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천의 병중 열다섯 수에 차운하다 — 병중에 지은 절구 다섯 수次韻和白樂天病中十五首 病中五絶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當年步捷鮮人隨。語與詩然世共知。平日謾誇三捷在。獨於沈瘵得痊遲。餘喘雖微欲絶絲。壽殤脩短在天爲。世人只抱貪生志。老死猶同夭死時。
그 시절 걸음이 빨라 따를 이가 드물었고 말과 시도 그러함을 세상이 다 알았네 평소에 세 가지 빠름이 있다고 부질없이 자랑했건만 유독 깊은 병에서 낫기는 더디네
남은 숨이 실처럼 끊어질 듯 가늘지만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은 하늘에 달렸네 세상 사람은 다만 살기를 탐하는 뜻을 품으나 늙어 죽는 것도 일찍 죽는 것과 한가지네
협주 2
順和
차례대로 화답한다.
昔朋伴間目予爲三捷。步捷語捷詩捷也。
예전에 벗들 사이에서 나를 삼첩(三捷)이라 불렀으니, 걸음이 빠르고 말이 빠르고 시가 빠르다는 것이다.
酒澆焦涸吻長濡。詩引風流思不枯。唯是癯身肥不得。患緣身有不如無。
술을 부어 타는 입술을 늘 적시고 시로 풍류를 끌어내니 생각이 마르지 않네 다만 여윈 몸이 살찌지 못하니 걱정은 몸이 있어 생기니 몸은 없느니만 못하네
算量千事暫妨眠。不是觀空衲子禪。唯喜得添閑氣味。簿書那到退翁前。
온갖 일을 헤아리느라 잠시 잠을 설치니 빈 것을 보는 중의 참선은 아니네 다만 한가한 맛이 더해진 것이 기쁘니 문서 더미가 어찌 물러난 늙은이 앞에 이르랴
豈爲微痾特地憂。步欹唯礙出門遊。出門未必心開豁。猶望滄溟去去舟。
어찌 작은 병 때문에 유난히 근심하랴 걸음이 비틀거려 문밖에 나가 노는 것만 걸리네 문을 나선들 반드시 마음이 트이지는 않으니 그래도 푸른 바다로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