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0

장난삼아 빗속의 작은 모란 노래를 짓다戱作雨中小牡丹歌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63자 · 낭독 1.6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春欲去萬物各悽然。相將欲設餞春筵。烟籠高柳展翠幙。霧爲祖帳張其前。落花先作錦茵鋪。餘花含露涕漣漣。酴𮡋花是餞春醴。蝶釀蜂嘗灑以雨。鸎爲送春歌。鷰爲送春舞。東君大醉倒且顚。是夜不去許留連。夜深欲命薦枕女。桃頑杏鄙無可憐。唯有花王小女子。年少嬌饒顔最美。此花是夜嫁東君。含羞尙未開笑齒。東君貪翫留數日。日夕花心方嫵媚。炎帝駸駸交代來。東君歸意何由弭。君去也花慘然。紅臉至今猶帶淚。

봄이 가려 하니 만물이 저마다 서글퍼져 서로 이끌고 봄 전송하는 자리를 베풀려 한다 안개가 높은 버들을 감싸 푸른 장막을 펴고 안개가 전별 장막이 되어 그 앞에 친다 지는 꽃이 먼저 비단 자리를 깔고 남은 꽃이 이슬을 머금어 눈물이 줄줄이다 도미화(酴醾花)는 봄을 전송하는 단술이요 나비가 빚고 벌이 맛보아 비로 뿌린다 꾀꼬리는 봄 보내는 노래를 하고 제비는 봄 보내는 춤을 춘다 봄의 신이 크게 취해 넘어지고 자빠져 이 밤 가지 않고 머물기를 허락하였다 밤이 깊어 잠자리 모실 여자를 부르려 하나 복사는 무디고 살구는 비루해 어여쁠 것이 없다 오직 꽃 임금의 작은 딸이 있어 나이 어리고 아리따워 얼굴이 가장 곱다 이 꽃이 이 밤에 봄의 신에게 시집가서 부끄러움을 머금어 아직 웃는 이를 열지 않았다 봄의 신이 즐김을 탐내어 며칠을 머무니 날이 저물어 꽃 마음이 바야흐로 아리땁다 여름의 신이 빠르게 교대하러 오니 봄의 신이 돌아갈 뜻을 무엇으로 그치랴 그대가 가니 꽃이 참담하여 붉은 뺨이 지금도 오히려 눈물을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