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정월 보름날 큰 눈戊戌正月十五日大雪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2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胡奈冬小雪。至春乃盈尺。麥苗潤校遲。猶愈便無澤。欲驗歲何如。書之爲准的。如看隴上靑。何必臘前白。或譬之絮塩。或况以璐璧。兹惟詞人事。歌詠所自作。我特書國祥。但效春秋則。有人展花牋。請我筆一擲。前人所未導。雖老儻可得。
어찌하여 겨울에는 눈이 적더니 봄이 되어서야 한 자나 쌓였는가 보리 싹 적시기는 조금 늦었으나 그래도 아예 적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네 한 해가 어떠할지 알아보려고 이를 적어 기준으로 삼네 밭두둑 위의 푸름을 보려면 어찌 반드시 섣달 전의 흰 눈이라야 하랴 더러는 버들솜과 소금에 견주고 더러는 아름다운 옥에 비기네 이는 다만 글하는 이들의 일이요 노래하고 읊느라 절로 지어낸 것일세 나는 다만 나라의 상서를 적을 뿐이니 다만 「춘추(春秋)」의 법을 본받네 누가 꽃무늬 종이를 펼치고 내게 붓을 한번 던져 달라 청하니 앞사람이 이끌지 못한 것을 늙었어도 혹 얻을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