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 읊다送春吟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春向晚送將歸。杳杳悠悠適何處。不唯收拾花紅歸。兼取人顔渥丹去。明年春廻花復紅。丹面一緇誰借與。送春去春去忙。空對殘花頻洒涕。問春何去春不言。黃鸎似代春傳語。鸎聲可聞不可會。不若忘情倒芳醑。好去春風莫廻首。與人薄情誰似汝。
봄이 저물어 가매 보내어 돌아가게 하니 아득하고 아득히 어디로 가는가 붉은 꽃만 거두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얼굴의 붉은 윤기까지 가져간다 내년에 봄이 돌아오면 꽃은 다시 붉겠지만 붉던 낯이 한 번 검어지면 누가 빌려 주랴 봄을 보내니 봄이 바삐 간다 부질없이 남은 꽃을 마주해 자주 눈물을 뿌린다 봄에게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봄은 말이 없고 꾀꼬리가 봄을 대신해 말을 전하는 듯하다 꾀꼬리 소리는 들을 수 있어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정을 잊고 향기로운 술을 기울임만 못하다 잘 가라 봄바람아, 머리를 돌리지 마라 사람에게 정 없기가 누가 너만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