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에서 빗속에 졸다草堂雨中睡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緣霤雨浪浪。撼耳似妨睡。云何雨聲中。徧得睡味美。晴時雖杜門。駕言意未弭。自此夢難酣。假寐或驚起。獨是霖雨中。塗路混爲水。雖欲訪情親。咫尺卽千里。門絶客敲扉。庭無人響履。所以得於眠。齁齁雷吼鼻。此味固難言。王侯那得致。王侯豈不能。朝請安可弛。
처마를 따라 비가 주룩주룩 귀를 흔들어 잠을 방해하는 듯하다 어찌하여 빗소리 속에서 두루 잠맛이 아름다움을 얻는가 갤 때는 비록 문을 닫아도 수레 타고 나갈 뜻이 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꿈이 무르익기 어렵고 선잠에 더러 놀라 일어난다 오직 장맛비 속에서만 길이 온통 물이 되어 비록 정든 이를 찾으려 해도 지척이 곧 천 리다 문에는 손이 사립 두드림이 끊기고 뜰에는 사람의 신 소리가 없다 그래서 잠을 얻어 드렁드렁 우레처럼 코를 곤다 이 맛은 참으로 말하기 어려우니 왕과 제후인들 어찌 얻으랴 왕과 제후가 어찌 못하랴만 조회를 어찌 늦출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