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궂은비九月苦雨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淫雨注如河。人將化魚鮪。九街堪掛帆。舟楫宜可備。門外浩漫漫。比隣卽千里。南墻已曾倒。西北亦幾圮。漏屋百難防。持傘夜不寐。妻兒苦無知。怨咨聲不已。予曰天之爲。你輩乃敢爾。但恐霜降節。胡爲雨如此。天意固難知。拜乞小晴耳。
장맛비가 강처럼 쏟아져 사람이 장차 물고기가 되려 한다 아홉 거리에 돛을 걸 만하니 배와 노를 마땅히 갖추어야겠다 문밖이 넓고 아득해 이웃이 곧 천 리다 남쪽 담은 이미 넘어졌고 서북쪽도 또한 거의 무너졌다 새는 집을 백방으로 막기 어려워 우산을 들고 밤에 잠들지 못한다 아내와 아이는 괴롭게도 알지 못해 원망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내가 이르기를, 하늘이 하는 일인데 너희가 감히 그러느냐 다만 두렵다, 서리 내릴 철에 어찌하여 비가 이러한가 하늘의 뜻을 참으로 알기 어려우니 절하고 잠깐 개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