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평 강가에서 우연히 읊다沙平江上偶吟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落帆江口久踟躕。俯鑑澄波默數鬚。草合岸邊纔沒鸛。潮來汀際似迎鳧。篙工坐識水深淺。沙戶能占風有無。急覓霜縑須畫去。一雙閑鴨睡殘蘆。
강어귀에 돛을 내리고 오래 머뭇거리며 맑은 물결에 굽어 비추어 잠자코 수염을 센다 풀이 어우러진 언덕가에 황새가 겨우 묻히고 밀물이 오는 물가는 오리를 맞는 듯하다 사공은 앉아서 물의 깊고 얕음을 알고 모래 마을 사람은 바람의 있고 없음을 점칠 줄 안다 급히 흰 비단을 찾아 그려 가야겠다 한 쌍 한가한 오리가 시든 갈대에서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