다. 어서 물리쳐라.」

유씨가 말하였다. 「그대는 처음에 밴 기운이 모자라고 젖은 남았소. 병은 하루아침이나 하룻저녁의 까닭이 아니라 그 말미암아 온 것이 점점 쌓인 것이니 그치게 할 수 없소.」

계량이 말하였다. 「좋은 의원이다. 밥을 먹여 보내라.」

노씨가 말하였다. 「그대의 병은 하늘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귀신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오. 삶을 받고 꼴을 받을 때 이미 마름질한 것이 있고 또 아는 것이 있소. 약과 침이 그대를 어찌하겠소.」

계량이 말하였다. 「신령한 의원이다. 두터이 주어 보내라.」

이윽고 계량의 병이 절로 나았다.

生非貴之所能存,身非愛之所能厚;生亦非賤之所能夭,身亦非輕之所能薄。故貴之或不生,賤之或不死;愛之或不厚,輕之或不薄。此似反也,非反也;此自生自死,自厚自薄。或貴之而生,或賤之而死;或愛之而厚,或輕之而薄。此似順也,非順也;此亦自生自死,自厚自薄。鬻熊語文王曰:「自長非所增,自短非所損。算之所亡若何?」老聃語關尹曰:「天之所惡,孰知其故?」言迎天意,揣利害,不如其已。

삶은 귀히 여긴다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몸은 사랑한다고 두텁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또 천히 여긴다고 일찍 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몸은 또 가벼이 여긴다고 엷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귀히 여겨도 살지 못하기도 하고 천히 여겨도 죽지 않기도 하며, 사랑하여도 두터워지지 않기도 하고 가벼이 여겨도 엷어지지 않기도 한다. 이는 거스르는 듯하나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이는 스스로 살고 스스로 죽으며 스스로 두터워지고 스스로 엷어지는 것이다.

더러는 귀히 여겨 살고 더러는 천히 여겨 죽으며, 더러는 사랑하여 두터워지고 더러는 가벼이 여겨 엷어진다. 이는 따르는 듯하나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 또한 스스로 살고 스스로 죽으며 스스로 두터워지고 스스로 엷어지는 것이다.

육웅이 문왕에게 말하였다. 「스스로 긴 것은 보태서가 아니요 스스로 짧은 것은 덜어서가 아닙니다. 셈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노담이 관윤에게 말하였다. 「하늘이 미워하는 바를 누가 그 까닭을 알겠는가.」 하늘의 뜻을 맞추고 이롭고 해로움을 헤아리는 것이 그만두느니만 못하다는 말이다.

楊布問曰:「有人於此,年兄弟也,言兄弟也,才兄弟也,貌兄弟也,而壽夭父子也,貴賤父子也,名譽父子也,愛憎父子也。吾惑之。」楊子曰:「古之人有言,吾嘗識之,將以告若。不知所以然而然,命也。今昏昏昧昧,紛紛若若,隨所爲,隨所不爲。日去日來,孰能知其故?皆命也夫。信命者,亡壽夭;信理者,亡是非;信心者,亡逆順;信性者,亡安危。則謂之都亡所信,都亡所不信。真矣慤矣,奚去奚就?奚哀奚樂?奚爲奚不爲?黃帝之書云:『至人居若死,動若械。』亦不知所以居,亦不知所以不居;亦不知所以動,亦不知所以不動。亦不以衆人之觀易其情貌,亦不謂衆人之不觀不易其情貌。獨往獨來,獨出獨入,孰能礙之?」

양포(楊布)가 물었다. 「여기 사람이 있는데 나이가 형과 아우 같고 말이 형과 아우 같고 재주가 형과 아우 같고 모습이 형과 아우 같은데,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은 아비와 아들 같고 귀하고 천함은 아비와 아들 같고 이름과 기림은 아비와 아들 같고 사랑과 미움은 아비와 아들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헷갈립니다.」

양자가 말하였다.

「옛사람에게 말이 있어 내가 일찍이 새겨 두었으니 너에게 일러 주겠다. 그러한 까닭을 알지 못하면서 그러한 것이 운명이다.

이제 어둡고 아득하고 어지럽고 뒤엉킨 채 하는 바를 따르고 하지 않는 바를 따른다. 날이 가고 날이 오는데 누가 그 까닭을 알겠느냐. 다 운명이다.

운명을 믿는 이에게는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없고, 이치를 믿는 이에게는 옳고 그름이 없고, 마음을 믿는 이에게는 거스름과 따름이 없고, 성품을 믿는 이에게는 편안함과 위태로움이 없다. 그러면 도무지 믿는 바가 없고 도무지 믿지 않는 바가 없다 이른다.

참되고 도탑구나.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좇겠으며, 무엇을 슬퍼하고 무엇을 즐거워하며,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겠느냐.

