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7

베짜기를 재촉하는 귀뚜라미를 한탄하다促織歎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43자 · 낭독 1.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去年園中桑葉沃。神蠶作繭大於屋。織成五色雲錦羅。不待寒蟲苦相促。今年桑老枯且萎。飢蠶僵臥未生絲。渾家拱手待天寒。一聞促織先酸悲。千聲萬聲無一尺。爾吟雖苦終何益。月叢露葉不耐寒。入我牀前空喞喞。君不見促織之號何太忙。箱無寸線機無聲。唯有病夫雙鬢髮。一聲促得一絲生。縈紆心緖亂莫斷。一夜織得愁萬段。虫聲於予已不費。勸汝從今啼少緩。

지난해 동산 안에 뽕잎이 기름져 신령한 누에가 집채만 한 고치를 지었다 다섯 빛 구름 비단을 짜 내었으니 찬 벌레가 애써 재촉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올해는 뽕이 늙어 마르고 시들어 주린 누에가 뻣뻣이 누워 실을 내지 못한다 온 집안이 손을 마주 잡고 추위를 기다리는데 베짜기 재촉하는 소리 한 번에 먼저 쓰라리고 슬프다 천 소리 만 소리에도 한 자가 없으니 네 울음이 아무리 괴로운들 끝내 무슨 보탬이 되랴 달빛 떨기 이슬 젖은 잎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내 평상 앞에 들어와 부질없이 찍찍거린다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베짜기 재촉이라는 이름이 어찌 그리 바쁜지를 상자에 실 한 치 없고 베틀에 소리가 없다 오직 병든 사내의 두 살쩍 머리만 있어 한 소리 재촉에 실 한 올이 돋는다 얽힌 마음이 어지러워 끊이지 않으니 하룻밤에 짜 낸 것이 시름 만 조각이다 벌레 소리가 나에게는 이미 값어치가 없으니 너에게 권한다, 이제부터는 조금 늦추어 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