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2

성 북쪽 양생의 숲 동산에서 꽃을 보며 읊다城北楊生林園賞花吟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27자 · 낭독 1.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年年花謝浪自悲。直待明年花發時。年年花發又虛度。粉汗紅萎悔可追。賴有城北楊君家。偶此偸眼窺名花。我初都無賞花意。物到無心益自嘉。因思昨夜夢蝶最輕狂。無奈花魂引我欲尋芳。藏葉羞顔風挽出。猶憐掩抑抵紅粧。君不見翰林工部醉死各何之。詩酒風流留付吾儕嬉。對花把酒且高歌。無情風雨不肯爲君留一枝。

해마다 꽃이 지면 부질없이 스스로 슬퍼하고 곧장 내년 꽃 필 때를 기다린다 해마다 꽃이 피어도 또 헛되이 보내니 분 땀이 마르고 붉은빛 시든 뒤 뉘우친들 좇으랴 다행히 성 북쪽 양군의 집이 있어 우연히 여기서 몰래 이름난 꽃을 엿본다 나는 처음에 도무지 꽃 볼 뜻이 없었으나 물건은 무심한 데 이르러야 더욱 절로 아름답다 이에 생각하니 어젯밤 꿈의 나비가 가장 가볍고 미쳤더라 어쩌랴, 꽃의 넋이 나를 이끌어 꽃다움을 찾게 하니 잎에 숨은 부끄러운 얼굴을 바람이 끌어내고 오히려 가리고 누르는 붉은 단장이 어여쁘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한림(翰林)과 공부(工部)가 취해 죽어 저마다 어디로 갔는가 시와 술의 풍류를 우리 무리에게 남겨 즐기게 한 것을 꽃을 마주해 잔을 들고 또 높이 노래하라 무정한 비바람은 그대를 위해 한 가지도 남겨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