「황제서」에 이르기를 『지극한 사람은 머물면 죽은 듯하고 움직이면 틀 같다』 하였다. 또한 머무는 까닭도 알지 못하고 머물지 않는 까닭도 알지 못하며, 움직이는 까닭도 알지 못하고 움직이지 않는 까닭도 알지 못한다. 또한 뭇 사람이 본다고 그 정과 모습을 바꾸지 않고, 뭇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그 정과 모습을 바꾸지 않는 것도 아니다. 홀로 가고 홀로 오며 홀로 나고 홀로 드니 누가 막겠느냐.」

墨杘、單至、嘽咺、憋懯四人相與游於世,胥如志也。窮年不相知情,自以智之深也。巧佞、愚直、婩斫、便辟四人相與游於世,胥如志也。窮年而不相語術,自以巧之微也。㺒㤉、情露、𧮈極、凌誶四人相與游於世,胥如志也。窮年不相曉悟,自以爲才之得也。眠娗、諈諉、勇敢、怯疑四人相與游於世,胥如志也。窮年不相讁發,自以行無戾也。多偶、自專、乘權、隻立四人相與游於世,胥如志也。窮年不相顧眄,自以時之適也。此衆態也,其貌不一,而咸之於道,命所歸也。

묵치(墨杘, 속임)와 단지(單至, 경솔)와 탄훤(嘽咺, 굼뜸)과 별부(憋懯, 조급함) 네 사람이 서로 더불어 세상에 노닐되 저마다 제 뜻대로 하였다. 해가 다하도록 서로 속을 알지 못하면서 스스로 제 슬기가 깊다 여겼다.

교녕(巧佞, 아첨)과 우직(愚直, 고지식)과 안착(婩斫, 무뚝뚝)과 편벽(便辟, 알랑거림) 네 사람이 서로 더불어 세상에 노닐되 저마다 제 뜻대로 하였다. 해가 다하도록 서로 제 재주를 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제 재주가 묘하다 여겼다.

오오(㺒㤉, 앙큼함)와 정로(情露, 속 드러냄)와 차극(𧮈極, 억지)과 능수(凌誶, 꾸짖음) 네 사람이 서로 더불어 세상에 노닐되 저마다 제 뜻대로 하였다. 해가 다하도록 서로 깨우쳐 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제 재주를 얻었다 여겼다.

면전(眠娗, 시치미)과 추위(諈諉, 떠넘김)와 용감(勇敢, 날램)과 겁의(怯疑, 겁냄) 네 사람이 서로 더불어 세상에 노닐되 저마다 제 뜻대로 하였다. 해가 다하도록 서로 나무라 깨우치지 않으면서 스스로 제 행실에 어긋남이 없다 여겼다.

다우(多偶, 두루 어울림)와 자전(自專, 제멋대로)과 승권(乘權, 세력에 붙음)과 척립(隻立, 홀로 섬) 네 사람이 서로 더불어 세상에 노닐되 저마다 제 뜻대로 하였다. 해가 다하도록 서로 돌아보지 않으면서 스스로 때에 맞다 여겼다.

이것이 뭇 모습이다. 그 꼴이 하나가 아니나 다 도로 나아가니 운명이 돌아가는 바다.

佹佹成者,俏成也,初非成也;佹佹敗者,俏敗者也,初非敗也。故迷生於俏,俏之際昧然。於俏而不昧然,則不駭外禍,不喜內福,隨時動,隨時止,智不能知也。信命者於彼我無二心。於彼我而有二心者,不若揜目塞耳,背坂面隍亦不墜仆也。故曰:死生自命也,貧窮自時也。怨夭折者,不知命者也;怨貧窮者,不知時者也。當死不懼,在窮不戚,知命安時也。其使多智之人量利害,料虛實,度人情,得亦中,亡亦中。其少智之人不量利害,不料虛實,不度人情,得亦中,亡亦中。量與不量,料與不料,度與不度,奚以異?唯亡所量,亡所不量,則全而亡喪。亦非知全,亦非知喪。自全也,自亡也,自喪也。

될 듯 될 듯한 것은 되는 듯 보일 뿐 처음부터 됨이 아니요, 어그러질 듯 어그러질 듯한 것은 어그러지는 듯 보일 뿐 처음부터 어그러짐이 아니다. 그러므로 홀림이 「듯함」에서 나니 「듯함」의 즈음이 어둑하다.

「듯함」에 어둑하지 않으면 밖의 재앙에 놀라지 않고 안의 복에 기뻐하지 않는다. 때를 따라 움직이고 때를 따라 그치니 슬기로 알 수 없다.

운명을 믿는 이는 저와 나에게 두 마음이 없다. 저와 나에게 두 마음이 있는 이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비탈을 등지고 구덩이를 마주하고도 떨어지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죽고 사는 것은 절로 운명이요 가난하고 막히는 것은 절로 때라 한다. 일찍 죽는 것을 원망하는 이는 운명을 모르는 이요, 가난하고 막힘을 원망하는 이는 때를 모르는 이다. 죽을 때를 만나 두려워하지 않고 막힌 데 있어 서러워하지 않는 것이 운명을 알고 때에 편안한 것이다.

