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16

보제사에 사는 규 선사의 벽 위 대나무 그림에 쓰다題普濟寺住老規禪師壁上畫竹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08자 · 낭독 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6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禪公指點壁間竹。根立水中唯此獨。渭川千畝未曾看。瀟湘一岸猶未矚。我導師之所見無奈誤。此竹不是天生綠。應是一逋龍。忽被海神逐。昂頭露角欲出水。雷公剨擊驚震地。蒼鱗散成千葉紛。瘦骨卓作一竿峙。神物固不凡。雖死猶爲耐寒翠。唯有蟠跟與蟄足。至今猶在滄波裏。

선사가 벽 사이 대를 가리키니 뿌리가 물속에 선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위수의 천 이랑 대숲도 본 적이 없고 소상강 한 언덕도 아직 보지 못했네 내 말하기를 선사가 본 것이 잘못이 아닐까 하니 이 대는 하늘이 낸 푸른 것이 아닐세 아마도 달아난 용 하나가 문득 바다 신에게 쫓겨 머리를 쳐들고 뿔을 드러내 물에서 나오려 하는데 우레 신이 콰르릉 쳐서 땅을 놀라게 진동시켰네 푸른 비늘이 흩어져 천 잎이 되어 어지럽고 여윈 뼈가 우뚝 서서 한 줄기로 솟았네 신령한 물건은 본디 범상치 않아 죽어서도 오히려 추위를 견디는 푸름이 되었네 오직 서린 발꿈치와 웅크린 발만은 지금도 아직 푸른 물결 속에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