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0

궂은비의 노래苦雨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44자 · 낭독 2.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愁霖一月如懸河。晝夜昏黑藏羲娥。已聞街巷游蛟鼉。復患庭除生蚌螺。高墻忽倒臥橐駞。短屋還頽仆馬騾。雷公揮劒刃似磨。壁間躍出陶公梭。直敎平地轉盤渦。南宅東家放鴨鵝。城中萬屋浮濤波。大者如舶小如艖。一國正作海中倭。擬營舡舫相經過。江湖混混莫分沲。空舟獨艤無漁蓑。蓬蒿蕭艾與綠莎。時哉得意盈山阿。可惜南畝漂嘉禾。其奈四海蒼生何。甕中美酒香已訛。詎可酣飮令人𨠑。箱底芳茶貿味多。不堪烹煮駈眠魔。掩被雖欲寐無吪。打窓喧霤可從他。凡百防人多跌蹉。久矣此雨傷天和。鳥藏巢底蜂藏窠。路絶車馬無鳴珂。此時行者理則那。泥沒腰脊况襪靴。我幸杜門聊養痾。日晏而興誰復訶。率然忽作苦雨歌。

시름겨운 장마가 한 달을 강을 매단 듯하고 밤낮으로 어두워 해와 달을 감추었다 이미 거리에 교룡과 악어가 논다 들었고 다시 뜰에 조개와 소라가 생김을 근심한다 높은 담이 문득 넘어져 낙타처럼 눕고 낮은 집이 도로 무너져 말과 노새처럼 엎어진다 우레 신이 칼을 휘두르니 날이 간 듯하고 벽 사이에서 도공(陶公)의 북이 튀어나온다 곧바로 평지에 소용돌이가 돌게 하고 남쪽 집 동쪽 집에서 오리와 거위를 놓는다 성안 만 채의 집이 물결에 뜨니 큰 것은 큰 배 같고 작은 것은 거룻배 같다 온 나라가 바로 바다 가운데 왜국이 되었으니 배를 마련해 서로 오가려 한다 강과 호수가 뒤섞여 물굽이를 가릴 수 없고 빈 배만 홀로 대었을 뿐 도롱이 입은 어부가 없다 쑥과 다북쑥과 푸른 사초가 때를 만나 뜻을 얻어 산기슭에 가득하다 아깝다, 남쪽 이랑에 아름다운 벼가 떠내려가니 사해의 백성을 어이하랴 항아리 속 좋은 술이 향기가 이미 변하였으니 어찌 흠뻑 마셔 사람을 취하게 하랴 상자 밑 향기로운 차도 맛이 많이 바뀌어 달여서 잠 귀신을 쫓기에 마땅치 않다 이불을 덮고 자려 해도 움직임이 없고 창을 때리는 시끄러운 낙숫물은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다 온갖 것이 사람을 막아 넘어짐이 많으니 오래구나, 이 비가 하늘의 화기를 상하게 함이 새는 둥지 밑에 숨고 벌은 집에 숨고 길이 끊겨 수레와 말에 울리는 패옥이 없다 이때 길 가는 이는 어찌하랴 진흙이 허리와 등을 묻으니 하물며 버선과 신이랴 나는 다행히 문을 닫고 애오라지 병을 기르며 해가 늦어서야 일어난들 누가 다시 꾸짖으랴 문득 「궂은비의 노래」를 지었다

협주 1

雙韻下犯傍韻

쌍운(雙韻)인데 아래에서 곁운을 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