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장수로 하여금 백성에게 타일러 적진에 들어가 밭 갈지 말게 하기를 청하는 계請令諸將曉諭人民勿爲入耕賊陣。啓
近觀邊將處置皆狃於目前姑息之安而都無遠慮極爲寒心倭賊與我人非其同類前則我民之視此賊如狠虎蛇蝎聞之慄然况敢與之同處乎是以倭賊當初入境之時雖分遣醜類雄據郡邑勢力甚盛而我國之民除被脅勒留者外其餘皆提絜老幼分散山谷未有甘心投入者故賊勢雖熾而民心則不至於陷溺此乃國家收復之根本也今賊久居邊境歲月旣多而殺戮稍戢又佯爲喣濡之狀不相侵暴資以飲食則愚民之失其常性困於飢餓者已紛然相率而歸之不可禁抑爲之耕田納租以供其役而不耻日往月來幾與之化而相忘傳聞東萊釜山金海等處耕犂滿野三分之二皆爲我國之民而往往有剃髮染齒以從其俗者又有遠處買賣之人各持其物往來互市於賊陣略無防範界限事之寒心無過於此而賊之所以盤桓累年歛兵畜力者其妍計所在亦或可占今賊雖聲言退兵其言堂可信乎諸將不此之慮而欲於賊陣近處遣民入耕此何理也此聲一出而左右道之賊卽以巧計中之廣布牢籠之術而元帥似亦不悟至令蔚山老民往受約束於賊酋觀喜八通書則種子農食幷欲隨望借之彼以海道千里輪運之粮無故而欲貸我民者是愛我耶救我耶其情不難知也兵興四載我國之民困於徵發徭役赤立遑遑苟有可食之處雖赴水火而不辭賊之此言豈可令愚民聞之乎聞湖南等處之民近日流入於密陽等地者襁負相屬賊使要時羅來于金應瑞陣中者見其如此語之曰好爲耕種和若不成則當爲我食云其計可見况又爲之驅入乎今慶尙道土廣人稀不患無可耕之地何必驅民入賊陣然後始可耕哉倭性兇狡難測悍毒得於天性其於同類斬刈屠戮有同草芥於我民獨有恩意萬無此理往時京城之民初不知被禍而入與同處一夜之間滿城爲其魚肉此乃已然之明驗也將官常以此意曉諭人民勿使自投於狠虎之口而又爲之嚴立界限絕其交通之路且廣招撫陷賊之人勿使賊之奸計終始得行其他處置曲折不能盡煩於辭說之中惟在當事之人默念善處而已以此辭緣各別密諭于都元帥及左右道巡察使兵使何加
요사이 변방 장수들의 처치를 보니 모두 눈앞의 고식적인 편안함에 익어 도무지 먼 앞날을 헤아림이 없으니 지극히 한심합니다. 왜적은 우리 사람과 같은 무리가 아닙니다. 전에는 우리 백성이 이 적 보기를 사나운 범이나 뱀과 전갈같이 하여 듣기만 하여도 떨었거늘, 하물며 감히 그들과 함께 지내려 하였겠습니까.
그러므로 왜적이 처음 국경에 들어왔을 때, 비록 그 추한 무리를 나누어 보내어 고을을 웅거하고 세력이 매우 성하였으나, 우리나라 백성은 위협에 눌려 머문 자를 빼고는 그 나머지가 다 늙은이와 어린것을 이끌고 산골짜기로 흩어졌고 즐겨 들어가 붙은 자는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적의 형세는 비록 치성하였으나 민심은 빠져들지 않았으니, 이것이 곧 나라를 되찾는 뿌리입니다.
이제 적이 변경에 오래 머물러 세월이 이미 많아지자 죽이고 베는 일이 좀 뜸해졌고, 또 거짓으로 어루만지는 낯빛을 지어 서로 침노하지 않고 먹을 것을 대어 줍니다. 그러니 제 떳떳한 성품을 잃고 굶주림에 시달린 어리석은 백성이 이미 어지러이 서로 이끌고 그리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들을 위하여 밭 갈고 조세를 바치며 그 부역에 이바지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날이 가고 달이 가매 거의 그들과 한가지가 되어 서로 잊을 지경입니다.
