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승제(承制) 정분(正份)에게 드리다呈崔承制正份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17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十分宣勸豈敢辭。量淺杯深未易支。宴席醉欹元不省。危階扶下亦何知。不思法從英游貴。猶作狂奴舊日姿。夜半夢醒方闇記。朝來顔厚自難施。柏臺彈糾誠磨骨。藥省論評甚剝肌。如此波瀾能免陷。都緣喉舌善爲辭。仁風已簸枯灰煽。恩露還霑病樹滋。睇疾彌旬稽造謝。恃親兼恃大人慈。
굳이 권하시니 어찌 감히 사양하랴 주량은 얕고 잔은 깊어 견디기 쉽지 않았네 잔치 자리에서 취해 기운 것도 애초에 몰랐고 가파른 섬돌을 부축받아 내려온 것도 어찌 알았으랴 법종(法從)의 뛰어난 이들과 노니는 귀함은 생각지 않고 도리어 미친 종놈의 옛날 꼴을 지었네 한밤에 꿈을 깨어서야 어렴풋이 떠오르니 아침이 되어 두꺼운 낯을 스스로 들기 어렵네 백대(柏臺)의 탄핵은 참으로 뼈를 갈고 약성(藥省)의 논평은 살갗을 몹시 벗기네 이런 물결에 빠지기를 면한 것은 모두 목구멍과 혀가 되는 이가 말을 잘해 준 덕이네 어진 바람이 이미 식은 재를 불어 일으켰고 은혜의 이슬이 도리어 병든 나무를 적셔 살렸네 병이 열흘 넘게 끌어 찾아뵙고 사례함을 미루니 친함을 믿고 또 대인의 자애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