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0

온 상인이 간직한, 해오라기만 그린 그림溫上人所蓄獨畫鷺鷥圖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59자 · 낭독 1.6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君不見翰林筆下曾解導心閑。來去獨立沙洲傍。何人畫手得神授丹靑妙意。髣髴謫仙膓。我初未識畫工趣。攴頤倚壁私商量。旣寫江湖奇絶致。何不畫漁人舟子來往遊倘佯。旣寫鷺鷥得意態。何不畫遊魚走蠏出沒行洋洋。潛思默課始自知。意所未到於焉藏。白鷺見人處拂翼沙頭。決爾一起驚飛翔。白鷺窺魚時植足葦間。聳然不動難低仰。那敎雪客閑放態。遣作黃雀多驚忙。此意識者小。吾作歌詩始翼揚。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한림의 붓 아래 일찍이 한가한 마음을 이끌 줄 알아 오고 가며 홀로 모래섬 곁에 서 있음을 어떤 사람의 그림 솜씨가 신의 가르침을 얻어 단청의 묘한 뜻이 어렴풋이 귀양 온 신선의 창자를 닮았는가 나는 처음에 화공의 멋을 알지 못해 턱을 괴고 벽에 기대어 가만히 헤아렸다 이미 강과 호수의 기이하고 빼어난 정취를 그렸으면 어찌 어부와 뱃사공이 오가며 노니는 것은 그리지 않았는가 이미 해오라기의 뜻 얻은 모습을 그렸으면 어찌 노는 물고기와 달리는 게가 드나들며 넘실거리는 것은 그리지 않았는가 잠겨 생각하고 잠자코 헤아려 비로소 스스로 알았다 뜻이 이르지 않은 데가 거기에 감추어져 있음을 흰 해오라기는 사람을 보면 모래 머리에서 날개를 떨쳐 훌쩍 한 번 일어나 놀라 날아오른다 흰 해오라기는 물고기를 엿볼 때 갈대 사이에 발을 세워 우뚝 움직이지 않아 굽히고 우러르기 어렵다 어찌 눈 같은 나그네의 한가하고 방자한 모습으로 하여금 참새처럼 놀라 바쁘게 하랴 이 뜻을 아는 이가 적어 내가 노래와 시를 지어 비로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