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군 상서의 막부에서 김 상인의 초서를 보다統軍尙書幕。觀金上人草書。
吾師草聖天下少。搖簸乾坤駈造化。十幅鵝紈展素煙。千金螺墨噴香麝。酒酣高踞如箕張。筆頭生翼欻飛揚。手所未到心先呑。軒騰奮迅何顚狂。我疑海水一朝涸。鯨奔龍走橫脊張牙跳巨壑。又疑神山之頂風大簸。鸞驚鳳駭奮翮洒毛向寥廓。其間細黠何所况。飛蘿走葛倒掛枯松上。或竪點若輕雲湧岫直奔天。或落晝如飛石放下山萬丈。或將斷而復縈。或方縱而旋橫。上人之筆信神授。不是臨池費墨學所成。幕中之人殊未知。皆言熊虎方爭何暇草書爲。我獨先窺相公意。此意尤深識者誰。君不見費褘圍碁敵自退。宜僚弄丸難卽解。况此草書所自作。本爲軍中占授不令人易會。師乎師乎縱筆無忌畏。吾欲撞鉦撾皷助其氣。見公草書不可無我詞。橫槊賦詩古所貴。
우리 스님의 초서 성인 같은 솜씨는 천하에 드물어 하늘과 땅을 까부르고 조화를 몬다 열 폭 거위 비단이 흰 안개를 펴고 천금 소라 먹이 사향을 뿜는다 술이 무르익어 높이 걸터앉음이 키를 벌린 듯하고 붓끝에 날개가 돋아 홀연히 날아오른다 손이 이르기 전에 마음이 먼저 삼키니 높이 솟고 떨쳐 달림이 어찌 그리 미친 듯한가 나는 의심한다, 바닷물이 하루아침에 말라 고래가 달리고 용이 뛰어 등을 가로세우고 이빨을 벌려 큰 골짜기에 뛰는가 또 의심한다, 신령한 산꼭대기에 바람이 크게 까불러 난새가 놀라고 봉황이 겁내어 날개를 떨치고 털을 뿌리며 넓은 하늘로 향하는가 그 사이 가늘고 약은 것은 무엇에 견주랴 나는 등덩굴과 달리는 칡이 마른 솔 위에 거꾸로 걸린 듯하다 혹 점을 세운 것은 가벼운 구름이 멧부리에서 솟아 곧바로 하늘로 달리는 듯하고 혹 획을 떨어뜨린 것은 나는 돌이 만 길 산에서 떨어지는 듯하다 혹 끊어지려다 다시 얽히고 혹 세로로 가다 곧 가로로 간다 상인의 붓은 참으로 신이 준 것이요 못가에서 먹을 허비해 배워 이룬 것이 아니다 막부 안의 사람들은 도무지 알지 못하고 다들 이르기를 곰과 범이 한창 다투는데 어느 겨를에 초서를 하랴 한다 나만 홀로 먼저 상공의 뜻을 엿보았으니 이 뜻이 더욱 깊음을 아는 이가 누구랴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비의(費褘)가 바둑을 두니 적이 절로 물러난 것을 의료(宜僚)가 구슬을 놀리니 곧 풀기 어려웠다 하물며 이 초서를 지은 뜻이 본디 군중에서 점쳐 주어 사람이 쉬 알지 못하게 함이랴 스님이여, 스님이여, 붓을 놀리되 꺼릴 것이 없다 나는 징을 치고 북을 두드려 그 기운을 돕고자 한다 공의 초서를 보고 내 글이 없을 수 없으니 창을 비껴들고 시를 읊음은 예부터 귀히 여긴 바다
협주 2
公命予走筆賦。
공이 나에게 붓을 달려 지으라 명하였다.
師必箕踞書之。
스님이 반드시 걸터앉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