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0

상경에서 올리는 격구터 초례문 — 셋째 잔 푸른 글上京行毬庭醮禮文 三獻靑詞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224자 · 낭독 2.5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0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天地肇分。於是有神祗之別。陰陽不測。故嘗司禍福之權。苟傾懇倒之誠。尋荷提撕之賜。咨予冲眇。職此艱難。適遭家國之搶攘。頻致羌戎之侵突。雖有金城之險勢。於心猶且慮危。迺遷天府之奧區。其計要將避患。何大敵尙窺於邇境。抑祅星屢見於上穹。是否德所招。自可甘蒙其孽。而愚民何識。忍令同被乎災。如疾在心。維憂用老思。所以善閑之術。凡莫如陰佑之私。况殊庭克祀之儀。是歷代不删之典。肆循成例。益罄精衷。肅陳潦酌之潔蠲。敬佇飈遊之臨格。冀歆微薄。僉借扶維。致令沴氣旋消。善祥荐至。羌兵自熄。若火滅以無遺。王業中興。如竹苞而益固。璣衡不忒。箕畢常調。

하늘과 땅이 처음 갈리매 이에 하늘 신과 땅 신의 나뉨이 있고, 음과 양은 헤아릴 수 없기에 일찍이 화와 복의 권한을 맡으셨습니다. 진실로 간절히 기울이는 정성을 다하면 이내 이끌어 깨우쳐 주시는 은혜를 입습니다.

아, 나는 어리고 작은 몸으로 이 어려운 자리를 맡았습니다. 마침 나라가 어지러운 때를 만나 오랑캐의 침노를 자주 불렀습니다. 비록 쇠로 두른 성의 험한 형세가 있으나 마음으로는 오히려 위태로움을 걱정하였습니다. 이에 하늘이 준 곳집 같은 깊숙한 땅으로 옮겼으니, 그 계책은 환난을 피하려 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큰 적은 아직도 가까운 지경을 엿보고, 또 요망한 별은 자주 하늘 위에 나타납니까. 이것이 못난 덕이 부른 것이라면 스스로 그 재앙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백성이야 무엇을 알겠습니까. 차마 함께 재앙을 입게 하겠습니까. 병이 가슴에 든 것 같아 근심으로 늙어 갑니다.

잘 막을 술법을 생각하니 무릇 남몰래 도우시는 은혜만 한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특별한 뜰에서 제사를 올리는 의식은 역대로 깎아 내지 않은 법도입니다. 이에 이루어진 전례를 좇아 더욱 정성된 속마음을 다 기울입니다. 삼가 맑게 거른 변변찮은 술을 벌여 놓고, 공경히 바람 타고 노니시는 걸음이 이르시기를 기다립니다.

바라건대 변변찮은 것이나마 흠향하시고, 모두 붙들어 주시는 힘을 빌려 주소서. 몹쓸 기운이 곧 스러지고 좋은 조짐이 거듭 이르게 하시며, 오랑캐 군사가 절로 꺼지되 불이 사위어 남은 것이 없듯 하게 하시고, 왕업이 중간에 다시 일어나되 대나무 뿌리가 우거지듯 더욱 굳게 하시며,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이 어긋나지 않고 바람과 비가 늘 고르게 하소서.

협주 1

維憂用老思 — 저본 구두는 思를 앞구에 붙였으나, 『시경』 소반의 「維憂用老」에서 끊어 思를 뒷구의 머리(思所以善閑之術)로 읽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