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1

앞과 같이 원을 세워 선을 설해 주기를 청하는 글同前願請說禪文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330자 · 낭독 3.4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明鏡誠懸。應形皆現。洪鐘虛受。有扣斯鳴。敢奉忱詞。覬垂曠聽。切以迦葉微笑。傳密印於靈山。達磨默求。耀祖燈於震旦。或正脉之相續。或橫枝之旁分。其爲旨也。不立文字而直趣眞源。其爲宗也。不踐階梯而徑登覺地。得之在我。悟不由他。苟除一念之妄緣。卽見自家之本分。比如雲糊天而月暗。雲去則月明。風動水而波生。風息而波靜。然不有指南之達識。曷易窮向上之玄宗。恭惟某禪師丈下。當來金色。如來現世。肉身菩薩。眞心虛靜。元無一物之礙膺。道貌孤高。不待五峯之秀骨。允合人天之傾慕。豈惟徒衆之參承。遊方無去住之機。浮雲其迹也。傳法任淺深之器。甘露以充之。伏念某端遇昌期。早叨華秩。顧此丘山之荷。一日難忘。作何塵露之緣。萬分有補。惟此頓門之藏。實爲正法之原。由是有奉崇之心。慨然懷興復之志。凡營佛事。必演禪論。敢特峙於猊床。請暫揮於犀柄。伏望俯循哀懇。一振微音。俾虜群而遁逃。措國步於帖泰。實弟子之願也。

밝은 거울이 진실로 걸리면 형상에 따라 다 나타나고, 큰 종이 속을 비워 받으면 두드림이 있을 때 울립니다. 감히 정성된 말씀을 받들어 올리니 너그러이 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간절히 생각하건대 가섭(迦葉)이 빙그레 웃어 영산에서 비밀한 인가를 전하였고, 달마(達磨)가 잠잠히 구하여 진단(震旦)에서 조사의 등불을 빛냈습니다. 혹은 바른 맥이 서로 이어지고 혹은 가로 뻗은 가지가 곁으로 갈렸습니다. 그 뜻으로 말하면 글자를 세우지 않고 곧바로 참된 근원에 나아가며, 그 종지로 말하면 사다리를 밟지 않고 곧장 깨달음의 땅에 오릅니다. 얻음은 내게 있고 깨달음은 남을 말미암지 않습니다. 진실로 한 생각의 헛된 인연만 없애면 곧 제집의 본분을 봅니다. 이를테면 구름이 하늘을 덮어 달이 어둡다가 구름이 걷히면 달이 밝고, 바람이 물을 움직여 물결이 일다가 바람이 자면 물결이 고요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길잡이가 될 통달한 식견이 없다면 어찌 쉽게 위로 향하는 그윽한 종지를 다하겠습니까.

공손히 생각하건대 아무 선사 어른께서는 오실 금빛 여래요 이 세상에 나신 육신의 보살이십니다. 참된 마음이 비고 고요하여 본디 한 물건도 가슴에 걸림이 없고, 도의 모습이 외로이 높아 다섯 봉우리의 빼어난 골격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진실로 사람과 하늘이 기울여 사모함에 맞으니 어찌 제자들만 뵈러 오겠습니까. 사방을 다니되 가고 머무는 데 얽매임이 없어 뜬구름 같은 자취요, 법을 전하되 얕고 깊은 그릇에 맡겨 단 이슬로 채워 주십니다.

엎드려 생각하니 아무개는 마침 창성한 때를 만나 일찍이 화려한 벼슬을 외람되이 받았습니다. 돌아보건대 이 산더미 같은 은혜를 하루도 잊기 어려우니, 어떤 티끌과 이슬 같은 인연을 지어야 만분의 하나라도 보탬이 있겠습니까. 오직 이 단박에 들어가는 문의 갈무리가 참으로 바른 법의 근원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받들어 높이는 마음이 있어 개연히 다시 일으킬 뜻을 품었습니다. 무릇 불사를 차릴 때마다 반드시 선의 논의를 폅니다. 감히 사자 자리를 특별히 마련하고 잠시 무소뿔 자루의 불자를 휘둘러 주시기를 청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애타는 간청을 굽어 좇으시어 한 번 미묘한 소리를 떨치시고, 오랑캐 무리로 하여금 달아나게 하시어 나라 형편을 편안한 데에 두소서. 참으로 제자의 바람입니다.

협주 1

當來金色如來 現世肉身菩薩 — 저본 구두는 넉 자씩 끊었으나, 當來↔現世·金色如來↔肉身菩薩의 여섯 자 대구로 읽었다. ―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