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을 슬퍼하다悼小女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5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小女面如雪。聦慧難具說。二齡已能言。圓於鸚鵡舌。三歲似恥人。遊不越門闑。今年方四齡。頗能學組綴。胡爲遭奪歸。倏若駭電滅。春雛墮未成。始覺鳩巢拙。學道我稍寬。婦哭何時輟。吾觀野田中。有穀苗初茁。風雹或不時。撲地皆摧沒。造物旣生之。造物又暴奪。枯榮本何常。變化還似譎。去來皆幻爾。已矣從此訣。
어린 딸은 얼굴이 눈 같고 총명함은 다 말하기 어려웠다 두 살에 이미 말을 하니 앵무새 혀보다 또렷하였다 세 살에는 남을 부끄러워하는 듯하여 놀아도 문지방을 넘지 않았다 올해 겨우 네 살에 자못 바느질을 배울 줄 알았다 어찌하여 빼앗겨 돌아갔는가 홀연히 놀란 번개가 스러지듯 하였다 봄 새끼가 다 자라기 전에 떨어졌으니 비로소 비둘기 둥지가 서툴렀음을 깨닫는다 도를 배운 나는 조금 너그러우나 아내의 울음은 언제 그치랴 내가 들밭 가운데를 보니 곡식 싹이 처음 돋았는데 바람과 우박이 때 없이 닥치면 땅을 치며 다 꺾여 스러진다 조물주가 이미 낳아 놓고 조물주가 또 사납게 빼앗는다 시들고 성함이 본디 무슨 떳떳함이 있으랴 변화가 도리어 속임수 같다 가고 옴이 다 헛것일 뿐이니 그만이다, 이제부터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