전하는 말에 동래(東萊)·부산(釜山)·김해(金海) 등지에는 밭 가는 쟁기가 들에 가득한데 그 셋 가운데 둘이 다 우리나라 백성이라 합니다. 더러는 머리를 깎고 이를 물들여 그 풍속을 좇는 자까지 있고, 또 먼 곳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저마다 제 물건을 가지고 적진을 오가며 서로 사고파는데 막고 가르는 지경이 도무지 없으니, 일의 한심함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적이 여러 해를 머뭇거리며 군사를 거두고 힘을 쌓는 까닭도 그 간사한 꾀가 어디 있는지 또한 점쳐 볼 만합니다.
이제 적이 비록 군사를 물린다고 소리내어 말하나 그 말을 어찌 믿겠습니까. 여러 장수가 이것은 염려하지 않고 적진 가까운 곳에 백성을 보내어 들어가 밭 갈게 하려 하니 이 무슨 이치입니까. 이 소리가 한번 나가자 좌도와 우도의 적이 곧 교묘한 꾀로 이를 파고들어 옭아매는 술책을 널리 펴는데, 원수(元帥)도 또한 깨닫지 못하는 듯합니다. 심지어 울산(蔚山)의 늙은 백성을 시켜 적의 우두머리에게 가서 약속을 받아 오게 하였으니, 적의 우두머리 희팔(喜八)이 통한 글을 보면 씨앗과 농량을 아울러 바라는 대로 빌려 주고자 한다 합니다.
저들이 바닷길 천 리로 실어 온 양식을 까닭 없이 우리 백성에게 빌려 주려 하니, 이것이 우리를 사랑함이겠습니까 우리를 구함이겠습니까. 그 속셈은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군사를 일으킨 지 네 해에 우리나라 백성은 징발과 요역에 시달려 맨몸으로 허둥거리니, 진실로 먹을 만한 곳이 있으면 물과 불에 뛰어들더라도 사양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의 이 말을 어찌 어리석은 백성이 듣게 하겠습니까.
들으니 호남(湖南) 등지의 백성으로 요사이 밀양(密陽) 등지에 흘러든 자가 아이를 업고 잇달아 온다 합니다. 적의 사자 요시라(要時羅)가 김응서(金應瑞)의 진중에 왔다가 이 모양을 보고 말하기를 「부디 씨 뿌려 잘 가꾸라. 화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땅히 우리 먹이가 되리라」 하였다 하니, 그 꾀를 볼 만합니다. 하물며 또 그들을 몰아 들여보내겠습니까. 이제 경상도는 땅이 넓고 사람이 드물어 갈 만한 땅이 없음을 걱정하지 않는데, 어찌 반드시 백성을 적진으로 몰아넣은 뒤에야 비로소 밭을 갈겠습니까.
왜인의 성품은 흉악하고 교활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사납고 독함이 천성에서 얻은 것이라, 제 동류에게도 베고 죽이기를 풀포기같이 합니다. 우리 백성에게만 유독 은혜로운 뜻이 있다는 것은 만에 하나도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지난날 서울 백성이 처음에는 화를 입을 줄 모르고 들어가 함께 지내다가 하룻밤 사이에 온 성이 그들의 고기밥이 되었으니, 이는 곧 이미 그러하였던 밝은 증거입니다.
장수와 관원은 늘 이 뜻으로 백성을 타일러 스스로 사나운 범의 아가리에 몸을 던지지 말게 하고, 또 지경을 엄히 세워 오가는 길을 끊으며, 또 적에게 빠진 사람을 널리 불러 어루만져 적의 간사한 꾀가 끝내 행해지지 못하게 하소서. 그 밖에 처치할 자세한 곡절은 말 가운데 다 번거로이 늘어놓을 수 없으니, 오직 일 맡은 사람이 잠잠히 헤아려 잘 처리함에 있을 뿐입니다. 이 사연을 각별히 도원수와 좌도·우도의 순찰사·병사에게 비밀히 알리심이 어떠하겠습니까.
협주 1
저본은 妍·堂·何加이나 각각 奸·豈·何如의 잘못으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