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1

꿈속에서 지은 것을 이어 짓다續夢中作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175자 · 낭독 1.8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1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乙亥三月日。夢遊深山。迷路至一洞。樓臺明麗頗異。問傍人云。是何處也。曰。仙女臺也。俄有美女六七人開戶出迎。入座苦請詩。予卽唱云。路入玉臺呀碧戶。翠娥仙女出相迎。女等頗不肯之。予雖未知其故。遽改曰。明眸皓齒笑相迎。始識仙娥亦世情。女等請續下句。予讓於女等。有一女續之云。不是世情能到我。爲憐才子異於常。予曰。神仙亦誤押韻耶。遂拍手大笑。因破夢追續之。

을해년 삼월 어느 날, 꿈에 깊은 산에 노닐다가 길을 잃고 한 골짜기에 이르렀다. 누대가 밝고 고와 자못 남달랐다. 곁의 사람에게 「여기가 어디인가」 물으니 「선녀대(仙女臺)입니다」 하였다.

이윽고 아름다운 여인 예닐곱이 문을 열고 나와 맞이하였다. 자리에 들자 굳이 시를 청하기에 내가 곧 읊기를 「길은 옥대(玉臺)로 들어 푸른 문이 활짝 열리니, 고운 눈썹의 선녀가 나와 맞이하네」 하였다. 여인들이 자못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으나 얼른 고쳐 「맑은 눈 흰 이로 웃으며 맞이하니, 선녀도 세상 정이 있음을 비로소 알겠네」 하였다. 여인들이 아랫구를 이어 달라 청하기에 내가 여인들에게 사양하니, 한 여인이 이어 읊기를 「세상 정이 나에게 이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재주 있는 이가 남다름을 어여삐 여겨서라오」 하였다.

내가 「신선도 운(韻)을 잘못 다는가」 하고는 마침내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그 바람에 꿈이 깨어 이어 짓는다.

협주 1

幷序

서(序)를 아울러 붙인다.

明眸皓齒笑相迎。始識仙娥亦世情。一句才成驚破夢。故留餘債約尋盟。

맑은 눈 흰 이로 웃으며 맞이하니 선녀도 세상 정이 있음을 비로소 알겠네 한 구절 겨우 이루자 놀라 꿈이 깨었으니 짐짓 남은 빚을 두어 다시 만날 약속을 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