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동국이상국집 › 후집 권3

지당화를 논하여 이 소경에게 부치다論地棠花寄李少卿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 · 이규보(李奎報) · 1241년 (고려 고종 28) 엮음 · 1251년 고쳐 보탬 · 단락 2 · 한자 355자 · 낭독 3.4분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3 고려 이규보가 평생 지은 글을 아들 이함이 1241년에 엮어 새기고, 손자 이익배가 1251년에 고쳐 보탠 문집. 시와 부, 임금께 올린 표와 전, 절과 탑에 붙인 기, 비명과 묘지명, 편지와 서문, 그리고 몽골이 쳐들어온 때에 오간 국서까지 담겼다. 고구려 시조를 노래한 「동명왕편」이 전집 권3에 있고, 술과 거문고와 시를 벗 삼아 스스로 백운거사라 한 사람의 하루하루가 후집에 남아 있다. 책은 그가 눈을 앓다 붓을 놓는 마지막 시와, 그가 죽은 뒤 남이 지어 붙인 뇌서·묘지명으로 닫힌다.

世號地棠花者。其花穠黃可愛。未知古人詩集中是何花也。有賦之者耶。又未識世之所稱之意。豈字之或訛耶。因作詩一絶云云。明日。君見訪。予以此言之。君曰。予所聞者。昔君王之選花。帝所留者曰御留。時此花見黜。故名黜壇。予曰。予亦似有所見而未詳者。幾乎予所言而有異也。俱不可的信。今皆不取。以別意釋之。有以慰花之見擯之意耳。

세상에서 「지당화(地棠花)」라 부르는 것은 그 꽃이 짙게 누르러 사랑스럽다. 옛사람의 시집 가운데 이것이 어떤 꽃인지, 읊은 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또 세상에서 일컫는 뜻도 알지 못하니 아마 글자가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절구 한 수를 지었다.

이튿날 그대가 찾아왔기에 내가 이 말을 하였더니 그대가 말하기를 「내가 들은 바로는, 옛날 임금이 꽃을 고를 때에 임금이 남겨 둔 것을 「어류(御留)」라 하였는데 그때 이 꽃이 내쳐졌으므로 「출단(黜壇)」이라 이름한 것이오」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나도 본 듯하나 자세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내가 말한 것과 거의 같으면서도 다르오. 둘 다 딱히 믿을 수 없으니 이제 다 취하지 않고 다른 뜻으로 풀어, 꽃이 내쳐진 것을 위로하는 뜻이나 두려 하오」 하였다.

협주 2

需○幷序

수(需)이다. ○ 서문을 아울러 싣는다.

詩見上。

시는 앞에 보인다.

地棠地棠是何花。命名之意又如何。將名索實了無謂。恐此二字傳之訛。人間花卉何物不由地。而於地也偏擧似。色與海棠棠棣略不侔。稱之以棠亦非是。君言伊昔君王乘政閑。養花壇上選花看。帝所留者是御留。此花見黜名黜壇。我言御留紅淡又且一時零。不及穠黃竟夏開盈盈。彼豈獨留此被擠。無奈聞者或未精。君不見漢宮却座愼夫人。本非上意未可妨其親。又不見譴還私第楊貴妃。未幾復召寵愛日逾新。花嬌不愧二妃色。何必便爲君所斥。黃中正色正合人君觀。我願移之上林植。龍顔賞詠鏘天韻。侍臣爭和筆落如風迅。狀渠姿態無遺妍。爲雪當年曾見擯。

지당화야 지당화야 너는 무슨 꽃이냐 이름 지은 뜻은 또 어떠하냐 이름을 가지고 실상을 찾으면 도무지 말이 되지 않으니 아마 이 두 글자가 잘못 전해진 것이리라 세상의 꽃과 풀 가운데 어느 것이 땅에서 나지 않으랴 그런데 유독 땅을 들어 이르는 듯하네 빛깔은 해당(海棠)이나 당체(棠棣)와도 도무지 같지 않은데 「당(棠)」이라 일컫는 것도 옳지 않네

그대는 말하기를 옛날 임금이 정사가 한가할 때 꽃 기르는 단 위에서 꽃을 골라 보았는데 임금이 남긴 것이 「어류」요 이 꽃은 내쳐졌으므로 「출단」이라 한다 하네 나는 말하노니 어류는 붉기가 옅고 또 한때에 지고 마니 짙게 누르러 여름 내내 흐드러지게 피는 이 꽃만 못하네 저것이 어찌 홀로 남고 이것이 밀려났으랴 어쩌면 들은 이가 자세하지 못한 것이리라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한나라 궁에서 자리를 물린 신부인(愼夫人)을 본디 임금의 뜻이 아니었으니 그 가까움을 막지는 못하였네 또 보지 못하였는가 집으로 쫓겨 돌아간 양귀비(楊貴妃)를 오래지 않아 다시 불러 사랑이 날로 새로웠네 꽃의 아리따움이 두 비의 빛깔에 부끄럽지 않으니 어찌 곧 임금에게 내쳐질 것이랴 누런빛은 가운데의 바른 빛이라 임금이 보기에 꼭 맞으니 나는 이 꽃을 상림원(上林苑)에 옮겨 심었으면 하네 용안이 감상하여 읊으시면 하늘의 가락이 쟁쟁하고 모시는 신하들이 다투어 화답하여 붓 떨어짐이 바람처럼 빠르리라 그 자태를 그려 고운 것을 남김없이 하여 그해에 내쳐졌던 일을 씻어 주리라