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벗어진 것을 스스로 놀리다頭童自嘲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髮落頭盡童。譬之禿山是。脫帽得不慙。容梳已無意。若無鬢與鬚。眞與老髡似。冠弁飾其顚。強自備騶騎。黃裾雙引行。呵喝喧道里。行者錯擬人。䟃𧽼走相避。其實乃妄庸。於國無所利。徒將一腹膰。多喫國廩耳。自尙厚顏深。人誰不嘲戲。不如速卷藏。無重己之累。
머리털이 빠져 머리가 다 벗어졌으니 비유하자면 민둥산이 이것이네 갓을 벗고 부끄럽지 않을 수 있으랴 빗질하는 것은 이미 뜻이 없네 만약 귀밑머리와 수염마저 없다면 참으로 늙은 중과 같으리 관을 그 꼭대기에 꾸미고 억지로 스스로 말 탄 종을 갖추었네 누른 옷 두 사람이 앞을 이끌고 가며 길거리에 벽제 소리가 시끄럽네 길 가던 이가 사람을 잘못 알아보고 허둥지둥 달아나 서로 피하네 그 실상은 곧 망령되고 용렬하여 나라에 이로울 것이 없네 다만 한 배의 제사 고기를 가지고 나라 곳간의 곡식을 많이 먹을 뿐이네 스스로도 오히려 낯이 두꺼움이 깊거늘 사람들이 누군들 놀리지 않으랴 어서 거두어 감추어 제 몸의 허물을 무겁게 하지 않는 것만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