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3

운봉에 사는 노규 선사가 일찍 싹 튼 차를 얻어 보이기에 내가 유차라 이름 붙이니 선사가 시를 청하므로 지어 주다雲峯住老珪禪師。得早芽茶示之。予目爲孺茶。師請詩爲賦之。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38자 · 낭독 2.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人間百味貴早嘗。天肯爲人反候氣。春榮秋熟固其常。苟戾於此卽爲異。邇來俗習例好奇。天亦隨人情所嗜。故敎溪茗先春萌。抽出金芽殘雪裏。南人曾不怕髬髵。冒險衝深捫葛蘽。辛勤採摘焙成團。要趁頭番獻天子。師從何處得此品。入手先驚香撲鼻。塼爐活火試自煎。手點花甆誇色味。黏黏入口脆且柔。有如乳臭兒與稚。朱門琁戶尙未見。可恠吾師能得致。蠻童曾未識禪居。雖欲見餉何由至。是應蘂闥九重深。體貌禪英情禮備。愛惜包藏不忍啜。題封勑遣中使寄。不分人間無賴客。得嘗况又惠山水。平生長負遲暮嗟。第一來嘗唯此耳。餉名孺茶可無謝。勸公旱釀春酒旨。喫茶飮酒遣一生。來往風流從此始。

사람 사이 온갖 맛은 일찍 맛봄을 귀히 여기나 하늘이 사람을 위해 도리어 절후를 살피랴 봄에 피고 가을에 익음이 본디 떳떳함이니 이에 어긋나면 곧 괴이한 것이네 요사이 세속 버릇이 으레 기이함을 좋아하니 하늘도 사람이 즐기는 바를 따르는가 그래서 시냇가 차로 하여금 봄보다 먼저 움트게 하여 남은 눈 속에서 금빛 싹을 뽑아내네 남녘 사람은 사나운 짐승도 겁내지 않고 험한 데를 무릅쓰고 깊은 데를 뚫어 칡덩굴을 더듬네 애써 따 모아 불에 쬐어 덩이를 만드는 건 첫물을 대어 천자께 바치려 함이네 선사는 어디서 이 물건을 얻었는가 손에 드니 먼저 향이 코를 치는 데 놀라네 벽돌 화로 센 불에 손수 달여 보고 꽃무늬 자기에 타서 빛과 맛을 자랑하네 끈끈하게 입에 들어와 부드럽고 무르니 마치 젖내 나는 어린아이 같네 붉은 문 옥 지게의 집에서도 아직 보지 못한 것을 우리 선사가 얻어 온 것이 괴이하네 남녘 아이는 절이 어디인 줄 알지 못하니 보내 주고 싶은들 무슨 수로 이르랴 아마도 구중 깊은 예달(蘂闥)에서 선문의 뛰어난 이를 대접하는 정과 예를 갖추어 아껴 싸 두고 차마 마시지 못하다가 봉함에 써서 중사(中使)를 시켜 부친 것이리 인간의 쓸모없는 나그네가 맛보고 게다가 혜산(惠山) 물까지 얻을 줄은 몰랐네 평생 늙었다는 탄식을 늘 지고 살았으나 첫물을 맛본 것은 오직 이번뿐이네 유차라는 이름으로 보내니 사례가 없을 수 있으랴 공에게 권하노니 일찍 봄술을 맛있게 빚으시게 차 마시고 술 마시며 한평생 보내리니 오가는 풍류가 이로부터 비롯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