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2

계양에서 지은 글 — 부임하여 안찰사께 올리는 글桂陽所著狀 初到官上按察使狀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91자 · 낭독 1.1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謫來卑濕。茫若墮空。仰止高明。確如倚岳。恭惟按部使臣。長才經遠。淳德鎭浮。夙荷聖知。依日光於漢殿。出爲天使。流星彩於蜀都。恩如春之溫溫。威不寒而凜凜。某謬分憂寄。幸託仁庥。苟可謁於征軒。豈辭重繭。顧有拘於官守。未得奮飛。

귀양 와 낮고 축축한 땅에 있으니 아득하기가 허공에서 떨어진 듯합니다. 높고 밝으신 분을 우러르니 굳건하기가 큰 산에 기댄 듯합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안찰사께서는 큰 재주로 멀리 경영하시고 순박한 덕으로 들뜬 세상을 가라앉히십니다. 일찍이 임금의 알아주심을 입어 한(漢)나라 대궐에서 햇빛에 의지하듯 하시고, 나와서 임금의 사신이 되어 촉(蜀) 땅에 별빛을 흘리십니다. 은혜는 봄처럼 따뜻하고 위엄은 춥지 않아도 늠름합니다.

아무개는 외람되이 근심을 나누는 소임을 맡아 다행히 어진 그늘에 의탁하였습니다. 진실로 순행하시는 수레에 뵈올 수 있다면 어찌 발 부르트는 것을 사양하겠습니까. 돌아보건대 벼슬의 직분에 매인 바 있어 떨쳐 날아가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