슬기 많은 사람이 이롭고 해로움을 헤아리고 비고 참을 재고 사람의 정을 가늠하여도 맞을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다. 슬기 적은 사람이 이롭고 해로움을 헤아리지 않고 비고 참을 재지 않고 사람의 정을 가늠하지 않아도 맞을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다. 헤아림과 헤아리지 않음, 잼과 재지 않음, 가늠함과 가늠하지 않음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오직 헤아리는 바가 없고 헤아리지 않는 바도 없어야 온전하여 잃음이 없다. 이 또한 온전함을 아는 것도 아니요 잃음을 아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온전하고 스스로 없어지고 스스로 잃는 것이다.

齊景公游於牛山,北臨其國城而流涕曰:「美哉國乎!鬱鬱芊芊,若何滴滴去此國而死乎?使古無死者,寡人將去斯而之何?」史孔、梁丘據皆從而泣曰:「臣賴君之賜,疏食惡肉可得而食,駑馬稜車可得而乘也,且猶不欲死,而況吾君乎?」晏子獨笑於旁。公雪涕而顧晏子曰:「寡人今日之游悲,孔與據皆從寡人而泣。子之獨笑,何也?」晏子對曰:「使賢者常守之,則太公桓公將常守之矣;使有勇者而常守之,則莊公靈公將常守之矣。數君者將守之,吾君方將被蓑笠而立乎畎畝之中,唯事之恤,行假念死乎?則吾君又安得此位而立焉?以其迭處之迭去之,至於君也,而獨爲之流涕,是不仁也。見不仁之君,見諂諛之臣。臣見此二者,臣之所爲獨竊笑也。」景公慙焉,舉觴自罰,罰二臣者各二觴焉。

제 경공이 우산(牛山)에 노닐다가 북으로 그 나라 성을 굽어보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아름답구나, 나라여. 우거지고 푸르구나. 어찌 뚝뚝 이 나라를 버리고 죽는단 말인가. 옛날부터 죽는 이가 없었다면 과인이 여기를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사공(史孔)과 양구거(梁丘據)가 다 좇아 울며 말하였다. 「신들은 임금의 내리심에 힘입어 거친 밥과 궂은 고기나마 얻어먹고 둔한 말과 모난 수레나마 얻어 타는데도 오히려 죽고 싶지 않은데 하물며 우리 임금이시겠습니까.」

안자가 홀로 곁에서 웃었다. 공이 눈물을 씻고 안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과인이 오늘 노닒에 슬퍼하여 공(孔)과 거(據)가 다 과인을 좇아 우는데 그대만 홀로 웃으니 어찌 된 일인가.」

안자가 대답하였다.

「어진 이로 하여금 늘 이 자리를 지키게 하였다면 태공과 환공이 늘 지켰을 것이요, 날랜 이로 하여금 늘 지키게 하였다면 장공과 영공이 늘 지켰을 것입니다. 그 여러 임금이 지키고 있다면 우리 임금께서는 이제 도롱이와 삿갓을 쓰고 밭이랑 가운데 서서 오직 일을 걱정하실 터이니 어느 겨를에 죽음을 생각하시겠습니까. 그러면 우리 임금께서 또 어찌 이 자리를 얻어 서 계시겠습니까.

번갈아 자리하고 번갈아 떠나 임금께 이른 것인데 홀로 이를 두고 눈물을 흘리시니 이는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어질지 못한 임금을 보고 아첨하는 신하를 봅니다. 신이 이 둘을 보았으므로 신이 홀로 가만히 웃은 것입니다.」

경공이 부끄러워하여 잔을 들어 스스로 벌하고 두 신하도 각각 두 잔씩 벌하였다.

魏人有東門吳者,其子死而不憂。其相室曰:「公之愛子,天下無有。今子死不憂,何也?」東門吳曰:「吾常無子,無子之時不憂。今子死,乃與嚮無子同,臣奚憂焉?」

위나라 사람에 동문오(東門吳)라는 이가 있었다. 그 아들이 죽었는데 근심하지 않았다. 그 집일 맡은 이가 말하였다. 「공께서 아들을 사랑하심은 천하에 없는 바입니다. 이제 아들이 죽었는데 근심하지 않으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동문오가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아들이 없었고 아들이 없을 때 근심하지 않았소. 이제 아들이 죽었으니 곧 아까 아들이 없던 것과 같소. 내가 무엇을 근심하겠소.」

農赴時,商趣利,工追術,仕逐勢,勢使然也。然農有水旱,商有得失,工有成敗,仕有遇否,命使然也。

농부는 때에 나아가고 장사꾼은 이로움에 달려가고 장인은 재주를 좇고 벼슬아치는 세력을 좇으니 형세가 그러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농사에 장마와 가뭄이 있고 장사에 얻음과 잃음이 있고 장인에 이룸과 무너짐이 있고 벼슬에 만남과 못 만남이 있으니 운명이 그러하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