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선사가 빗속에 불러 마시게 한 것에 사례하다謝應禪老雨中邀飮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數年飄散各西東。今日樽前一笑同。乍把銅人相話舊。更憑石女苦談空。篆畦終日淸抽穗。燈蘂侵宵巧綴虫。濃翠滴窓垂柳雨。暗香撲地落花風。醉翁情興狂於白。禪老行裝懶似融。他日不辭參入社。遠公沽酒引陶公。
몇 해를 흩어져 저마다 동서로 갔다가 오늘 술동이 앞에서 한 번 함께 웃는다 잠시 구리 사람을 잡고 서로 옛일을 이야기하고 다시 돌 계집에 기대어 애써 공(空)을 말한다 향 사르는 이랑은 온종일 맑게 이삭을 뽑고 등잔 심지는 밤 깊도록 교묘히 벌레를 맺는다 짙푸르게 창에 방울지는 것은 버들에 내리는 비요 그윽한 향기가 땅을 치는 것은 꽃 지는 바람이다 취한 늙은이의 정과 흥은 이백보다 미치고 선승의 행장은 도융(道融)보다 게으르다 뒷날 결사에 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리니 혜원(慧遠)이 술을 사서 도잠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