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

아버지의 별서인 서교 초당에 노닐며遊家君別業西郊草堂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80자 · 낭독 1.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春風扇淑氣。朝日淸且美。駕言往西郊。塍壟錯如綺。土旣膏且腴。況復釃潭水。歲收畝千鍾。足可釀醇旨。何以度年華。日日花前醉。念此任胝手。意欲親耘耔。乘輿自忘還。岸幘聊徙倚。遠岫煙蒼茫。耀靈迫濛汜。月明返田廬。醉歌動隣里。快哉農家樂。歸田從此始。

봄바람이 맑은 기운을 부치고 아침 해가 맑고 또 곱다 수레를 몰아 서쪽 들로 가니 두렁과 이랑이 비단처럼 얽혔다 흙이 기름지고 또 걸며 게다가 못물을 대었다 해마다 이랑에서 천 종을 거두니 넉넉히 진한 술을 빚을 만하다 무엇으로 세월을 보내랴 날마다 꽃 앞에서 취한다 이를 생각하면 손에 굳은살 박이는 일도 맡기고 몸소 김매고 북돋우고 싶다 수레에 올라 절로 돌아갈 것을 잊고 두건을 젖히고 애오라지 이리저리 기댄다 먼 산봉우리에 안개가 아득하고 빛나는 해가 몽사(濛汜)에 가깝다 달이 밝아 밭 오두막으로 돌아와 취해 노래하니 이웃 마을이 들썩인다 상쾌하다, 농가의 즐거움이여 밭으로 돌아감이 이로부터 비롯한다

협주 1

二首

두 수.

日高醉未起。簷鷰欺人飛。童僕方巾車。苦促南畝歸。起坐罷梳沐。長嘯出松扉。林深日未炤。草露猶未晞。徐行望淸川。決渠雨霏霏。田婦白葛裙。田夫綠麻衣。相携唱田隴。荷鋤如雲圍。勉哉趁菖杏。耕穫且莫違。

해가 높아도 취해 일어나지 못하는데 처마 제비가 사람을 업신여겨 난다 아이 종이 바야흐로 수레를 꾸미고 남쪽 밭으로 돌아가자 괴로이 재촉한다 일어나 앉아 머리 빗고 씻기를 마치고 길게 휘파람 불며 솔 사립을 나선다 숲이 깊어 해가 비치지 않고 풀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 맑은 내를 바라보니 도랑을 터 물이 비처럼 흩날린다 밭의 아낙은 흰 갈포 치마요 밭의 사내는 푸른 삼베옷이다 서로 이끌고 밭두둑에서 노래하며 호미를 멘 이들이 구름처럼 둘러섰다 힘쓸지어다, 창포와 살구 철을 좇아 갈고 거두기를 어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