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초여드레, 경복사에 노닐고 이튿날 비래방장을 찾아 처음 보덕 성인의 진영을 뵙다 — 종령 수좌와 이인로 내한이 쓴 시의 운을 따라 끝에 적다十月八日。遊景福寺。明日訪飛來方丈。始謁普德聖人眞容。板上有宗聆首座李內翰仁老所題詩。堂頭老宿乞詩。依韻書于末云。
忽憶山中胡眼碧。暫輟簿書硏墨赤。身先飛鳥躍半空。臂共騰猿攀絶壁。幅巾長嘯到寺門。又與蝙蝠爭黃昏。天明扣鍵飛來堂。至人已化雲無痕。吾聞普德信至人。一臥盤龍幾許春。嗒然隱几如喪耦。唯與十一門人親。至人變化眞有餘。擬將一室飛空虛。自言吾生信過客。視世尙欲如蘧廬。此地何須着我房。達人知幾猶履霜。却遣椽椽生羽翮。過眼難容掣電光。若顯神通百千種。刺地出泉如決腫。明德胡爲恨未移。聖人有時藏妙用。聊向人間示有礙。細思此理眞自在。莫言只是十六楹。大曰須彌堪納芥。吾師何年栖此山。一笑萬古彈指間。我來記舊吟索句。博得雙鬢添詩斑。
문득 산속의 푸른 눈을 생각하고 잠시 장부를 그치고 붉은 먹을 간다 몸이 나는 새보다 앞서 반공에 뛰고 팔은 솟는 원숭이와 함께 절벽을 붙잡는다 복건 쓰고 길게 휘파람 불며 절 문에 이르니 또 박쥐와 황혼을 다툰다 날이 밝아 비래당의 빗장을 두드리니 지극한 사람은 이미 가서 구름처럼 자취가 없다 내가 듣건대 보덕은 참으로 지극한 사람이라 반룡산(盤龍山)에 한 번 누운 것이 몇 봄이던가 멍하니 안석에 기대어 짝을 잃은 듯하였고 오직 열한 문인과 친하였다 지극한 사람의 변화가 참으로 넉넉해 방 한 칸을 허공에 날리려 하였다 스스로 이르기를 내 삶이 참으로 지나가는 나그네라 세상 보기를 오히려 여관같이 하려 한다 하였다 이 땅에 어찌 내 방을 붙여 두랴 통달한 사람은 기미를 알아 오히려 서리를 밟는다 도리어 서까래마다 깃이 돋게 하니 눈앞을 지나감이 번갯빛도 담기 어렵다 신통을 나타냄이 백천 가지라면 땅을 찔러 샘을 내는 것이 종기를 터뜨리듯 하리라 명덕(明德)은 어찌하여 옮기지 못함을 한하였는가 성인은 때로 묘한 쓰임을 감춘다 애오라지 인간 세상에 걸림이 있음을 보였을 뿐이니 이 이치를 곰곰이 생각하면 참으로 자재하다 다만 열여섯 기둥일 뿐이라 말하지 마라 크다는 수미산도 겨자씨에 담을 만하다 우리 스님은 어느 해에 이 산에 깃들었는가 한 번 웃으니 만고가 손가락 튕기는 사이다 내가 와서 옛일을 적으려 구절을 찾다가 두 살쩍에 시의 반백을 더 얻었다
협주 4
初居高句麗盤龍山延福寺。
처음에 고구려 반룡산 연복사에 살았다.
初有十弟子。後得明德爲十一。
처음에 제자가 열이었는데 뒤에 명덕(明德)을 얻어 열하나가 되었다.
普德謂弟子明德曰。高句麗唯尊道敎。不信佛法。不久滅亡。安身避難。有何處所。弟子曰。新羅完山有高達山。安住不動之處。普德聽之。勤修過夜。至曉開戶出見。堂卽移在高達山。
보덕이 제자 명덕에게 이르기를 「고구려는 오직 도교만 높이고 불법을 믿지 않으니 오래지 않아 멸망하리라. 몸을 편안히 하고 난을 피할 데가 어디인가」 하니, 제자가 이르기를 「신라 완산에 고달산(高達山)이 있는데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을 곳입니다」 하였다. 보덕이 그 말을 듣고 부지런히 닦으며 밤을 지내고 새벽에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집이 이미 고달산에 옮겨져 있었다.
明德曰。此山雖奇絶。泉水枯渴。我若知師移來。則必幷移舊山之泉矣。
명덕이 이르기를 「이 산이 비록 기이하고 빼어나나 샘물이 말랐다. 내가 만일 스님이 옮겨 올 줄 알았다면 반드시 옛 산의 샘도 아울러 옮겼을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