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4

눈이 어두워짐에 느낌이 있어 전이지에게 주다眼昏有感。贈全履之。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50자 · 낭독 1.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4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我方四十四。兩眼已瞢瞢。咫尺不辨人。如隔春霧濃。問醫醫迺云。由汝肝不充。不然少壯時。讀書燈影中。我聞拍手笑。爾是非醫工。耳有所欲聞。不聞卽爲聾。目有所欲見。不見謂之矇。我欲見天子。九闥無由通。我欲見金紫。布褐不掩躬。我欲見姚魏。凡草空茸茸。未見甲第居。白首栖蒿蓬。未見五鼎食。顔巷猒屢空。以此致目暗。如將踈布蒙。是亦天所使。何必藥石攻。焉知不爲福。聾瞽能完終。

내 이제 마흔넷인데 두 눈이 이미 흐릿하네 지척에서도 사람을 가리지 못하니 짙은 봄 안개를 사이에 둔 듯하네 의원에게 물으니 의원이 말하기를 그대 간이 채워지지 않은 탓이요 그렇지 않으면 젊었을 때 등잔 그림자 속에서 글을 읽은 탓이라 하네 내 듣고 손뼉 치며 웃었네 너는 의원이 아니로다 귀에 듣고 싶은 것이 있는데 듣지 못하면 곧 귀머거리요 눈에 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보지 못하면 그것을 눈멀었다 하네 내가 천자를 보고자 하나 아홉 문을 통할 길이 없고 내가 금자(金紫)를 보고자 하나 베옷이 몸도 가리지 못하며 내가 요황과 위자를 보고자 하나 예사 풀만 부질없이 무성하네 좋은 집에 사는 것을 보지 못하고 흰머리로 쑥대밭에 깃들며 다섯 솥의 밥을 보지 못하고 안회의 골목에서 자주 빈 것에 물렸네 이 때문에 눈이 어두워졌으니 성긴 베로 덮어 놓은 것 같네 이 또한 하늘이 시킨 것이니 어찌 반드시 약과 침으로 다스리랴 어찌 복이 되지 않을 줄 알랴 귀먹고 눈멀어야 온전히 마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