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읊다詠雪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1첫째 수
今古形容語已陳。欲裁新意倒前人。豈知爾反令心苦。不入詩來入鬢新。
예나 이제나 형용한 말이 이미 낡았으니 새 뜻을 마름질해 앞사람을 넘어뜨리려 했네 어찌 알았으랴 네가 도리어 마음을 괴롭게 하여 시로는 들어오지 않고 살쩍에 새로 들어올 줄
2둘째 수
入鬢新痕都是雪。不勞譬況此相同。唯餘一段未同處。鬢上難融汝易融。
살쩍에 든 새 자국이 모두 눈이니 견주어 말할 것 없이 이것이 같네 다만 한 가지 같지 않은 데가 남았으니 살쩍의 것은 녹기 어렵고 너는 쉬 녹네
3셋째 수
融成流水凍成氷。變化無窮獨爾能。作雪爭吾雙鬢白。爲氷學我一心澄。
녹으면 흐르는 물이 되고 얼면 얼음이 되니 변화가 끝없기는 오직 너만이 능하네 눈이 되어서는 내 두 살쩍의 흼을 다투고 얼음이 되어서는 내 한 마음의 맑음을 배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