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께 올리는 초례문太一醮禮文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違命則征。本司馬九伐之法。主兵所在。惟太一十眞之威。昔新羅之向衰。困百濟之肆虐。方甄氏之銳卒。逼以重圍。微太祖之救兵。幾無噍類。及擧國而內屬。亦受賜之不貲。夫何獷俗之無知。忘我先王之大德。一受人飯而有不負其恩者。可爲國民而其若是之甚乎。謂天誅之可逋。陷塗迷而不復。罪難可赦。神亦豈容。當師律之是陳。冀威靈之丕佑。寔嚴信薦。仰扣冲聞。伏願白刃一揮。見巨鯨之就戮。長弧所射。無孽狐之敢逃。云云。
명을 어기면 치는 것은 본디 사마(司馬)의 아홉 가지 치는 법이요, 군사를 주재함은 오직 태일(太一) 열 진인의 위엄에 있습니다.
옛날 신라가 쇠하여 갈 때 백제의 모진 사나움에 시달렸습니다. 바야흐로 견씨(甄氏)의 날랜 군사가 겹겹이 에워싸 다그쳤으니, 태조의 구원병이 없었더라면 거의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나라를 들어 안으로 붙은 뒤에도 또한 받은 은혜가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나운 풍속이 무지하여 우리 선왕의 큰 덕을 잊었습니까. 한 번 남의 밥을 받아먹고도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이가 있거늘, 나라의 백성이 되어 이토록 심할 수가 있습니까.
하늘의 벌을 달아날 수 있다 여겨 진창에 빠지고 길을 잃고도 돌아오지 않으니, 죄를 용서하기 어렵고 신인들 어찌 용납하시겠습니까.
마땅히 군율을 이에 펴며 위엄 있는 신령의 큰 도움을 바랍니다. 이에 삼가 미쁜 제물을 올려 우러러 그윽한 들으심을 두드립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흰 칼날을 한 번 휘두르면 큰 고래가 베임을 당하는 것을 보게 하시고, 긴 활이 쏘는 곳에 요사한 여우가 감히 달아남이 없게 하소서.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