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섣달 스무여드렛날 물러나기를 비는 표가 윤허를 받았다 — 이날 밤 기뻐 잠들지 못하고 긴 시 두 수를 지어 이 학사에게 부치다丁酉十二月二十八日。乞退表蒙允可。是夜喜不得寐。因成長句二首。奉寄李學士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有用如公先限退。無才愧我剩期牽。賴因長假牢稱病。果荷優恩許得便。從此自稱天放客。與君同作地行仙。兩家有酒頻相喚。斷送人間未盡年。
쓸모 있기가 공 같은 이는 기한보다 먼저 물러나는데 재주 없는 나는 도리어 기한을 넘겨 붙들렸으니 부끄럽네 긴 휴가를 핑계로 굳이 병이라 일컬은 덕에 마침내 두터운 은혜를 입어 편함을 얻었네 이제부터는 스스로 하늘이 놓아준 나그네라 일컫고 그대와 함께 땅 위를 걷는 신선이 되리 두 집에 술이 있거든 자주 서로 부르며 인간 세상에 남은 해를 다 보내세
협주 3
百全。
백전(百全).
上以政籍未滿因留。故乞退未得。
임금께서 정사 기록이 차지 않았다 하여 붙드셨으므로 물러나기를 빌어도 얻지 못했다.
告假百日因乞退。
휴가 백 일을 청하고 이어 물러나기를 빌었다.
備甞榮辱得身抽。驚破槐安夢裡遊。鰐渚鮫洲曾竄謫。鸞臺鳳閣亦優游。周行世界閑僧坐。遍閱夫郞老妓休。官罷偶思陳迹耳。漸無一事到心頭。
영화와 욕됨을 두루 겪고서야 몸을 빼내어 괴안국(槐安國) 꿈속 놀이에서 놀라 깨었네 악어 사는 물가와 상어 사는 섬으로 귀양도 갔었고 난대(鸞臺)와 봉각(鳳閣)에서 넉넉히 노닐기도 했네 세상을 두루 돌다가 한가한 중처럼 앉았고 사내들을 두루 겪은 늙은 기생처럼 쉬네 벼슬을 놓고 우연히 지난 자취를 생각할 뿐 차츰 한 가지 일도 마음에 오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