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1

칠월 초사흘, 운제현이 큰물에 떠내려갔다는 말을 듣다七月三日。聞雲梯縣爲大水所漂。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384자 · 낭독 3.7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雲梯。迺予前所理完山之屬郡也。縣在巖谷間。山之高險。甲於他郡。又非濱河枕海而居者。霖雨一夕。山裂水湧。盡漂一郡。吏民物故。不可勝數。攀樹而活者。纔十之二三也。完山舊吏來謁予具言本末。且曰。此郡舊未嘗有此害。今而有之。此何祥耶。予惻然感嘆。爲詩以哀之。

운제는 내가 전에 다스리던 완산의 속현이다. 고을이 바위 골짜기 사이에 있어 산의 높고 험함이 다른 고을보다 으뜸이며, 또 강가나 바닷가에 사는 것도 아니다. 장맛비가 하룻저녁에 산을 찢고 물을 솟구쳐 한 고을을 다 떠내려 보내니, 아전과 백성으로 죽은 이를 다 셀 수 없고 나무를 붙잡고 산 이가 겨우 열에 두셋이다. 완산의 옛 아전이 와서 나를 뵙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하고 또 이르기를 「이 고을에 옛날에는 이런 재해가 없었는데 이제 있으니 이 무슨 조짐입니까」 하였다. 나는 측은히 여겨 감탄하고 시를 지어 슬퍼한다.

협주 1

幷序

서문을 아울렀다.

漢興三十年。河決酸棗地。後至元光間。又決於瓠子。齧桑已漂浮。東注傾淮泗。長筊與石甾。只自煩民耳。此雖古所嗟。亦坐居河涘。我曾見雲梯。正在巖石裏。山有百仞高。泥潦所不至。傍無一丈川。大水何從起。設有滔天災。依山尙可避。况復今年雨。平地僅尺咫。瀕江八九郡。亦無一戶棄。云何此山郡。乃反化鱣鮪。初聞未之信。私心謂非是。今朝逢舊吏。本末得細味。非水能懷山。山吐不測水。譬如立屋瓴。下注勢難止。豈無最高巓。可接飛鳥翅。水旣從山來。攀緣路何自。唯有古樹枝。其高頗可恃。捷者最先登。杳似猿掛臂。惰者升未能。呀喘雜𥈭眙。何况羸與弱。萍泛隨瀰瀰。觸石或舂磨。隨槎或彼此。雨歇浪復乾。如麻那忍視。其間猾吏輩。雖斃固其理。平生幾侵漁。瘠民以肥己。愚民本何辜。未識皇天意。大禹不復生。老眼空泫淚。

한나라가 일어난 지 서른 해에 황하가 산조(酸棗) 땅에서 터졌고 뒤에 원광(元光) 연간에 이르러 또 호자(瓠子)에서 터졌다 설상(齧桑)이 이미 떠내려가고 동으로 흘러 회수와 사수를 기울였다 긴 대바구니와 돌망태로 다만 스스로 백성을 번거롭게 하였을 뿐이다 이는 비록 옛적에 탄식하던 일이나 또한 강가에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운제를 보았는데 바로 바위 속에 있었다 산이 백 길이나 높아 진창과 큰물이 이르지 못하고 곁에 한 길 되는 내도 없으니 큰물이 어디에서 일어나랴 설령 하늘에 넘치는 재앙이 있어도 산에 기대어 오히려 피할 만하다 하물며 올해 비는 평지에도 겨우 한 자 남짓이었다 강가의 여덟아홉 고을도 또한 한 집도 버려진 것이 없다 어찌하여 이 산골 고을만 도리어 물고기 사는 데가 되었는가 처음 듣고는 믿지 못해 속으로 그렇지 않으리라 여겼다 오늘 아침 옛 아전을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맛보았다 물이 산을 안은 것이 아니라 산이 헤아릴 수 없는 물을 토한 것이다 비유하면 집 기와를 세워 아래로 쏟는 형세를 막기 어려운 것 같다 어찌 가장 높은 꼭대기가 없으랴 나는 새의 날개에 닿을 만한 데가 물이 이미 산에서 왔으니 붙잡고 오를 길이 어디 있으랴 오직 늙은 나뭇가지가 있어 그 높이를 자못 믿을 만하였다 날랜 이가 가장 먼저 올라 아득히 원숭이가 팔을 건 듯하고 굼뜬 이는 오르지 못해 헐떡이며 놀라 바라봄이 섞였다 하물며 여위고 약한 이들이랴 부평초처럼 떠서 넘실거림을 따랐다 돌에 부딪혀 혹 찧이고 갈리고 뗏목을 따라 혹 이리저리 갔다 비가 그치고 물결이 다시 마르니 삼대처럼 널린 것을 어찌 차마 보랴 그 가운데 교활한 아전 무리가 죽은 것은 참으로 그 이치다 평생 얼마나 침탈하였던가 백성을 여위게 하여 제 몸을 살찌웠다 어리석은 백성이 본디 무슨 죄인가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하겠다 큰 우임금이 다시 나지 않으니 늙은 눈이 부질없이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