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38

경주 동악과 서악에 올리는 제문慶州東西兩岳祭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40자 · 낭독 3.3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38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云云。嗚戱。以國不幸。逆賊崛起。然非特國之不幸。亦神之恥。非唯恥爾。神之不幸亦至矣。何者。國以我神威靈可倚。故崇以大王之號。饗以春秋之祀。所冀者鎭衛國家。屝惡興利。如是而已耳。脫上國有不利。四方將有事。神威听及。無有遠邇。宜以陰靈遏絶禍始。何况雞林之舊邦。實大王所食之地。孽徒肆虐。聚黨如蟻。亂紀逆常。違命棄義。神若有靈。理宜柅止。夫何不然。使至於此。嗟乎。國家平昔事神之功。大王所以鎭國之意。安所置耶。若爾而神不恥歟。設使其民偸延年紀。馨其黍稷。豐厥牲胔。勤事大王。無所不備。以我大王之正直。當不享不義之祀。况其罪惡。天地所棄。宜當斬戮之誅。寧保須臾之齒。若一旦邑滅人亡。祠宇荒圮。則大王獨何憑而有恃。國亦以大王有何功力。而割玉帛之枉費耶。彼此乏祀。羈遊無寄。是所謂神之不幸也。爲大王之計者。孰若俾我官軍擒滅渠帥。餘悉原之。驅于耒耜。使煙火不絶。與昔無異。則大王血食。永永無旣。豈不喜哉。神其諒之。副予所冀。

운운. 아, 나라가 불행하여 거스르는 도적이 우뚝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나라의 불행일 뿐 아니라 또한 신의 부끄러움입니다. 부끄러움일 뿐 아니라 신의 불행도 이르렀습니다.

어찌 그러합니까. 나라는 우리 신의 위엄 있는 신령을 기댈 만하다 여겼기에 대왕의 이름으로 높이고 봄가을의 제사로 흠향케 하였습니다. 바라는 바는 나라를 눌러 지키고 악한 것을 물리쳐 이로움을 일으키는 것, 이와 같을 뿐입니다.

만약 상국에 이롭지 못한 일이 있고 사방에 일이 있게 되면, 신의 위엄이 미침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으니 마땅히 그윽한 신령으로 재앙의 처음을 막아 끊어야 합니다. 하물며 계림(雞林)의 옛 나라는 참으로 대왕께서 제사를 받으시는 땅입니다. 못된 무리가 모질게 굴어 개미처럼 무리를 모으고, 벼리를 어지럽히고 떳떳함을 거스르며 명을 어기고 의를 버렸습니다. 신께서 신령함이 있으시다면 이치로 마땅히 막아 멈추게 하셔야 했거늘, 어찌하여 그러하지 않으시어 여기에 이르게 하셨습니까.

아, 나라가 평소에 신을 섬긴 공과 대왕께서 나라를 눌러 지키시려던 뜻이 어디에 놓여 있습니까. 그러고도 신께서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설령 그 백성이 구차히 목숨을 늘려 그 곡식 제물을 향기롭게 하고 그 희생을 넉넉히 하여 대왕을 부지런히 섬겨 갖추지 않음이 없다 하여도, 우리 대왕의 곧고 바르심으로는 마땅히 의롭지 못한 제사를 받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물며 그 죄악은 하늘과 땅이 버리는 바이니 마땅히 베어 죽이는 벌을 받아야 하거늘 어찌 잠깐인들 목숨을 보전하겠습니까.

만약 하루아침에 고을이 없어지고 사람이 사라져 사당이 거칠어 무너지면, 대왕께서 홀로 무엇에 기대어 믿음이 있겠습니까. 나라 또한 대왕께 무슨 공력이 있다 하여 옥과 비단을 헛되이 떼어 바치겠습니까. 이쪽저쪽 다 제사가 끊어지고 떠돌아 붙일 데가 없게 되니, 이것이 이른바 신의 불행입니다.

대왕을 위한 꾀로는, 우리 관군으로 하여금 우두머리를 사로잡아 없애게 하고 나머지는 다 용서하여 농사로 돌려보내 밥 짓는 연기가 끊이지 않고 옛날과 다름없게 하는 것만 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하면 대왕의 제사가 길이길이 다함이 없을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신께서는 이를 헤아리시어 제가 바라는 바를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