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열아흐레, 찾아갈 데가 있었으나 비 때문에 못하고 우연히 짓다十月十九日。有所訪。以雨未果。偶成。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孟冬地閉錮。可雪乃及雨。鷄縮未離巢。鳥霑難振羽。有懷同心人。想像如瓊樹。地爐擁一裘。棐几閣雙肘。雖無蘸甲杯。亦詠撚鬚句。
초겨울에 땅이 굳게 닫히니 눈이 와야 할 텐데 도리어 비가 온다 닭은 움츠려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새는 젖어 깃을 떨치기 어렵다 마음이 같은 사람을 그리워하니 상상하매 구슬 나무 같다 화로에 갖옷 하나를 두르고 비자나무 안석에 두 팔꿈치를 얹는다 비록 손톱을 적실 잔은 없어도 또한 수염을 꼬며 지은 구절을 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