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2

홀로된 할멈의 탄식孀嫗嘆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90자 · 낭독 0.9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林葉尙靑靑。蟋蟀鳴砌底。婦女已驚秋。殷勤理機杼。獨有老孀嫗。拱手願復暑。時節固有程。進退寧爲汝。園楓行欲丹。爾可尋古絮。答云是何言。妾本最貧女。故絮久已典。新衣誰復與。我聞惻然悲。心若掛私慮。要趁窮秋時。尺帛期可惠。

숲의 잎이 아직 푸른데 귀뚜라미가 섬돌 밑에서 운다 아녀자들이 이미 가을에 놀라 은근히 베틀과 북을 손질한다 오직 늙은 홀어미만 손을 마주 잡고 다시 더워지기를 바란다 철에는 본디 정한 길이 있으니 나아가고 물러남이 어찌 너를 위하랴 동산 단풍이 장차 붉으려 하니 너는 묵은 솜을 찾아야 하리라 대답하기를, 이 무슨 말인가 첩은 본디 가장 가난한 여자다 묵은 솜은 오래전에 이미 잡혔고 새 옷을 누가 다시 주랴 하였다 나는 듣고 측은히 슬퍼져 마음이 사사로운 근심에 걸린 듯하다 늦가을 때를 좇아 한 자 비단이라도 주기를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