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에서 지은 글 — 강화현령 최 장군에게 답하는 글桂陽所著狀 答江華縣令崔將軍狀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墮自層霄。出臨澤國。履雙鳧之舃。猶占仙曹。傳一鴈之書。先貽寶翰。恭惟某官相門貴胄。黌舍舊身。黑槊掦威。驟作千夫之長。靑雲蹶足。暫爲百里之師。翻覆本如鬬碁。胷襟寧有滯芥。某佇及趨風之日。方諧披霧之期。
층층 하늘에서 내려와 물의 고장에 임하셨습니다. 두 마리 오리의 신을 신으시니 여전히 신선의 관부에 계신 듯하고, 한 마리 기러기의 편지를 전하여 먼저 귀한 글월을 주셨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아무 벼슬 어른께서는 재상 집안의 귀한 자손이요 학교에 몸담으셨던 분입니다. 검은 창으로 위엄을 떨쳐 문득 천 사람을 거느리는 장수가 되시고, 푸른 구름에 발을 내디뎌 잠시 백 리 고을의 원이 되셨습니다. 뒤집히는 일은 본디 바둑을 겨루는 것과 같으니 가슴에 어찌 걸리는 티끌이 있겠습니까.
아무개는 바람처럼 달려가 뵈올 날을 기다리며 바야흐로 안개를 헤칠 기약을 맞추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