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에 사는 노규 선사가 일찍 싹 튼 차를 얻어 보이기에 내가 유차라 이름 붙이니 선사가 시를 청하므로 지어 주다雲峯住老珪禪師。得早芽茶示之。予目爲孺茶。師請詩爲賦之。
人間百味貴早嘗。天肯爲人反候氣。春榮秋熟固其常。苟戾於此卽爲異。邇來俗習例好奇。天亦隨人情所嗜。故敎溪茗先春萌。抽出金芽殘雪裏。南人曾不怕髬髵。冒險衝深捫葛蘽。辛勤採摘焙成團。要趁頭番獻天子。師從何處得此品。入手先驚香撲鼻。塼爐活火試自煎。手點花甆誇色味。黏黏入口脆且柔。有如乳臭兒與稚。朱門琁戶尙未見。可恠吾師能得致。蠻童曾未識禪居。雖欲見餉何由至。是應蘂闥九重深。體貌禪英情禮備。愛惜包藏不忍啜。題封勑遣中使寄。不分人間無賴客。得嘗况又惠山水。平生長負遲暮嗟。第一來嘗唯此耳。餉名孺茶可無謝。勸公旱釀春酒旨。喫茶飮酒遣一生。來往風流從此始。
사람 사이 온갖 맛은 일찍 맛봄을 귀히 여기나 하늘이 사람을 위해 도리어 절후를 살피랴 봄에 피고 가을에 익음이 본디 떳떳함이니 이에 어긋나면 곧 괴이한 것이네 요사이 세속 버릇이 으레 기이함을 좋아하니 하늘도 사람이 즐기는 바를 따르는가 그래서 시냇가 차로 하여금 봄보다 먼저 움트게 하여 남은 눈 속에서 금빛 싹을 뽑아내네 남녘 사람은 사나운 짐승도 겁내지 않고 험한 데를 무릅쓰고 깊은 데를 뚫어 칡덩굴을 더듬네 애써 따 모아 불에 쬐어 덩이를 만드는 건 첫물을 대어 천자께 바치려 함이네 선사는 어디서 이 물건을 얻었는가 손에 드니 먼저 향이 코를 치는 데 놀라네 벽돌 화로 센 불에 손수 달여 보고 꽃무늬 자기에 타서 빛과 맛을 자랑하네 끈끈하게 입에 들어와 부드럽고 무르니 마치 젖내 나는 어린아이 같네 붉은 문 옥 지게의 집에서도 아직 보지 못한 것을 우리 선사가 얻어 온 것이 괴이하네 남녘 아이는 절이 어디인 줄 알지 못하니 보내 주고 싶은들 무슨 수로 이르랴 아마도 구중 깊은 예달(蘂闥)에서 선문의 뛰어난 이를 대접하는 정과 예를 갖추어 아껴 싸 두고 차마 마시지 못하다가 봉함에 써서 중사(中使)를 시켜 부친 것이리 인간의 쓸모없는 나그네가 맛보고 게다가 혜산(惠山) 물까지 얻을 줄은 몰랐네 평생 늙었다는 탄식을 늘 지고 살았으나 첫물을 맛본 것은 오직 이번뿐이네 유차라는 이름으로 보내니 사례가 없을 수 있으랴 공에게 권하노니 일찍 봄술을 맛있게 빚으시게 차 마시고 술 마시며 한평생 보내리니 오가는 풍류가 이로부터 비롯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