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6

시월 초이틀, 강남에서 서울로 들어오며 지어 여러 벗에게 보이다十月二日。自江南入洛有作。示諸友生。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39자 · 낭독 1.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家在鳳城南北傍。身遊蠻嶺三千里。半年嵐瘴換顔華。面黑鬂黃如蜑子。何況殘𨈬是病餘。蒼皮皴皺尤可耻。唯存瘦骨高於山。十月單衫纔掩髀。親舊相逢定未知。妻兒一見初相避。猒看村邑煙火微。數屋蕭條龜殼毀。喜見京都風日佳。萬家邐迤魚鱗比。李邕入洛故依然。馬卿遊邛還夢耳。此行可笑不可誇。寄語交遊勿嘲戱。我家新釀方壓槽。聊復招邀客一醉。

집은 봉성(鳳城)의 남북 곁에 있는데 몸은 남녘 고개 삼천 리를 놀았다 반년 남기와 무더위에 얼굴빛이 바뀌어 낯이 검고 살쩍이 누레 뱃사람 같다 하물며 남은 몸이 병 끝임에랴 푸른 살갗이 주름져 더욱 부끄럽다 오직 여윈 뼈만 남아 산보다 높고 시월 홑적삼이 겨우 넓적다리를 가린다 친척과 옛 벗이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요 아내와 아이가 한 번 보고는 처음엔 서로 피하리라 시골 고을의 연기가 희미한 것을 실컷 보았으니 두어 채 집이 쓸쓸해 거북 등딱지처럼 허물어졌다 반갑다, 서울의 바람과 날이 좋은 것을 보니 만 채의 집이 잇달아 고기비늘처럼 늘어섰다 이옹(李邕)이 낙양에 들 때와 예대로 같으나 사마상여가 공(邛) 땅에 논 것은 도리어 꿈일 뿐이다 이번 걸음은 우습고 자랑할 것이 못 되니 사귀는 이들에게 이르노니 놀리지 마라 내 집 새 술이 바야흐로 틀에서 눌리니 애오라지 다시 손을 불러 한번 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