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사에 남겨 쓰다留題惠元寺
城中望北嶺。一髮雲外揷。杳然飛鳥背。誰謂着脚躡。可恠一箇身。已度碧千疊。高樓出樹杪。勢若飛來鴿。道人出門迎。霞襯半肩衲。步惜紫苔破。笑憐空谷答。件件淸景多。一一似可拾。秋光濃欲滴。山氣欝相襲。異石或千鱗。奇松皆七鬣。刳木作飛溝。遠與泉脉接。解敎他山水。繚繞走自及。大勝倒甁斟。何煩抱甕汲。上有聖僧居。華構高岌嶪。危階挾兩崖。七十有三級。未登頭已旋。已陟心彌讋。道人隨我來。身快猿猱捷。如行氈毯中。擧足輕躞蹀。相將禮眞容。雙手蓮花合。朅來臥匡床。窓樹風颼颯。穹豐一蒼巖。鼇伏堂之脅。中虛容幾人。大或屋許立。僧言此一穴。伊昔盎口狹。有僧曰惠元。於此修白業。後輩競鑿開。伋以廣栖集。雲屛任舒卷。石戶能開闔。嗟我本狂直。世味備相涉。不如早歸來。得此幽興愜。學道師應癯。遺形我方𢟯。塊然兩槁木。相對度小劫。
성안에서 북쪽 고개를 바라보니 한 올 터럭이 구름 밖에 꽂혔다 아득히 나는 새의 등이라 누가 발을 붙여 밟는다 하랴 괴이하다, 한 몸이 이미 푸른 천 겹을 건넜다 높은 다락이 나무 끝에 솟아 형세가 날아온 비둘기 같다 도인이 문을 나와 맞으니 노을이 한쪽 어깨 가사에 어린다 걸음은 붉은 이끼 깨짐을 아끼고 웃음은 빈 골짜기가 답함을 어여삐 여긴다 낱낱이 맑은 경치가 많아 하나하나 주울 만한 듯하다 가을빛이 짙어 방울지려 하고 산 기운이 우거져 서로 스민다 기이한 돌은 더러 천 비늘이요 기이한 솔은 다 일곱 갈기다 나무를 파서 나는 도랑을 만들어 멀리 샘 줄기와 잇는다 다른 산의 물로 하여금 감아 돌아 절로 이르게 할 줄 안다 병을 기울여 따르는 것보다 훨씬 낫고 어찌 번거로이 항아리를 안고 긷랴 위에 거룩한 중이 사는 곳이 있어 화려한 얽음이 높이 우뚝하다 위태로운 층계가 두 벼랑을 끼고 일흔세 계단이다 오르기도 전에 머리가 이미 어지럽고 오르고 나니 마음이 더욱 떨린다 도인이 나를 따라오는데 몸이 시원해 원숭이처럼 날래다 마치 담요 위를 가는 듯 발을 드는 것이 가벼이 사뿐사뿐하다 서로 이끌고 진영에 예를 올리며 두 손을 연꽃처럼 합한다 와서 평상에 누우니 창가 나무에 바람이 쏴쏴 분다 우묵하고 큰 푸른 바위 하나가 자라처럼 집 옆구리에 엎드렸다 속이 비어 몇 사람을 담으며 커서 혹 집을 세울 만하다 중이 이르기를, 이 굴이 옛날에는 동이 아가리처럼 좁았는데 혜원(惠元)이라는 중이 있어 여기서 깨끗한 업을 닦았고 뒷사람들이 다투어 파서 열어 넓혀서 깃들어 모이게 하였다 한다 구름 병풍은 펴고 걷힘을 맡기고 돌문은 열리고 닫힐 줄 안다 아, 나는 본디 미치고 곧아 세상 맛을 두루 겪었다 일찍 돌아옴만 못하니 이 그윽한 흥이 흡족함을 얻었다 도를 배워 스님은 응당 여위었고 형체를 잊어 나는 바야흐로 게으르다 우두커니 두 마른 나무가 서로 마주해 작은 겁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