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전집 권41

아들을 내어 머리를 깎이는 재에 올리는 소捨子削髮齋踈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1 · 한자 197자 · 낭독 2.2분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4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三身應供。亘人天所共歸依。四姓出家。由父母先割慈愛。盍弘願海。同種善根。伏念某。偶落因緣。一從婚䆠。雖自少傾翹於內敎。固無路洒掃於梵門。徒思出世之方。莫識息機之漸。身旣爲冠帶之束。若此勞生。子則是骨肉所分。可令代已。捨予愛息。就彼戒壇。鬚逐剪刀而煙雲空。肩披新衲而山水出。一參第子。永誓多生。仍張四事之熏科。姑露一心之精懇。伏願仁風廣扇。慧蔭旁加。邦基如山。固而不搖。王業若瓜。綿而可久。次願先亡父母。親受大悲之別。出六聚輪。得成正覺之身。遊一眞界。凡沈苦海。共倚慈航。

세 몸으로 공양 받으실 이는 사람과 하늘이 다 함께 귀의하는 바요, 어느 집안 사람이든 집을 떠남은 부모가 먼저 사랑을 끊는 데서 말미암습니다. 어찌 서원의 바다를 넓혀 함께 착한 뿌리를 심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니 아무개는 우연히 인연에 떨어져 한번 혼인과 벼슬길을 좇았습니다. 비록 어려서부터 부처님 가르침에 마음을 기울였으나 진실로 절 문에서 물 뿌리고 쓸 길이 없었습니다. 부질없이 세상을 벗어날 방도만 생각하고 마음 쓰기를 쉬는 차례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몸은 이미 갓과 띠에 묶여 이처럼 수고롭게 살거니와, 아들은 곧 뼈와 살을 나눈 것이니 나를 대신하게 할 만합니다. 내 사랑하는 자식을 내어 저 계단에 나아가게 합니다. 수염은 가위를 따라 떨어져 연기와 구름처럼 비고, 어깨에 새 납의를 걸치고 산과 물로 나아갑니다. 한번 제자가 되어 여러 생을 길이 맹세합니다. 이에 네 가지 공양의 향 사르는 법석을 베풀어 잠시 한마음의 정성된 간절함을 드러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어진 바람이 널리 부치고 지혜의 그늘이 두루 더하여, 나라의 터전이 산 같아 굳어 흔들리지 않고, 왕업이 오이 덩굴 같아 이어져 오래갈 수 있게 하소서.

다음으로 바라옵건대 먼저 돌아가신 부모께서는 대비하신 부처님의 수기를 몸소 받으시어, 여섯 갈래 바퀴에서 벗어나 바른 깨달음의 몸을 이루고 한결같이 참된 세계에 노니시게 하소서. 무릇 괴로움의 바다에 잠긴 이들도 함께 자비의 배에 의지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