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사람이 보내 준 쇠 병을 얻어 차를 끓이다得南人所餉鐵瓶試茶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猛火服悍鐵。刳作此頑硬。喙長鶴仰顧。腹脹蛙怒逬。柄似蛇尾曲。項如鳧頸癭。窪却小口甀。安於長脚鼎。我無文園才。徒得文園病。唯思喚酪奴。已止中酒聖。雖無揚江水。幸有建溪茗。試呼平頭僕。敲汲寒氷井。塼爐手自煎。夜閣燈火炯。初如喉聲哽。漸作笙韻永。三昧手已熟。七勒味何並。持此足爲樂。胡用日酩酊。
사나운 불이 굳센 쇠를 굴복시켜 깎아 이 단단한 것을 만들었다 부리가 길어 학이 우러러보는 듯하고 배가 불러 개구리가 성나 부푼 듯하다 자루는 뱀 꼬리처럼 굽었고 목은 오리 목에 혹이 난 듯하다 오목하기는 입 작은 추(甀)보다 낫고 다리 긴 솥보다 놓기 편안하다 나는 문원(文園)의 재주는 없고 부질없이 문원의 병만 얻었다 오직 낙노(酪奴)를 부를 생각뿐 이미 술의 성인에 취하기를 그쳤다 비록 양자강 물은 없어도 다행히 건계(建溪)의 차가 있다 시험 삼아 더벅머리 종을 불러 찬 얼음 우물을 깨고 긷게 한다 벽돌 화로에 손수 달이니 밤 누각에 등불이 밝다 처음에는 목이 메는 소리 같더니 점점 생황 가락처럼 길어진다 삼매의 손이 이미 익었으니 일곱 사발의 맛에 무엇을 견주랴 이것을 가지면 넉넉히 즐거우니 어찌 날마다 곤드레만드레 취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