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흐레, 미륵원에서 묵는데 평소 모르던 중이 술과 음식을 차려 위로하기에 시로 사례하다十九日。宿彌勒院。有僧素所未識。置酒饌慰訊。以詩謝之。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稅駕入古院。燥吻無由澆。詩肩秋山聳。旅恨風旌搖。吾師舊未識。欣然肯相邀。桂酒酌碧香。霜梨剝紅消。已療靈輒飢。復慰相如痟。君看今人交。有似秋雲飄。膠漆誓昨日。胡越視今朝。多師有古風。名與遠公超。遇士雖非素。意合不謂遼。見我如舊執。殷勤訊無憀。此意何以報。愧無答瓊瑤。
수레를 풀고 옛 절에 드니 마른 입술을 적실 길이 없다 시 짓는 어깨는 가을 산처럼 솟고 나그네 한은 바람에 깃발처럼 흔들린다 이 스님은 예전에 알지 못하였는데 기꺼이 나를 맞아 준다 계수 술에 푸른 향기를 따르고 서리 맞은 배를 벗기니 붉은 것이 사라진다 이미 영첩(靈輒)의 굶주림을 고쳤고 다시 사마상여의 소갈을 위로하였다 그대 보라, 요즘 사람의 사귐은 가을 구름이 나부끼는 것 같다 어제는 아교와 옻처럼 맹세하고 오늘 아침엔 오랑캐와 월나라처럼 본다 고맙다, 스님은 옛 풍모가 있어 이름이 혜원(慧遠)과 함께 뛰어나다 선비를 만남이 비록 평소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뜻이 맞으니 멀다 하지 않는다 나를 보기를 옛 벗처럼 하여 은근히 무료함을 물어 준다 이 뜻을 무엇으로 갚으랴 옥으로 답할 것이 없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