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원흥사에 들어 옛 벗 규 스님을 보고 주다是日入元興寺。見故人珪師贈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憶昔共遊長安中。算來一十四春風。君時氣壯未三十。一身謂可趁飛鴻。我亦鬢綠最年少。眼電爛爛如王戎。別來雲散各何處。四海風塵雙轉蓬。相逢一笑撫銅狄。逬淚無言意不窮。師今已非昔日容。瘦與松頭老鶴同。我亦老大心轉縮。無復昔日氣如虹。論情未終各悽惻。不覺半峯斜日紅。人生一世須曳爾。早謝名利從支公。
생각하니 옛날 서울에서 함께 놀았는데 헤아려 보니 열네 번의 봄바람이다 그대는 그때 기운이 씩씩하고 서른이 못 되어 한 몸으로 나는 기러기를 좇을 만하다 하였다 나도 살쩍이 푸르고 가장 나이 어려 눈빛이 번쩍번쩍 왕융(王戎) 같았다 헤어진 뒤 구름처럼 흩어져 저마다 어디 있었던가 사해의 바람과 티끌에 두 쑥대가 굴렀다 서로 만나 한 번 웃고 구리 사람을 어루만지니 눈물이 솟고 말이 없어도 뜻이 다하지 않는다 스님은 이제 이미 옛날 얼굴이 아니어서 여윔이 솔 꼭대기 늙은 학과 같다 나도 늙어 마음이 도리어 움츠러들어 다시는 옛날 무지개 같던 기운이 없다 정을 논하다 마치기도 전에 저마다 슬퍼져 어느새 반쯤 남은 봉우리에 지는 해가 붉다 사람의 한평생이 잠깐일 뿐이니 일찍 명리를 사양하고 지공(支公)을 따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